나는 왜 전자책을 사랑하는가
전자책을 사랑하는 이유(먼댓글-트랙백 참조해주세요)에 이어
전자책과 E-ink 리더기의 단점을 이야기해 볼게요.
1. 모든 책이 전자책으로 출간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점입니다. 전자책으로 안 나오면 대신 종이책으로라도 읽어야지.. 가 제겐 힘드니까요. (종이책 사서 책등 잘라서 스캔해서 읽는 분들도 계세요. 특히 두꺼운 전공서적, 인문서 같은 건 아주 가벼워지거든요. 전 종이책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
전자책으로 출간되지 않는 이유는, 작가가 전자책으로 내길 싫어하거나, 출판사의 이중 계약 부담(전자책 출간을 위해 데이터 전송권을 따로 계약해야 합니다), 출판사가 영세하여 전자책 담당자가 따로 없음(사실 별 어려운 게 아니긴 합니다. 한글 파일만 전자서점에 넘겨도 서점에서 전자책 포맷으로 만들어줍니다), 출판사에서 전자책 출간 의지가 없음... 등등입니다. 종이책 팔리는 거 봐서 나중에 계약해서 전자책을 내기도 하고요. 동시 출간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는 종이책 어느 정도 팔린 뒤에 전자책으로 나옵니다. 책 계약할 때 작가가 싫다고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동적으로 전자책 계약까지 하는 몇몇 출판사들은 제가 엄청 애정합니다!
2. 종이책 같은 편집이 불가능함(또는 그만큼 공을 들이지 않음)
그림이 많으면 종이책을 선호하시는 분들 많아요. 이잉크 리더기가 흑백인 이유도 있고(태블릿으로 읽으면 되긴 하나) 그림에 달려 있는 설명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제대로 안 붙어 있거나 화면에서 밀리거나 본문과 구분이 잘 되지 않거나... 편집이 엉망인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또 본문 말고 옆에 적힌 주석, 해설 같은 걸 생략하고 내는 출판사도 있습니다. 주석(전자책은 팝업으로 주석을 볼 수 있단 장점이 있습니다.) 형태로 처리해도 될 텐데 출판사가 나태한 거죠. 또 미주 형태로 출간하면 보기 힘듭니다. 책갈피 끼워두고 왔다갔다 하며 봐도 되지만 하이퍼링크라는 어마어마한 전자책의 장점이 있는데 활용을 안 하는 건... 그냥 출판사가 공들이기 싫은 거예요. 책 껍질 안쪽에 인쇄한 지도 같은 거.. 전자책에는 누락시키거나 넣어도 파일 크기가 너무 작아서 확대해도 폰트가 뭉개져 읽기 불가능한 예도 있습니다. 그럼 출판사에 문의해 수정을 요구하고... 노력해주는 경우도 있고 무시하는 경우도 있죠.
그나마 내주긴 하는데 EPUB이 아닌 PDF인데다 여백이니 폰트 크기니 다 무시하고 6인치 리더기에서는 읽을 수 없는 수준으로 내놓기도 합니다. 이딴 걸 돈받고 파나.. 싶어요.
전자책 편집이 어렵냐구요? 기본적으로 HTML언어와 거의 동일합니다. HTML 개념만 있어도 만들어요. 또 전자책으로 쉽게 편집 가능한 프로그램도 있고요. 좀 더 정교한 편집을 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들긴 합니다만 불가능하지 않아요. 전자책 편집의 본이 되는 책들이 있죠. (돌베개에서 나온 열하일기 3권 세트는 진짜 감탄이 나옵니다. 당연한 건데 남들이 안 해주니까 감동해요. 웅진지식하우스 출간 설혜심의 그랜드투어도 잘 된 편집입니다.)
3. 폰트 문제
전자책을 출간할 때 파일에 폰트를 포함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은 없어도 시스템 폰트나 뷰어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폰트로 읽을 수 있지만, 특수문자나 보기 드문 한자가 사용된 경우 따로 넣어주지 않으면 뷰어에서 네모상자나 ?로 보이기도 합니다.
출판과 전자책 폰트가 다르기도 해요. 열린책들은 열린책들 폰트가 따로 있어서 저작권 문제 없이 폰트를 포함시켜주는 것 같은데요. 종이책 인쇄에 사용한 유료 폰트를 파일에 첨부할 수는 없으므로 대개 공개된 무료폰트인 코펍바탕, 코펍돋음을 사용합니다. 어지간한 글자는 다 들어있지만, 그래도 거의 안 쓰는 한자의 경우 출판사에서 그림 파일 형태로라도 따로 넣어줘야 합니다.
얼마 전에 아주 웃픈 일이 있었는데요. 어떤 분이 전자책으로 한자가 안 보여서 (폰트를 바꿔보고, 출판사가 제공한 폰트로 보이도록 원본보기를 해도) 종이책을 확인해보니 아주 드문 한자였답니다. 그래서 출판사에 전자책에서도 제대로 보이게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수정됐으니 다시 다운하라는 연락이 와서 열어보니.. 괄호 안에 들어있던 문제의 한자 단어를 아예 괄호까지 통채로 삭제했다는 이야기...
또 원본 보기로 보면 편집이 그나마 되어 있는데 폰트를 바꾸면 다 무너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ㅠㅠ
4. 아직은 조심해야 하는 내구성 약한 이잉크 패널
이건 리더기의 물리적인 문제인데요. 휘어도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 패널도 있지만 패널 단가가 비싸서 대중적인 리더기는 유리패널입니다. 겉에 터치하는 화면 말고 전자잉크입자가 있는 패널이 현미경 슬라이스 만들 때 덮는 유리판처럼 아주 얇은 유리입니다. 그래서 눌리는 압력에 매우 취약합니다. 그래서 가방에 넣을 땐 케이스를 씌우고 패널이 눌리지 않게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단단한 책을 앞에 댄다거나) 태블릿처럼 흠집 보호용도의 케이스는 부적합해요. 흠집보호+눌리는 압력 보호용이 필요합니다.
리더기 단가에서 패널이 차지하는 지분이 꽤 큰데(그래서 패널 깨져서 교체하면 거의 리더기 값이 듭니다) 자고 일어나니 패널이 나갔다. 가방에 넣고 다녔는데 패널이 나갔다, 살짝 떨어뜨렸는데 패널이 나갔다는 슬픈 소식이 들립니다. 모시고 살 필요는 없지만 이잉크 패널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보호해주는 게 필요합니다.
5. 잔상, 잠식, 리프레시 문제
솔직히 이 부분은 엄청난 진보가 이루어져서 예전에 비하면 지금은 거의 불평 안 할 수준에 이르렀는데요. 그래도 국내기기에는 약간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잔상이란 글씨가 사라진 곳에 남은 흔적이고(사진 한가운데 동그란 원, 이전 화면의 흔적이 남은 겁니다.)
잠식이란 새로 나타난 글자 둘레가 깨끗하지 않고 쥐가 파먹은 것 같은 현상이고(역시 리프레시 안 하면 많이 생겨요. 보여드리려고 리프레시 전과 후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거의 안 보이네요. 사실 거의 보이지도 않아요. 기술의 발전!)
리프레시는 처음 리더기를 접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 기기 불량인가?" 의심하게 만드는 잔상, 잠식을 막기 위한 화면 전환방식입니다. 흑백 반전이 생기면서(검은 바탕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며) 화면이 전환됩니다. (아래 비디오를 보면 셜록홈즈 얼굴에서 화면 전환될 때 검게 깜빡이는 게 리프레시예요. 자주 해줄 필요 없습니다. 또 그림이나 사진이 많을 경우 자주 리프레시되기도 해요)
예전에는 리프레시를 페이지 넘길 때마다 했으나 기술이 발전하여 지금은 5-50페이지 수준으로 해도 거슬리지 않는 정도이고, 킨들 기기들처럼 리프레시를 아예 안 해도 잔상, 잠식이 없는 신기술(웨이브폼)을 사용하는 곳도 있습니다.(킨들로는 국내책 못 봐요!)
적응하면 암시렁 안 하지만 처음에는 적응이 필요하죠.
6. DRM에서 비롯되는 여러 문제들
DRM이란 Digital Rights Management의 약자로 디지털 저작권 관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즉, 컨텐츠가 무단으로 복제, 유통되지 않도록 전자 컨텐츠에 걸어둔 보호처리인데요. 당연한 거지만 문제가 되는 게 서점사마다 다르고 뷰어마다 달라서 소비자가 뷰어/기기 하나로 통합해서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초반에는 서점들이 따로 개발하지 않고 Adobe DRM이라는 걸 썼습니다. 그런데 보안에 좀 취약하자 각자 개발했습니다. 그래서 리디에서 사면 리디뷰어에서 알라딘에서 사면 알라딘/크레마 뷰어에서 봐야 합니다. 메키아에서 사면 뷰어가 그지같아서 읽을 수도 없는 형편인데 메키아 뷰어로 봐야 합니다. 만약 다 같은 DRM을 사용한다면 가장 저렴한 서점에서 책을 구입해 가장 뷰어 성능이 뛰어난 곳에서 읽으면 되니까... 할인쿠폰, 적립금, 포인트 남발하는 곳이 파이를 다 먹는 문제도 있어요. 전 다소 비싸게 주더라도 구글이나 리디에서 구입합니다. 뷰어 쾌적성과 기기 사용이 자유롭단 장점을 더 크게 보거든요.
이건 전자도서관도 마찬가지여서 서울시 교육청 전자도서관에 가입했다고 합시다. 거래업체별로 뷰어가 달라서 교보도서관, 예스24도서관, 북큐브도서관,메키아도서관 다 깔아야 합니다. 서점은 몰라도 전자도서관만큼은 뷰어통합이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또.. 가장 논란이 되고 앞으로 큰 문제가 터질 수 있는 게 내가 구입한 전자책의 영구소장 여부입니다. DRM이 걸려 있으니 서비스 업체가 망하면... 뷰어 업뎃이 더 이상 없겠지만 일단 다운로드 해둔 건 볼 수 있습니다. (책을 열 때마다 서버에 접속해서 확인하고 여는 거라면 완전 망...) 그러나 기기 시스템을 업뎃하는 경우 호환문제로 뷰어가 안 뜨거나(앱 튕김), 기기를 업뎃, 교체했는데 서비스 업체가 사라져 다시 다운로드 못 하거나 백업으로도 살리지 못하는 경우... 구입한 책이 사라져버립니다.
전자책 영구 소장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대개 약관을 보면 서비스 업체가 문을 닫기 전까지 소장입니다. 어떤 의미에선 문닫기 전까지 대여라고 봐도 되겠죠. 문제는 업체가 서비스를 지속한다면 아무 문제 없지만 망해서, 또는 수익이 없다고 문닫아 버리면... 책 날립니다. (북토피아 사태, 11번가, 올레이북, 텍스토어, 신세계 오도독, 탭온(따봉)북스 등...)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고, 곰팡이 안 피고, 상하지 않는 전자책을 영구 소장하게 해줘야 한다는 것도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7. 중고 판매, 빌려주기 불가
빌려주는 건 시도하는 곳이 있긴 한데..(빌려주면 그 기간동안 나는 못 읽음, 종이책처럼) 아직 보편화되진 않았고요. 대개 5-6개 기기를 등록해서 사용할 수 있으므로 한 계정으로 가족 전체가 사용 가능해요. 게다가 나도 읽고 동시에 4사람이 더 읽을 수 있단 건 큰 장점이죠.
중고 판매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종이책 대비 가성비 별로다 주장이 있기도 한데... 여러 번 손을 거쳐도 상하지 않는 파일이니 실질적으로 이런 서비스가 나오긴 어렵지 않을까요. 그래서 전자책 대여서비스(지금 너무 과열되어 10년, 50년 대여가 막 쏟아지는데)를 전 긍정적으로 봅니다.
8. 기기를 따로 구입해야 읽는다
종이책과 달리 단말기 지출이 있죠. 특히 기덕이라면 ㅠㅠ 매년 출시되는 기기를, 브랜드별로 사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 ㅎㅎㅎㅎ 책지름은 당연한 거고.. 기기지름까지... 추가됩니다. 외관에 별 변화가 없는 옆그레이드의 경우 몰래 기변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ㅎㅎㅎ 갈등될 땐 진리의 둘 다를 외치다가 기기가 5-10개 되는 분들도 계세요. 저는 정리하면서 기변하는 편이라 (팔고 사면 남편이 얼마든지 사라고 함) 현재 실사용하는 이잉크 기기 3대 있습니다. (태블릿, 휴대폰은 당연히 따로 쳐야죠)
9. 눈에 안 띈다?
종이책은 책장에 꽂혀 있으면 자주 보게 되고, 이런 책도 있었네 하며 집어드는 일이 생기죠. 전자책은 전자책장이라... 오며가며 보이지 않아요. 공간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라서 마구 지르게 돼요. 확인 안 하면 지른 책 또 지르기도 합니다. 수천 권 있는데도 부담 없어서 막 질러요. 전자책의 발전을 위해 산다, 가지고 놀아야 하는 장난감인 레고도 안 뜯고 소장하려고 사는데 책은 소장하려고 사면 왜 안 되냐는 논리를 펼쳐가며 지름을 합리화합니다 ㅎㅎㅎ
10. 종이책의 아날로그적인 감성
종이 냄새, 새 책의 빳빳한 느낌, 책장 넘기는 맛... 전자책에선 느낄 수 없습니다. 종이책 좋아하시는 분... 이해합니다. 책 좋아하시는 분들 중 문구 덕후가 많기도 하고요. 읽으려고 작가가 좋아서 사는 것도 있지만 책 자체가 주는 매력이 분명 있습니다. 그래서 전자책은 한 번 읽고 버릴 소비용 컨텐츠에 적합한지도 몰라요. 그래서 판타지, 무협, 로맨스 장르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고요. 아님 저같은 해외동포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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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을 10가지로 정리해서 단점도 10가지로 맞춰보았습니다.
어떠신가요? 전자책 장점, 단점 어지간한 건 다 썼으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제 입장은 그래도 전자책 만세 ㅋㅋㅋㅋㅋ 단점 10가지 중 제게 거슬리는 건 1,2번. 나머지는 상관없어요. (어쩔 수 없이 전자책만 본다고 하지만, 종이책, 전자책 선택이 자유롭다면 당연히!! 전 전자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