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위한 심플한 경제 공부, 돈 공부> 

오랜만에 경제서를 읽었다.

초보자를 위한 경제공부라 다 아는 얘기겠거니, 요즘 지출도 많고해서 마음이나 다잡을겸 읽어보자 했는데

아직도 모르는 내용이 있다니. 또 새로 배웠다.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시는 어렵다. 옛날 시보다 요즘 시가 더 어렵다.
요즘은 시집 뒷편에 실린 평론을 보고도 놀란다. 어떻게 이 시를 읽고 그런 해석을 할 수 있는 것일까.
평론을 읽고 다시 봐도 나는 그저 모르겠다.
하긴 그러니까 전문가겠지.

유계영의 시집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역시 어려웠다.
시가 어려움에도 이 시집을 집어들었던 이유는 각 장의 제목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시끄럽고 앞뒤가 안 맞지(1부)', '손까지 씻고 다시 잠드는 사람처럼(2부)', '이렇게 긴 오늘은 처음입니다(3부)'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별 뜻없어요 습관이에요(4부)'

 

이해할 수 없는 시였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밑줄 긋고 싶은 시구가 너무나 많아서 마음에 드는 페이지를 접어보다가는 강아지가 수 마리는 나올듯 싶었다. (시를 읽다보니 비유를 쓰고싶다. 어줍잖게 도그지어를 표현해봤다.)

여하튼 좋았다는 거다. 이 시집이.

 

그 중 가장 좋았던 시의 전문을 옮겨본다.

 

나는 미사일의 탄두에다 꽃이나 대일밴드, 혹은 관용, 이해 같은 단어를 적어 쏘아올릴 것이다

 


내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다
사고 현장에 우두커니 서서

 

나는 왜 떨어지고 있는 것인가 점심은 먹고 떨어지는 것인가 옷매뭇새는 잘 여미고 떨어지는 것인가 몇 층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인가 나는 내가 떨어지는 모습을 처음 목격하기 때문에 내가 떨어지는 것을 끝까지 내버려둔다 떨어진 것이 내가 확실한지 알기 위해서

 

난간 위에서 누군가 외친다
밑에 떨어진 사람 없어요?

 

아직 다 떨어지지 않았지만 일단은 나라고 해야 하는 것인가 떨어지는 나를 지켜보는 중인 내가 나라고 해야 하는 것인가 이미 누군가 떨어진 적이 있다면 그것도 나라고 해야 햐는 것인가 이미 떨어진 사람이 파다하다면 내가 파다하다고 해야 하는 것인가 과거에 떨어진 나를 수습하기 위해 떨어지고 있는 중인 나를 그만둬야 하는 것인가 이렇게 오래 떨어지고 있는 중인 나를 사람이라 불러도 괜찮은 것인가

 

내가 도착하지 않는다 운동화와 뿔테안경이 도착한 지 한참 지났지만 내가 도착하지 않는다 가발과 속눈썹이 찰랑찰랑 내려앉은 지 오래됐지만 내가 도착하지 않는다 손발톱과 치아가 후드득 쏟아진 후에도 내가 도착하지 않는다 가슴과 엉덩이, 눈동자와 눈빛이 뭉개진 후에도 내가 도착하지 않는다 전봇대마다 실종 전단이 들러붙은 후에도 나는 도착하지 않는다 내가 나를 지나가버린 것을 끝까지 모른다

 

내가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다가 꾸벅꾸벅 존다
꿈결에 사고 현장을 벗어나버린 줄도 모른다
걷는다 어딘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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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은 어제의 팬티를 뒤집어 입었지 성큼
냄새가 앞서나갔지
어제가 듬뿍 묻어 있는 것을 어쩌지 못하고

새벽에게 주어진 옷가지가 단 한 벌뿐이었다는 것을 이해한담녀 나는 더이상 나를 낭비하지 않을텐데

내일은 오늘을 뒤집어 입은 채 앞장선다
당당하다, 그러나 조금 쑥스러운 기색

(더 지퍼 이즈 브로큰 中) - P14

취한 차라투스트라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전신주에 기댔더라면 좋았겠지만 나는 반듯하고 단단한 사람이니까 세상의 모든 전신주만큼 믿음직스러울 수밖에 없겠지
차라투스트라에게 내가 무수한 전신주 중 하나의 전신주에 불과하더라도 모욕일 리 없다 차라투스트라의 토사물을 손으로 받았을 때 반듯하고 단단한 사람의 어쩔 수 없음에 감격하여 조금 울뻔 했지만 나는 차라투스트라의 구토를 손바닥에 올려보기 위해 태어난 것이 분명하다 차라투스트라의 과거가 마침내 나의 손바닥 위로 폭발한 것
그렇다 차라투스트라의 미래를 제외한 차라투스트라의 모든 것, 그의 위장에서 식도를 타고 구강을 열고 나에게로 쏟아진 것 차라투스트라는 눈이 멀어버렸다 그의 모든 빛이 내 손아귀에 있기 때문이다

(신은 웃었다 中) - P48

그때 아침 태양은
당신의 얼굴을 얼마나 자세하게 깨무는지
오줌싸개 천사의 발밑에 고인 동전처럼
얼마나 자세하게 외로운지

양을 대신해 깨어나는지

꿈을 질겅거리며 거리를 걸어가는 자들
크고 작은 전쟁의 병사들
가장 먼저 죽는 행운을 빌었지만

잠을 뛰쳐나온 한 마리 양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아 매매 우는지

(잠을 뛰쳐나온 한 마리 양을 대신해 中) - P64

여고생의 책상 위로 얼떨결에 불려나온 유령의 맨발은
사인(死因)을 기억합니까 낮밤으로 황천에 발 씻고
흰 이불을 이마까지 끌어다 덮듯이
다시 죽습니까 잠꼬대하듯이 이승을
다시 중얼거릴 때 있습니까

그곳에도 일요일 오전부터 결혼하는 망자들이 있습니까 검은 예복을 갖춘 자들이 스무 명 이상 모이는 자리마다 빽빽거리는 어린애 두세 명쯤 오고 그럽니까 흔들리는 이빨에 명주실을 매달고 뛰어다닙니까 흰 선분들은 아름답게 엉킵니까

이렇게 긴 오늘은 처음입니다

(자유로 中) - P94

약속을 정한 순간부터 나는 늦고 있다 각자 미래를 적어 오기로 한 순간부터 나는 빈손을 덜렁덜렁 흔들고 있다 이게 뭐람 이럴 거면 왜 미래를 약속한 거람 시는 이미 애가 타고 있고 나는 이미 엉엉 울고있다

(시 中)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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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여씨는 이런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아득한 과거 친척과 형제, 남편과 아내, 남자와 여자, 또한 윗사람과 아랫사람, 어른 아이가 도리나 구별 없이 얽혀 살던 시대가 있었다. 물론 어미는 있으나 아비는 몰랐음이 당연하다.”

 

신라 시대 <화랑세기>에 기록되었던 인물 미실.

여인 미실은 위와 같은 배덕한 모순 속에서 생생한 삶, 추악하고 어지러울 수 있으나 결코 단죄할 수 없는 여성 본능의 자연스러움이 신비로움으로 느껴지게 하는 색공지신(세대 계승을 위해 왕이나 왕족에게 색으로 섬기는 신하)의 가문에서 태어난다.

24대 진흥왕, 진지왕, 26대 진평왕에게 색공을 했으며 그 밖에 수많은 화랑과 몸을 섞는 일을 작가는 혼신을 다해 예술을 승화시키는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다.

 

모든 남자들이 미실의 몸을 탐하기 위해 윤리와 순리를 버렸고, 자신이 지닌 색으로 한 시대의 권력을 움켜진 그녀의 음모와 계책의 남자에게조차 아낌없는 정열과 순정을 바치는 모습은 오히려 주어진 생을 충실하게 사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여인의 몸으로 도덕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당당한 남성을 이겨낸 미실은 움이 트는 연록의 봄에 흐르는 물과 스치는 바람 속에 마음을 담아내듯 조용히 세상을 떠난다.

 

20073월에 중국에서 이 책을 읽었으나 정리한 2009611일 즈음에는 TVㅇ서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었다. 제목은 선덕여왕’.

여왕역엔 이요원, 미실역엔 고현정.

책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어차피 픽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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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꺼운 책은 중국으로 떠날 때 동생이 선물로 주었다. 저자는 내가 좋아하는 성공대 교수 신영복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돌아오는 길 책 보따리 15Kg을 홍부장에게 미리 보냈는데 남편이 빈 가방만 들고 와 너무나 속상했고, 또 한 번 남편과의 다른 취향을 실감하고, 절망에 빠졌다. 정리할 때 인용하려는 글을 아쉽게도 못 옮긴다.

신영복 교수가 강단에서 강의한 <동양고전강독>을 요약, 출판한 것이다. 마침 중국에 머물던 시간인지라 중국의 고전을 읽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기도 했다. 나이 50 중반을 넘어서도 결코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으나 익히 들었던 성현들의 말씀을 들추어 본 것도 체면을 지킨 일이다.

 

후에 책을 찾게 될 경우(그럴 수 있을까?) 첨가, 다시 읽고 싶은 페이지만 기록해 둔다.

 

p. 58 70 123 126 132 159

166 201 284 309 325 331

335 343 348 382 386 422

424 466

 

(마치 합격자 발표를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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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버블티 2019-06-09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합격자발표라니 재미있는 발상이네요😊

종이달 2022-05-22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1937년 상하이의 뒷골목 하비로(거북로 수부리)에서 벌어지는 청소년 예술가 집단, 보헤미안 구락부의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과 조직폭력배, 상하이 청방, 일본의 야쿠자, 조선의 일심회가 벌이는 권력다툼을 그린 소설.

 

프랑스계의 형사 이준상의 활약을 배경으로 어둡고 칙칙한 미스터리로 발음조차 환상적인 상하이국제도시를 표현하고 있다.

젊은 청년들의 타락과 짓눌리는 영혼이나마 지키고자 하는 조선 청년이 비교되어 있다.

 

조선을 지배한 일본인, 일본인의 횡포를 벗어난 조선인.

중국 본토를 번갈아 점령하는 프랑스, 일본인의 틈바구니에서 목숨을 부지하려는 길 잃은 영혼들. 그 영혼을 대표하는 이중인격 편집증 환자이며, 연쇄살인 사건의 주범, 태평천국의 난을 일으킨 상제교의 일원인 형사 이준상, 또 이를 쫓는 또 다른 형사 이준상.

불야성 상하이 뒷골목에서 밑바닥 인생, 짓밟히는 영혼의 이준상은 사람을 지킴으로써 구원을 갈구하고, 조국보다 암흑의 도시 상하이를 더 사랑하며 강한 불빛일수록 그늘이 더 짙다.’는 사그러지는 세월을 살아간다.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공간에서 영원히 구원될 수 없을 것 같은 암담한 영혼도 사랑에 대한 본질을 지키는 한 결코 패배할 수 없음을 작가 이인화는 말하고자 한 게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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