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에게 이슈로 떠오르는 <아침형 인간>에 은정이가 동참하여 일주일 때 노력 중이다. <저녁형 인간>은 남편이 내 요가책과 영어 회화책과 함께 사들고 들어와 일찍이 TV를 끄고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두 책 모두 한나절의 읽을 분량이며 성공담의 사례에 마음을 빼앗겨 새사람이 된 듯 분발심이 불끈불끈 치솟은 게 어디 한두 번이랴마는, 후에 이 노트를 뒤적여 보면서 20대 딸이나 50을 넘긴 우리 부부 모두 노력한 흔적이나마 느껴보기엔 충분하리라.

 

작가는 젊은이들에게 말한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세상은 벌써 깨어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차가 좋은 순서대로 아침 출근이 이루어진다.”

불경기 속에서 야근이나 사교의 감소로 3시간이 생겼다면 타성에 젖어 보낼 것인가, 주도적으로 보내 자기에게 투자해 새로운 인생을 준비할 것인가.”

이 자투리 3시간, 일주일(평일만)15시간, 근무하는 한 해 50. 40년이면 3만 시간. 미래를 결정하기에 충분하다.”

 

하루를 지배하는 자가 인생을 지배할 수 있다고 하며 남보다 먼저 정기를 마시며, 벌떡 일어남의 선제공격이야말로 성공의 첫 단계라고 부추긴다.

 

출장 중의 3시간, 술 마신 날의 3시간, 한밤에 맞는 두 번째 아침. 편의점에서 좌 배움을 위한 시간으로 투자.

 

법정 스님의 <무소유>, 틱낫한 스님의 자비심, 침묵, ㅁ소가 심의 근원이라고 쓰여있던 <Power>.

저녁놀을 배경으로 한 침묵, 생명수인 강에서 비롯되는 진중한 사고, 자연 속에서의 한가함에 동감했던 더글러스 보이드의 <구르는 천둥>

한동안 몸과 마음을 거기에 두려고 자중하고, 침묵하고, 비우고, 내어주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아침형 인간, 저녁형 인간 역시 희망과 설레임, 분발심을 자극케했다. 시간을 잡으려는 강박관념(너무 표현이 심한 것 같다.)에 피곤하기도 했다.

 

이 두 권의 책이 우리 집안을 휘돌아간 후 1달 후에 독후감을 재정리한다. 은정이도, 남편도, 나도 일상으로 돌아갔다. “나도 시도해 보았노라.”는 마음의 점을 찍고서. 나는 결론을 내렸다.

산의 정상을 오르려면 반드시 자신의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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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이 책을 집어 들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패왕별희와 쌍벽을 이루는 경극 중 하나’, ‘13억 중국인들이 가장 즐겨 읽는 명고전이런 표지광고가 눈에 띄었겠으나 세상의 아귀다툼에서 잠시 벗어나 구름 위에서 노니는 신선의 놀음에 문득문득 빠지고 싶었음을 채우려 했을까.

 

이 책은 인간 최고의 목적인 고통 없는 불로장생을 누리기 위해 신선이 되고자 겪어내야 하는 속세의 인내, 고난을 그려내고 있다.

 

청소(백옥부인), 늑대(능허자), 반딧물(형광대수), 매미(능한자), 풍뎅이(금각장군)이 사람으로 둔갑하는 한편, 인간이 거머리가 되어 살 속으로 파고드는 공격과 방어의 술책, 위태로움에서 헤어나기 위해 물방울이 되어 돌풍을 빠져나오는 이야기 등에서 중국인들의 허풍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인간의 상상력이란 참으로 무궁무진하며 걷잡을 수 없이 허황된 것이 아닌가. 오히려 이 망상이 오늘날의 문명, 과학을 이루어 낸 것이니 이 작은 머리는 참으로 요망한 것이다.

 

성인 공자의 여성 천시 사상으로 우주의 음양 조화가 깨질 것을 우려해 미녀 신선(하보고)을 발탁해 키워내는 스승 신선들의 의지는 세상의 요구가 천상 세계에도 미침을 보여주고 있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딱딱하고 강한 것을 이겨냄을 체험하고 깨달은 여덟 신선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어제의 이팔 청순 봄날의 꽃처럼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지거늘

그대 무엇을 얻고자 하는고?

문장 날리고 부귀영화 누린들

북망산 그늘에 묻히고 말것을!

 

구름 타보세

구름길 허공에 있을 듯하나

욕망 식으니 마음 속에 있으니

금은보화 나눠보세

가난뱅이 부자되어 웃고

부자는 퍼주고 또 웃나니.

 

 

이렇듯 허망을 느낄 것을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 모진 고난의 세월을 보냈다는 말인가?

아니면 인간 세상은 한 줌의 재로 돌아갈 것이니 신선이 되어야 옳지 않겠냐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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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껍고도 두꺼웠던 <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두 권을 다 읽었다.

<출판하는 마음>도 아껴가며 읽었다.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를 읽고 나니, 이야기라는 것이, 글이라는 것이 새롭게 보인다.

 

세 책 모두 즐겁게 읽었다. 이제 무슨 책을 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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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무하는 응급실로 들어온 후, 3년 동안 중환자실과 병실을 오가다 죽음을 맞았다. 그때 어머니는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지금도 어머니를 완전히 보내지 못했다. 별짓을 다해도 그게 잘 안된다. 끊임없이 덧나는 상처다. (1부 등단을 향한 여정 中 20p.)

종교는 두려움 극복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 태어나자마자 세례를 받고 쭉 천주교 신자로 성장했지만, 내세 때윈 믿지 않는다. 모순되게도 나는 철저한 진화론자다. 신에게 의지하는 건, 천국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명에 내재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다. 숙명을 거스르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떻게든 필멸의 숙명을 받아들이고 싶어서다. 그런데도 죽는 순간까지 죽음을 두려워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1부 등단을 향한 여정 中 22p.)

죽음이 우리 삶을 관통하며 달려오는 기차라면, 삶읜 기차가 도착하기 전에 무언가를 하는 자유의지의 시간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언지 알고, 원하는 것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시간. 내 시간 속에서 온전히 나로 사는 시간. (1부 등단을 향한 여정 中 25p.)

컴컴해지는 의식 너머에선, 축하한다는 말이 들려왔다. 나는 욕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어떻게 전화를 끊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내가 뭐라고 대꾸했는지도 기억에 없다. 그저 고무장갑을 벗어 손에 틀어쥔 채 욕실 바닥에 엎어져 ‘엄마‘를 무르며 울던 기억만 남아 있다. 내 인생에서 삶이 그토록 눈부셨던 순간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2년 후, 다시 ‘세계문학상‘을 받았을 때에도, 그날의 빛이 재현되지는 않았다. (1부 등단을 향한 여정 中 35p.)

작가는 자기가 만드는 세계에 대해 신처럼 알아야 한다. 그래야 그 세계의 구석구석까지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다. 내가 만든 세계에선 파리 한 마리도 멋대로 날아다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3부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법-자료조사 中. 111p.)

사실, 나는 어떤 작가로 분류되느냐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내 소설이 어떤 장르로 라벨링 되는가도 문젯거리는 아니다. 진짜 고민은 이런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어떤 이야기를 잘 쓰는지, 어떤 이야기까지 쓸수 있는지.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3부 이야기를 이야기하는 법-자료조사 中. 143p.)

실수는 할 수 있다. 다만, 실수를 깨닫는 순간, 즉시 바로잡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무리 공사가 커도 방설이거나 회피해서는 안된다. ‘뭐 어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잖아‘라고 자신을 기만해서도 안된다. 그건 해결책이 아니라 망하는 길이다.
(5부 1차 수정-그 장면이 필요 없다면 과감히 지워라 中. 225p.)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최고로 좋을 것이다. 그게 일치하지 않는다는 건, 의지와 능력이 대립하는 경우다. 내 경우 전자를 포기한다. 프로라면 그래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할 수 없는 분야가 있다는 걸 인정하면, 포기 못할 것도 없다. 나는 SF를 좋아하지만 이야기할 능력은 없다. 그래서 이 장르는 독자로만 만족한다. 물론 처음부터 포기한 건 아니었다. 무엇이든 일단 덤벼보기는 한다. 이 일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알려면 일단 해보는 것 말고는 길이 없으니까.
(5부 1차 수정-주제 中. 2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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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 못한 빛깔이나 향을 지닌 꽃이 더러 있긴 하다. 그러나 실상 검은 꽃을 본다면 기분은 어떨까. 수술, 암술의 빛깔은?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여운을 남기고 지나간 이들이 사랑스럽기는 하나 가련하고, 아득한 가슴에 찬 기운이 스치고 지나가는 이런 감상을 작가는 검은 꽃에 대한 느낌으로 받아들였을까.

 

조선이라는 한 국가가 망망대해의 한 점 잉크 방울처럼 서서히 사라져가던 1905년에서 1910년 무렵 지구 반대편의 땅에 던져져 사투를 벌이다 희망도 없이 누군가의 기억에도 없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간 이웃같은 이들의 이야기로 엮어져 있다.

 

가톨릭 신부 박광수 바오로, 박수무당, 양반 파평윤씨(이종도의 아내), 내시 김옥선, 농민 조장윤, 황족 이종도와 딸 연수, 아들 진수, 도둑 최선길, 고아 김이정, 군인 출신 박정훈을 비롯해 조선인 1033명은 영국선 일보도 호를 타고 가난과 멸시를 피해 멕시코로 향한다.

가혹한 노예생활, 채무기간은 4. 그러나 시기를 채워도 고향을 향하거나, 조선인의 정체성과 자존을 지킨 이는 없었다.

중국 신문 문홍일보엔 이런 기사가 실렸다. 그러나 조선은 멕시코와 외교관계도 없었고, 손을 써보기엔 너무 멀었고, 힘도 없었다.

중국에서 사람을 꿰어 사들이다가 소문이 나빠 응모자가 없자 조선에서 노예를 매수하고 있다. (...) 모두 조각조각 떨어진 옷을 걸치고, 다 떨어진 짚신을 신었으니 이곳 본토의 남녀가 보고 비웃는 소리는 가히 듣기 거북하다. 연일 큰 빗속에 한인이 여러 농장에 흩어져 일할 때 아이를 팔에 안고, 등에 업고 길가를 배회하는 모습은 실로 우마와 같고 (...) 농장에서 일을 제대로 못하면 무릎을 꿇리고 구타를 당하여 살가죽이 벗겨지고 피가 낭자하니...”

숭무학교라고 불린 군사학교 출신의 조장윤을 비롯한 42명은 괴테말라의 내전에 참가하여 교란이 끝난 그 곳에 신대한이라는 국호로 소국을 세우고자 임시정부를 두었으나 정부군의 소탕작전으로 모두 전사하니 작고 초라했던 나라의 흔적도 없이 단지 인골 두어개만 연구팀들에 의해 발견된 채 역사속으로 사라져갔다.

 

모래알 속에 스켜든 한 줌의 물 같이 사라져간 그들의 생각을 자시금 뇌까려보는 것으로 애처로운 영혼에 위로를 대신한다.

 

거대한 파도가 배의 옆구리를 밀어젖힐때마다 홀수선 아래의 화물칸에 수용된 조선인들은 예의와 범절, 삼강과 오륜을 잊고 서로 엉켜버렸다. 남자와 여자가, 양반과 천민이 한쪽 구석으로 밀려가 서로의 몸을 맞대고 민망한 장면을 연출하는 일이 잦아졌다. 요강이 엎어지거나 깨지면서 그 안에 담겨있던 토사물과 오물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욕설과 한탄, 비난과 주먹다짐이 일상사였고, 고약한 냄새들은 가시지 않았다.(41p.)

이정은 말했다. 거기에서도 저 조선에서처럼 반상과 노소, 남녀의 구별이 이리 엄할까. 우리가 탄 이 배를 보라. 양반이든 상것이든 줄을 서야 밥을 먹는다. 우리 위엔 저 양놈들 눈엔 똑같은 조선놈일 뿐이다. 머리만 셀 뿐 족보에는 관심이 없다.(78p.)

유카탄의 석양은 느즈막이 엉덩이를 붙이고 있다가 일순 사라져버렸다. 평생 지평선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조선인들에게 이 벌판의 황막함은 더욱 강렬하게 느껴졌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자신들이 산과 산 사이에서 태어나 산을 바라보고 자랐으며 산등성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잠자리에 들었음을 깨달았다. 넘어갈 아리랑 고개가 없는 끝없는 평원은 그야말로 낯선 풍경이어서 사람들은 딱히 바닥이 딱딱해서라기 보다 지평선이 주는 망막함과 공허로 뒤척였다. (92p.)

에네켄은 멕시코가 원산지다. 사람 키와 비슷한 크기다. 나무처럼 단단한 나무 줄기에 잎이 달린다. 육질의 잎은 두툼하다. 마치 선인장처럼 잎 가장자리를 따라 딱딱하고 뾰족한 가시가 무수히 나있다. 잎이 용의 혀를 닮았다하여 용설란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난은 아니다. 외떡잎 식물이며 백합목에 속한다. 건조한 기후에 강해 유카탄 반도와 같은 덥고 건조한 지형에 잘 어울린다. 에네켄과 사이잘 삼은 19세기 후반부터 유카탄 반도의 주요 생산물이 되었다.(98p.)

이종도는 지구 반대편에서 떠나온 조국의 처지를 애통해하며 집에 틀어박힌채 어떻게 해야 일본을 물리치고 힘 세고 부유한 나라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를 종이에 적어 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것은 현실과는 별 관련이 없는 이상적인 입론에 불과한 것이었다. 아침이면 서쪽을 향해 절하고 밤에는 틀어박혀 새로운 국가의 기틀을 세우는 그를 비웃지 않는 자가 없었다.(219p.)

조장윤은 이미 수 많은 한인들이 결국은 멕시코에 남을 수 밖에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멕시코 전역에 흩어져있는 한인들을 규합하는 조직도 분명 필요해질 것이다. 지금이야 각 농장에서 계약 노동자 채무 노예로 묶여 있지만 내년엔 다를 것이다. 그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조직의 장으로 상상하기 시작했다. 여기야 말로 반상이 전무한 곳이다. 소수의 양반 계급 출신도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지 오래다. 제게 맡겨진 일 하나 제대로못해내는 자가 정치적 헤게모니를 장악할 리가 없었다.(2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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