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이 책을 집어 들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패왕별희와 쌍벽을 이루는 경극 중 하나’, ‘13억 중국인들이 가장 즐겨 읽는 명고전이런 표지광고가 눈에 띄었겠으나 세상의 아귀다툼에서 잠시 벗어나 구름 위에서 노니는 신선의 놀음에 문득문득 빠지고 싶었음을 채우려 했을까.

 

이 책은 인간 최고의 목적인 고통 없는 불로장생을 누리기 위해 신선이 되고자 겪어내야 하는 속세의 인내, 고난을 그려내고 있다.

 

청소(백옥부인), 늑대(능허자), 반딧물(형광대수), 매미(능한자), 풍뎅이(금각장군)이 사람으로 둔갑하는 한편, 인간이 거머리가 되어 살 속으로 파고드는 공격과 방어의 술책, 위태로움에서 헤어나기 위해 물방울이 되어 돌풍을 빠져나오는 이야기 등에서 중국인들의 허풍을 가히 짐작할 수 있다. 인간의 상상력이란 참으로 무궁무진하며 걷잡을 수 없이 허황된 것이 아닌가. 오히려 이 망상이 오늘날의 문명, 과학을 이루어 낸 것이니 이 작은 머리는 참으로 요망한 것이다.

 

성인 공자의 여성 천시 사상으로 우주의 음양 조화가 깨질 것을 우려해 미녀 신선(하보고)을 발탁해 키워내는 스승 신선들의 의지는 세상의 요구가 천상 세계에도 미침을 보여주고 있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딱딱하고 강한 것을 이겨냄을 체험하고 깨달은 여덟 신선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어제의 이팔 청순 봄날의 꽃처럼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지거늘

그대 무엇을 얻고자 하는고?

문장 날리고 부귀영화 누린들

북망산 그늘에 묻히고 말것을!

 

구름 타보세

구름길 허공에 있을 듯하나

욕망 식으니 마음 속에 있으니

금은보화 나눠보세

가난뱅이 부자되어 웃고

부자는 퍼주고 또 웃나니.

 

 

이렇듯 허망을 느낄 것을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 모진 고난의 세월을 보냈다는 말인가?

아니면 인간 세상은 한 줌의 재로 돌아갈 것이니 신선이 되어야 옳지 않겠냐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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