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은 생각보다 좋았다. 추리소설 치고는 여운이 꽤 오래 남았다. 최근 읽은 추리소설 중 가장 좋았던 것 같다.

 

<다녀왔습니다, 뉴욕 독립서점>는 기대 이하였던 것 같다.

각 챕터는 서점 직원들의 인터뷰로 마무리되는데, 인터뷰 말미에 뜬금없이 직원의 추천도서가 들어가 있다.

'뜬금없다'고 느끼는 이유는 추천하는 이유도 없고, 달랑 저자와 서명만 있어서다. 개중에는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들도 있었는데, 찾아볼까 하다가도 서명만 가지고는 아무 흥미도 느끼지 못해 그만두었다. 그렇다고 인터뷰가 서점 전반엔 관한 것이라 인터뷰이에 대한 개성이라도 느껴졌으면 그가 추천하는 책이 어떤지 궁금했을텐데, 그마저도 아니었다.  그 외에도 전반적으로 밋밋한 내용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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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져 내려오고 있고, 또 그 진실이라는 것은 언젠가 옳고 그름이 누군가에 의해 수없이 파헤쳐지고 있다. 그 또한 역사이다. 그 근거 또한 누군가 의혹을 품게 된다. 내가 알고 있었던 사도세자의 세자빈 혜경궁 홍씨는 남편을 일찍이 참혹하게 잃고, 그 한을 달래기 위해 <한중록>을 기록했으며 우리는 그 여인의 설움이 그 시대의 전부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연히 읽게 된 이 책에서 새로운 또 다른 사살을 알게 되었다. 풍산 홍씨 가문이 세자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병신처분이 없었다면, 이 몰락이 아니었다면 <한중록>이 쓰여질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것을..... 그녀의 눈물은 남편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해자를 위한 눈물이었다.

 

영조가 8년 만에 얻은 세자에 대한 애착은 책의 여러 페이지에 기록되어 있다.

문무가 뛰어나고 지방 행차시 따르는 백성의 행렬은 출생의 콤플렉스를 안고 태어나, 형 경종을 독살했다는 혐의(게장과 감, 인삼차와 상극인 약을 강제로 왕에게 올렸다는)를 받는 영조에게는 위협이 되고도 충분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세자의 정신병은 아버지 영조에게 더없는 아픔이기에 가혹한 죽음을 결코 내릴 수 없었을 것이며, 비행이라면 폐세자로 충분치 않았을까. 아마도 영조의 부정으로 본다면 비행조차도 어여삐 보아넘길 정도로 넘쳤다.

 

탕평책에 주력했던 영조. 그러나 자신의 콤플렉스로 인해 노론의 강세를 극복하지 못했던 영조. 노론의 횡포에 반발한 사도세자는 장인 홍봉한을 위주로 했던 노론 세력을 인원왕후 김씨, 숙의 문씨(영조 후궁), 세자의 생모 영빈 이씨, 친정을 택해 세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친정에게 고한 세자빈 홍씨 등 이들에 둘러싸여 고된 세자의 길을 걷ㄷ가 죽음을 맞는다.

 

정조가 즉위하면서,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이 외침으로 일단의 그 시대의 노론 세력은 주춤했으나 계속 잔류하고 있는 그 파벌 속에서 아버지의 궁중 생활을 보아온 정조는 아주 조심스럽게 왕권을 이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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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프랑스 신경의학자 사뮈엘 퓨쳐는 컴퓨터 DEEP BLUE 와의 체스 대국에서 승리하여 세계 챔피언이 된다. 그날 밤 톱모델 나타샤 안데르센과 사랑을 나누던 중 최고의 오르가즘을 경험한 표정으로 죽음을 맞는다. 이 죽음에 의혹을 갖게된 두 기자 뤼크게스와 이지도르가 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면서 매력적이고 광대하기도차한 인간의 뇌에 대한 신비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우주와 같은 뇌세포에 컴퓨터의 파장이 도달해 이루어내는 장엄한 파노라마 같은 소설이다

 

지금으로부터 150억 년 전 우주가 생겨났다.

50억 년 전 지구가 생겨났다.

30억 년 전 지구에 생명체가 출현했다.

5억 년 전 최초의 신경계가 나타났다.

3백만 년 전 인류가 출현했다.

2백만 년 전 인간의 뇌가 도구를 고안하여 노동생산성을 증가시켰다.

13만 년 전 인간이 머릿속에서 상상한 사건을 벽에 그리기 시작했다.

50년 전 인간의 뇌가 최초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5년 전 컴퓨터가 스스로 논리적 사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일주일 전 컴퓨터의 지원을 받은 한 인간의 뇌가 최후비밀에 도달한다.

5분 전 한 남자로부터 사랑의 고백을 받다.

 

여기자가 시간 속을 이렇게 표류하고 있는 동안 나는 문득 내가 과연 무엇인가라는 생각에 잠기곤 한다.

 

컴퓨터에 의해 조장된 파장이 뇌의 최후의 비밀이라고 이름 붙여진 한 점에 자극을 주면 뇌와 심장, 성기가 하나가 되어 쾌감이 고조된다. (이 기계의 조작은 안구운동만 살아있는 퓨쳐의 환자가 담당하고 있다. 또한 파장을 전달 받을 수 있는 안테나?를 접착시킬 수 있는 최후의 비밀을 찾아내는 수술은 나타샤의 어머니인 러시아 의사가 행하는데 이 연구는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 염려로 비밀에 붙여져 왔다.)

퓨쳐의 사망은 섹스에 의해 이미 오르가즘에 도달한 퓨처에게 컴퓨터는 체스의 승리자에게 댓가로서 (이 댓가는 퓨처가 늘 분발할 수 있는 동기가 되어왔다.) 보내준 자극에 지나친 괘감이 더해져 심장마비를 일으키게 했다는 것이다.

 

뇌가 단지 의식을 조절, 관리하는 장기로서가 아니라 우주적 에너지를 발하는 발진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주로 뻗어나가는 가늘고 긴 파장들이 거미줄 같이 매듭지어진 그 가운데 내가 존재한다는 느낌.

내 아버지의 정자로부터 시작되어, 무덤 속에 묻힌 주검의 존재.

 

사뮈엘 퓨처가 챔피언 인터뷰에서 거듭거듭 말하는 우리는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가라고 던지는 화두에 동물적 욕구, 명예, 권력, 호기심, 두려움, 즐거움... 등의 의식을 넓게 깊히 확대시켜 볼 것을 독자에게 권하는 게 아닐까.

 

모든 것이 우주에 걸쳐있고, 시간에 걸쳐있는게 아니냐며, 그래서 나는 나를 이미 넘어선 존재임을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기발한 소설기법과 무한히 뻗어나간 사고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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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몇장은 회의가 들었다. 책이 워낙 두꺼웠기 때문이기도 하고

원래 남의 서평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로쟈'라는 이름을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

늘 하던대로 '100-나이'법에 의해 60페이지까지만 읽어보기로 했다.

('100-나이'법은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책을 계속 읽어온 사람이라면 100에서 자신의 나이만큼을 뺀 페이지 만큼만 읽으면 이 책을 계속 읽을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선다는 법칙? 인데, 딱히 설득력 있는 근거도 제시되지 않았었지만, 써먹어보니 정말 이 책을 더 읽어야 하나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 요긴했다.)

 

아무래도 이 책은 안 읽게 될 것 같다는 예감에서 계속 읽어내려가던 중 40페이지 쯤,

우리나라의 비독서문화는 매우 본능적인 데다 굳이 챛ㄱ을 읽어야 할 이유도 없으니, 책을 안 읽는 게 맞을 수도 있지만, 계속 책을 안 읽는다는게 또 매우 식상한 일이니, 안하던 일을 해본다는 취지에서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하는 의견 개진에서

어라,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니, 하고 놀랐고

56페이지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 대한 서평쯤에서는

고만 이 책을 사서봐야겠다는 구매충동까지 느꼈으니,

4페이지를 남기고 책과 나의 인연이 다시 이어지는 드라마틱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어렵기도하고, 게다가 그의 책들은 내가 거의 안 읽어본 것들이라 생소하기도 하고.

그래도 꾸역꾸역 다 읽어놨더니.

마지막 장을 넘길 때는

 

아, 많이 배웠다.

이런 배부름을 느꼈달까.

 

세상은 넓고 책은 많고

배운 사람도, 똑똑한 사람도 정말 많구나.

다시 한번 느끼고.

 

한 주일을 다 이 책에 바쳤지만,

아깝지 않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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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과 글쓰기에 관한 책을 각각 한권씩 읽었다.

<술먹는 책방> 북바이북은 한번 방문해보고 싶었다. 머릿속의 생각을 현실로 구현해 낸다는 것은 설레고, 근사한 일이다.

나도 그런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

그런데, <술먹는 책방>과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두 권 보두 글이 좀 실망스러웠다.

역시나 문장이 좋지 않으면 독서의 맛이 반감된다.

 

그런 갈증을 조금이나마 충족시켜준 것은 헤세의 <싯다르타>이다.

두말할 것 없이 나는 헤세의 팬이다.

나에게 헤세를 보여준 엄마에게 감사해야한다.

이렇게 또 엄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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