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OTHER SISTER

심심하던 주말 오후, 다이앤 키튼과 줄리엣 루이스가 주연이라는 설명을 보고 버튼을 눌렀다. 줄리엣 루이스는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인 샌프란시스코의 유명한 부촌 소살리토로 돌아온 22살의 처녀로 지능이 정상인보다 약간 떨어진다. 영화는 이 줄리엣 루이스가 수의사보조원이 되겠다는 야심찬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돈만 내면 입학이 되는 동네 전문대학에서 수업을 듣기 시작하면서, 같은 장애를 지닌 남자친구도 만나고 독립도 하고 심지어는 결혼도 하게 되는 이야기다. 장애인으로 태어날지라도 여피로 태어나야겠다,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도 하지만, 줄리엣 루이스의 (톰 행크스를 연상시키는!) 뛰어난 정박아 연기 때문에 끝까지 보지 않을 수 없는 영화다. 다이앤 키튼의 여피 아줌마 연기도 꽤 귀엽다.
귀주 이야기

공리가 얼마나 멋진 배우인지 이 영화를 보고서야 비로소 알았다. 동네 이장과의 말싸움 끝에 그가 남편의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찼다는 이유로 분개해서, 군으로 도로 시로 민원을 내러 다니고 계속 같은 판결이 반복되자 나중에는 변호사를 얻어서 형사소송까지 하게 되는 시골 아낙네 역을 얼마나 리얼하게 해내는지! 귀주의 목표는 보상금이나 형사처벌이 아니라 동네 이장에게서 단 한 마디, "미안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인데, 보상금은 얼마를 내든 그 놈의 미안하다, 는 소리는 또 절대로 못하겠다는 게 이장의 입장. 귀주는 시동생을 데리고 추수한 고추를 한 리어카씩 내다팔아가면서 경비를 마련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영화의 엔딩은 자못 가슴아리다.
그런데 영화 속의 당간부들은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인간적인지!
영화가 정부 예산으로 만들어져서 그런 것일까?
THE LITTLE BLACK BOOK

브리트니 머피의 연기는 그냥 범상한 수준이지만 조연으로 나온 홀리 헌터 때문에 놓칠 수 없는 영화다. 리얼리티 쇼란 대중에게 무엇인가, 하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흥미롭게 다룬 영화. 브리트니 머피는 케이블 쇼 제작회사의 신입, 정말로 유치찬란한 리얼리티 쇼 제작팀에서 활동한다. 쇼의 소재는 창녀였던 할머니의 과거, 남편이나 아내의 외도, 한쪽만 난장이인 부부, 등등. 브리트니 머피에겐 멋진 남자친구가 있는데, 그가 출장을 가면서 놓고간 팜 파일럿에는 그의 전 여자친구들에 대한 정보가 가득 차 있다. 직장동료이자 가까운 친구가 된 홀리 헌터는 그녀들을 만나보라고 자꾸만 충동질하는데. 영화는 주인공이 마침내 다이앤 소여와 함께 일하는 소원을 이루는 해피앤딩으로 끝나지만, 영화의 진짜 알맹이는 홀리헌터의 총지휘 하에 연출되는 리얼리티 쇼. 우리에게 리얼리티란 무엇인가? 알고 싶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 우리를 지배하지만 우리에 의해 조종되지 않는 것. 리얼리티 쇼의 승자는 민첩하고 영민한 기회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