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ime Traveler's Wife (Paperback)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 Harvest Books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아도 입고 있던 옷과 신고 있던 양말에 신발, 떼운 이빨의 아말감까지 홀연히 남겨놓고 졸지에 사라져버리는 남자가 있다. 끊임없이 현재에서 미끄러지는 남자. 예측불허의 과거와 미래에 맨몸으로 내동댕이쳐지는 남자. 무사히 현재로 귀환하는 순간이 올 때까지 살아남기 위해서 잠긴 가게 열쇠를 따고 옷을 훔치고 길거리에서 남의 지갑을 털어야 하는 남자. 그래서 매일 아침 뛰고 또 뛰는 남자.

이 남자에게 현재는 비누거품으로 한없이 미끈거리는 빨래판, 삶은 시간의 못된 농담 같다. 시간이 이 사람을 무작위의 좌표로 내키는대로 쓸려보낸다. 마치 아무렇게나 끊임없이 자신을 흘려보내는 사람들에 대한 복수처럼.

껌딱지처럼 현재에 들러붙어 사는 우리에게도 하지만 시간이 잔인스럽기는 매한가지다. 돌아가고 싶은 과거는 굳게 닫혀 있고 피하고 싶은 미래는 오징어 흡판처럼 우리의 목덜미를 움켜쥔다. 이쯤 되면 시간여행자 헨리의 곤란한 삶이 남의 일만도 아니다.

시간여행자 헨리와 우리처럼 평범한 그의 아내 클레어는 이 시간의 압제 하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고전적이게도 그 답은 사랑과 믿음이다. 그리고 시간과 함께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것. 헨리와 다시 한 번 조우할 것을 기다리면서 47년 동안 클레어는 무엇을 했을까? 82살이 된 클레어의 뒷모습이 담긴 마지막 책장을 덮는 독자를 궁금하게 하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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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02-13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복에 마시는 소주보다 알싸하게 마음을 홀리는 문장들입니다.
(우화처럼 읽힙니다만, 정확하게 감을 잡기는 어려운 책인걸요.)
검둥개 님. 반가워요. 학교공부에 바쁘셨던 건가요?
지금은 일도 하시고 학교도 나가시나요?
근황 페이퍼도 올려주실거죠?

비로그인 2006-02-13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간만에 님의 글을 읽으니 좋습니다. 그 표지도 책 내용과 딱 맞아 떨어지지요?

로드무비 2006-02-14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넣습니다.
책 표지도 님의 리뷰도 매력적이네요.^^

panda78 2006-02-14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보니까 이 책 번역본이 나왔더라구요.
리뷰 읽고 궁금했더랬는데, 얼른 보관함에 집어넣었습니다. ^^

산사춘 2006-02-16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렬하게 다가오는 리뷰여요. 저도 찜입니다.

검둥개 2006-02-17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 잘 지내셨어요? ^^ 잘 찜하셨어요. 읽고 재밌는 리뷰 써주셔요.

판다님 오랜만 오랜만 오랜만여요. ^ .^
덕분에 번역본 나온 걸 알구 거기다가 리뷰를 붙였어요.
근데 그래도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번역이 나왔다고 해서 기쁜 마음에 ~~ :)

로드무비님 표지가 예쁘죠?
저 두 신발의 대조가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Manci님 잘 지내셨지요? 님의 추천으로 읽은 책이잖아요. ^^
덕분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Namu님, 네 일도 하고 학교도 나가고 그래요. 요즈음에 영 정신이 없었답니다.
근황 페이퍼라... 쓸 수 있을까요? ;)

산사춘 2006-02-17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리뷰....... 제가 감히, 어찌 리뷰님을 쓸 수 있겄어요.
여기서 검둥개님 리뷰같은 막강 리뷰 잔뜩 봐서 눈만 높여놓았당께요.

검둥개 2006-02-20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제가 요즘 뻬빠를 못 쓰잖어요.
산사춘님 뻬빠를 보고 눈이 높아져서요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