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에 삼 주 정도 있다가 방금 돌아왔다. 샤워하고 짜파게티 끓여먹고 바로 접속! 나는 시댁에 간다고 해서 특별히 시집살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데 삼돌이 시중은 다 들어줘야 한다. 집에 가면 왕자로 돌변함.) 그래도 역시 집에 오니까 살 것 같다.
성탄 직전에 갔는데 성탄절날 친척 애들하고 놀아주다가 감기 걸려서 쓰러지고, 겨우 나은 다음에는 입병 나서 또 고생하고, 입병이 좀 잡히나 하니까 그 다음엔 왼쪽 눈이 근질근질해서 혹시 다래끼라도 날까봐 노심초사하다가 휴가를 다 보냈다. 한 주에 병 하나씩 해치운 셈이라고나 할까. --.--;;; 성탄 트리 옮기다가 삔 허리는 아직두 아프누나. 그 여파로 살은 안 빠지고, 얼굴만 처참한 몰골이 됐다. 꺼이꺼이.
휴가 동안 기억에 남았던 것은 역쉬 알라딘에 새해 첫 주문을 냈던 일과, 시집에서 나의 버섯전골을 요리해 시어머니의 찬사를 받았던 것이다. 사실은 과거에 시집에서 요리 함 해보인다고 하다가 (왜 그랬을까! --.--;;;) 부엌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도망가야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전골을 만들 때는 요리에 쓴 시간보다 부엌에서 요리하면서 카운터에 생기는 얼룩 닦는 데 쓴 시간이 더 많았다. 퇴근해서 돌아온 시어머니는 일단 부엌부터 체크하고 깨끗한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골은 그런데 정확히 얼마나 더 만들어야 하는지 몰라서, 먹은 것보다 남은 양이 더 많았다.
여기저기 아프다보니 당연히 시내에는 한 번도 안 나가고 돌아올 뻔 했는데 선배언니에게서 전화가 와서 모처럼 한인타운으로 짜장면도 먹으러 가고 소호의 일식 주점에서 술도 마셨다. 크크크.
나는 그런 일식주점이 이 곳에도 있으리라고 상상을 못했는데, 선배가 어디서 보고 주소를 적어온 것이다. 예전에 다니던 대학 근처에 있던 장소와 메뉴도 대충 비슷했고 무엇보다 진로 참이슬이 있다는 사실에(!) 기절할 정도의 감동을 금치 못했다. 그런데 가격은 한 병에 12불(12,000원)! 겁나게 비싸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리? 일단 참이슬 한 병 시켜놓고 정종하고 같이 돌아가며 마셨다. 메뉴 중에 조개국이 있었는데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된장이 약간 섞여서 맛은 떨어졌다. 김치 나베라는 안주가 일품이었는데 김치에 콩나물과 돼지고기를 넣고 끓인 그러니까 김치찌개였다! ^^ 국물이 조금 뿐이어서 상당히 애석했다.
어쨌건 그 날 코 삐뚤어지게 마시고 다음날 숙취로 무지하게 고생했다. 선배는 말짱했다고 함. 어쨌건 무척 뿌듯한 날이었다. 이 곳에서 한국식으로 술 마시고 늦은 밤에 귀가하여 뻗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왜 이 동네에는 그런 술집이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