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The Corporation)은 우연히 보게 되었지만 두시간 반이나 되는 길이에도 질리지 않고 진지하게 시청했던 다큐 영화였다. 지금 알라딘에서 검색을 해봤는데 안 뜨는데. 우리나라에도 수입되었는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소개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다큐멘터리라서 여기에다 몇 자 남긴다.

볼리비아의 국가부채가 증가하자 WTO가 그 나라의 수도공사를 사유화하라고 명령했다. 그 결과 볼리비아의 수도는 미국기업 BECHTEL의 지배 하에 놓이게 되었다. 자, 가구당 하루 평균 소득이 8달러에 불과한 볼리비아인들은 이제 마실 물, 세수할 물, 밥 지을 물을 사기 위해 하루 소득의 1/4인 2불을 매일 물값으로 낼 것인가 말 것인가의 선택에 처하게 되었다. 참다 못한 볼리비아인들은 "물은 우리의 것", 이라며 거리로 나섰지만 BECHTEL기업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그들을 막아서고 되려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자국 군대와 맞서야 했다. 수많은 사상자를 낸 (수많은 10대 후반의 젊은이들이 그 결과 불구가 되었다) 저항의 결과 볼리비아에서 BECHTEL은 철수했다. 그 덕분에 제 3세계에서의 수자원 사유화는 중단되었다, 고 다큐필름이 적을 때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볼리비아인들이 용감하게 물은 우리의 것, 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더라면 정말이지 어쩔뻔 했단 말인가!

몬센토사는 우유를 생산하는 소들에게 주사해서 생산되는 우유의 양을 늘릴 수 있다는 성장호르몬을 만들어냈다. 불행히도 그 호르몬은 소들에게 엄청난 고통과 병을 안겨줄 뿐 아니라, 인간의 몸 속으로 들어가서는 암을 유발하는 큰 위험을 지닌 물질이었다. 그러나 몬센토사는 미국의 수많은 교수와 연구자와 심지어 정부기관 FDA까지 그 호르몬 사용을 승인하게 만들었다. (도대체 이런 사기는 어떻게 치는 걸까!) 게다가 바로 그 동일한 호르몬이 유럽과 캐나다에서는 불법으로 사용금지되었는데도!  폭스 사의 일군의 기자들이 이 사실을 파헤쳐냈고 추악한 진실을 드러내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몬센토사는 폭스 사를 고소하겠다고 협박했고 ,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산하에 있는 폭스 사는 당연히 광고비 수입을 잃을 것이 두려워 그 다큐멘터리를 83번이나 편집하게 한 뒤 (편집의 내용이란 호르몬이 유발하는 암, 이라는 구절을 이를테면 호르몬이 유발하는 건강문제, 라는 식으로 말바꾸기) 기자들을 매수하고 협박하고 결국에는 해고했다.

이 사건에 관련된 기자가 보스인 편집자에게 이런 항의를 했다고 한다. "이건 사실에 입각한 뉴스입니다. 시청자들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어요." 그러자 그 편집자가 이런 답변을  했다고 한다. "우리가 뉴스에 돈을 얼마나 쓰는지 아나? 무려 2800만불이야. 뉴스란, 우리가 뉴스라고 말하고 내보내는 것이다!"

이것들은 이 필름에 등장하는 많은 끔찍한 이야기들 중 오직 몇가지에 불과하다. 기업은 법적으로는 개인으로 간주되지만 그 목표는 오직 이윤의 최대화일 뿐이다. 법적으로 개인의 권리를 다 보장받는다고 해서 기업에게 개인이 지니는 양심 따위는 없는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래서 기업이 개인이라면 분명 사이코라고 진단한다.

이 필름에 등장한 주식거래자 하나는 9-11과 걸프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 사태를 조금이라도 가볍게 여기고자 하는 마음은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친 정말로 끔찍한 일이었죠. 그러나 내가 아는 주식거래자들 중 그 누구도 그 끔찍한 소식을 접하던 바로 그 순간 바로 이 한가지 생각 외의 다른 생각을 한 사람은 없습니다. 그 생각이란 바로 '이 사건으로 인해 금 가격이 얼마나 올랐나?' 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내 고객들은 전부 금에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막대한 이익을 올렸죠. 걸프전 때도 똑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석유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아십니까? 14불에서 무려 40불로 뛰었죠. 주식거래자들은 모두 사담이 뭐든 나쁜 짓을 했으면, 그래서 그 나라 위로 미사일이 비내리듯 쏟아지기만 했으면, 하고 기도하다시피 했죠. 그리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어요. 위험 속에 우리 같은 사람들의 기회는 있는 겁니다."  사람들이 폭탄과 총알 세례를 받으며 죽어넘어가는데 위험 속에 있다는 기회는 무슨 썩을 넘의 기회!

볼리비아의 수자원 회수 운동을 이끈 오스카 올리베라 (Oscar Olivera, The Coalition in Defense of Water and Life )나 마이클 무어는 그래도 참여 속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마이클 무어 왈, "제 다큐멘터리는 모두 기업의 활동을 비판하는 겁니다. 그래도 제 영화가 영화관에 걸리고 디비디로 팔리고 테레비에 나와요. 기업이란 당장에 이윤만 남으면 나중에 거기에 자기가 목매달리게 될 동아줄까지 파는 사람과 같습니다. 저는 제가 그 동아줄의 일부이기를 바랍니다."  혹자는 마이클 무어가 너무 나이브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는 그가 멋있기만 했다. 그는 대기업의 오너들에게 찾아가서도 이렇게 대뜸 묻는다. "얼마면 충분합니까? 어느 정도를 가져야, 어느 정도를 써야, 어느 정도를 소유해야 충분합니까? HOW MUCH IS ENOUGH?" 이것은 진정 나이브한 질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이브한 질문이라고 해서 중요하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이 다큐는 동명제목을 한 책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 모양이다. 그것도 나는 다큐멘터리를 본 후 그 곳에 소개된 웹 사이트  http://www.thecorporation.com 에 들어가보고서야 알았다. 다큐멘터리에는 유명한 석학 노암 촘스키라든가 NO LOGO같은 책을 쓴 나오미 클라인 등 잘 알려진 연구자들이 등장하며 대기업의 CEO들도 등장한다. 책도 꼭 읽어볼 참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데 뭘 알아야 백전일승에 일조라도 할 게 아닌가?) 관심있으신 분들 꼭 보세요... (자막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

The Corporation    The Corporation : The Pathological Pursuit of Profit and Power

      DVD로 나온 다큐 필름        /        책   
     (이미지는 아마존에서 가져왔습니다)
      http://www.thecorporation.com

 

The FILM: SYNOPSIS

THE CORPORATION explores the nature and spectacular rise of the dominant institution of our time. Footage from pop culture, advertising, TV news, and corporate propaganda, illuminates the corporation's grip on our lives. Taking its legal status as a "person" to its logical conclusion, the film puts the corporation on the psychiatrist's couch to ask "What kind of person is it?" Provoking, witty, sweepingly informative, The Corporation includes forty interviews with corporate insiders and critics - including Milton Friedman, Noam Chomsky, Naomi Klein, and Michael Moore - plus true confessions, case studies and strategies for change.

Winner of 24 INTERNATIONAL AWARDS, 10 of them AUDIENCE CHOICE AWARDS including the AUDIENCE AWARD for DOCUMENTARY in WORLD CINEMA at the 2004 SUNDANCE FILM FESTIVAL. The long-awaited DVD, available now in Australia and coming in March to North America, contains over 8 hour of additional footage.

The film is based on the book The Corporation: The Pathological Pursuit of Profit and Power by Joel Bak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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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5-12-20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인스턴트 믹스 제국주의'라고 하더군요. 하나 사면 하나는 공짜는 주니까 다들 몰려들지만, 실은 하나값에 두 개 이상의 가격이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이요, 이렇게 몸을 부풀린 거대기업의 싹쓸이 작전으로 이후에는 몰려든 사람들이 하나 사면 하나는 꼭 더 사야만 하는 독점술이라는 게 제가 보는 세계화의 진실입니다. 이런 거대기업의 명단이, 내용이 공개되어야겠지요. 저도 자료를 모으는 중입니다. 벡텔, 쉐브론, 할리버튼, 영국석유공사(BP), 코카콜라, 펩시, 맥도날드, 아서 앤더슨, 메릴 린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검둥개님 저 돌아왔쪄요. 반겨주실 거죠? 좋은 내용 감사해요. 퍼가렵니다^^*

blowup 2005-12-20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와우. 정말 정신이 번쩍 나는 다큐였겠어요. 소개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검둥개 님은 부지런도 하시지. 보구서 바로 이런 페이퍼를 올려주시니.
검둥개 님이 재미난 책 번역하시면 좋겠다, 는 생각이 들어요.

검둥개 2005-12-20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저의 어쭙잖은 글을 읽어주시니 제가 감사할 따름이죠. ^ .^
글쎄 말이예요. 번역하구 싶은 재밌는 책의 목록이 많은데 ㅎㅎ

와아 돌바람님, 반가와요 반가와요!!! ^_______^* 당근 퍼가셔도 됩니다. 누군가 읽어줄까 해서 쓴 글인걸요. 다큐멘터리 자체가 제 글보다 훠얼씬 더 재밌으니 기회가 되시면 꼭 보셔요. 요즘 글로벌 기업들의 친환경 정책 역시 이미지 관리일 뿐이라는 대목도 나온답니다. 무한 이윤 추구라는 기업의 본성상 기업이 공공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사회적 공헌에는 한계가 있다는 거죠. 현대인의 많은 수는 좋든 싫든 기업을 위해 일하거나 기업이 만들어내는 생산품에 둘러싸여 소비자로 살아가는 마당이라 기업이라는 개체에 대해 좀더 반성적인 태도를 갖고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줄리 2005-12-21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본 사람들은 다 괜찮다면서 강추를 하네요. 빌려서라도 꼭 봐야겠네요.

검둥개 2005-12-23 0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님 저두 대여해서 봤답니다. ^ .^ 꼭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