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 지붕에 대하여  (안도현)

  양철 지붕이 그렁거린다, 라고 쓰면
  그럼 바람이 불어서겠지, 라고
  그저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삶이란,
  버선처럼 뒤집어볼수록 실밥이 많은 것
 
  나는 수없이 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이었으나
  실은, 두드렸으나 스며들지 못하고 사라진
  빗소리였으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절실한 사랑이 나에게도 있었다
 
  양철 지붕을 이해하려면
  오래 빗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맨 처음 양철 지붕을 얹을 때
  날아가지 않으려고
  몸에 가장 많이 못자국을 두른 양철이
  그놈이 가장 많이 상처 입고 가장 많이 녹슬어 그렁거린다는 것을
  너는 눈치채야 한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은 증발하기 쉬우므로
  쉽게 꺼내지 말 것
  너를 위해 나도 녹슬어가고 싶다, 라든지
  비 온 뒤에 햇볕 쪽으로 먼저 몸을 말리려고 뒤척이지는 않겠다, 라든지
  그래, 우리 사이에는 은유가 좀 필요한 것 아니냐?

  생각해봐
  한쪽 면이 뜨거워지면
  그 뒷면도 함께 뜨거워지는 게 양철 지붕이란다

 

[사진은 구글에서]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로드무비 2005-10-28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안 달리는 페이퍼.
에디터로 써야.....
양철지붕에 비 후두둑 쏟아지는 소리 참 좋았어요.^^(끈질긴 로드무비.)


가시장미 2005-10-29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해요.

검둥개 2005-10-30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정말로 댓글이 안 달리는군요. 에디터로 씁니다. 되나 볼까요? 아자!


검둥개 2005-10-30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증말증말 희한하네요. 왜 에디터로 써야만 댓글이 달릴까요. 우어어~~~
지기님께 고쳐달라 해야겠습니다.
끈질기게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저두 양철지붕에 비 떨어지는 소리 겁나게 좋아해요 ㅎㅎ ;)

장미낭자, 돌아와서 기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