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장어집 풍경 (이상호)
곰삭은 낙엽에서 청국장 냄새가 나면
스스로 허물 벗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고달프고 지친 하루를
벌거숭이 속살로 비비대면
서러움도 아픔도 쌈장에 싸여
한입에 어제로 넘어간다.
소주 몇 잔에 숯불처럼 달아오른
육덕 푸짐한 여자
축 늘어진 곰장어를 가위로 장둥장둥 자르며
그 인간, 바람을 피웠으면 들키지나 말지
연기가 맵다고 눈을 닦는다.
움찔하던 나도 물수건으로 얼굴을 닦는다.
옥죄던 넥타이 헐렁하게 풀고
김과장 이부장 거래처 박사장
석쇠에 올려놓고 지글지글 볶아대던
샌님 같은 남자,
고개를 떨군며 그래도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술잔을 비운다.
나도 영혼을 헹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