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있는 사람 (허수경)
환멸아, 네가 내 몸을 빠져나가 술을 사왔니?
아린 손가락 끝으로 개나리가 피는구나
나, 세간의 블록담에 기대 존다
나, 술 마신다
이런 말을 듣는 이 없이 했었다
나, 취했다, 에이 거지같이
한 채의 묘옥과
한 칸의 누울 자리
비천함!
아가들은 거짓말같이 큰 운동화를 사신었도다
누군가 노래한다
날 데려가다오, 비빌 곳 없는 살 속에
해 저문 터진 자리마다 심란을 묻고
그럴 수 있을까,
날 데려가다오
내 얼굴은 나를 울게 한다
아팠겠구나, 에이, 거지같이
나 말짱해, 세간의 블록담 위로
구름이 흩어진다 실밥같이 흩어진
미싱 바늘같이 촘촘한
집집마다 걸어놓은 홍등의 불빛, 누이여
어머니,
이 세간 혼몽에 잘 먹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