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들 (박정대)


너를 껴안고 잠든 밤이 있었지, 창밖에는 밤새도록 눈
이 내려 그 하얀 돛배를 타고 밤의 아주 먼 곳으로 나아
가면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에 닿곤 했지, 산뚱 반도가 보
이는 그곳에서 너와 나는 한 잎의 불멸, 두 잎의 불면, 세
잎의 사랑과 네 잎의 입맞춤으로 살았지, 사랑을 잃어버
린 자들의 스산한 벌판에선 밤새 겨울밤이 말달리는 소
리, 위구르, 위구르 들려오는데 아무도 침범하지 못한 내
작은 나라의 봉창을 열면 그때까지도 처마 끝 고드름에
매달려 있는 몇 방울의 음악들, 아직 아침은 멀고 대낮과
저녁은 더욱더 먼데 누군가 파뿌리 같은 눈발을 사락사락
썰며 조용히 쌀을 씻어 안치는 새벽, 내 청춘의 격렬비열
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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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5-10-05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 크아악~~ 담주 중에 무위도에 다녀올건데 나는 왜 이리 늙어버렸는지...

검둥개 2005-10-05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덩달아 크아악~~~ ^^ 무위도요? 와? (어디 있는 섬여요?)

로드무비 2005-10-0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가 이 시에서 나오는구만요.
박정대 시인의 우울한 외모도 시인으로서의 매력에 한몫했다죠.

검둥개 2005-10-05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좀 걸렸지만, 찾기는 찾았습지요. ^ .^ 으흐흐 전 이제 시인의 외모 같은 건 안 따지는 아줌마라고 말하고 싶지만, 과연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헤헷 =3=3=3

돌바람 2005-10-06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녀와서 사진이 생기면 올려볼게요. 지금 일하는 속도로 봐선 갈 수 있을라나 모르겠지만... 인천에서 들어가는 섬이라 서울서는 좀 가까운 편이에요.

검둥개 2005-10-06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올려주세요. 섬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