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황인숙 )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무관심의 빵조각이 퉁퉁 불어 떠다니는
어딘지 알 수 없는 음습한 호수에서.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우리는 철새처럼.

플라타너스야, 너도 때로 구역질을 하니?
가령 너는 무슨 추억을 갖고 있니?
나는 내가 추억을 구걸했던 추억밖에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굴욕스런 꿈속에 깨어 있다 잠이 들고
자면서도 나는 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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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9-05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 참 슬픈 시예요.
자면서도 졸립다니!
추억을 구걸했던 추억밖에 갖고 있지 않다니!
다시 읽어도 좋습니다.^^

플레져 2005-09-05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나도 추억을 구걸했던 추억밖에 없으니...ㅠㅠ

검둥개 2005-09-05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저도 자면서도 졸린데요... 시적으로 그런 게 아니고 문자 그대로 그래서 곤란해요 ^^;;;

플레져님 이 시를 읽으니 저의 과거가 전부 추억을 구걸하던 추억인 것만 같아 마음이 좀 저릿저릿했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