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아버지 (최승자)
눈이 안 보여 신문을 볼 땐 안경을 쓰는
늙은 아버지가 이렇게 귀여울 수가.
박씨보다 무섭고,
전씨보다 지긋지긋하던 아버지가
저렇게 움트는 새싹처럼 보일 수가.
내 장단에 맞춰
아장아장 춤을 추는,
귀여운 아버지,
오, 가여운 내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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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귀여워보일 때 시인에게는 무슨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을까.
아마 세상 다 살았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귀엽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도, 동정한다는 것도, 공감한다는 것도 아니다.
귀엽다는 것은, 아마도 쓸쓸하다는 것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