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아버지 (최승자)

 

눈이 안 보여 신문을 볼 땐 안경을 쓰는

늙은 아버지가 이렇게 귀여울 수가.

박씨보다 무섭고,

전씨보다 지긋지긋하던 아버지가

저렇게 움트는 새싹처럼 보일 수가.

 

내 장단에 맞춰

아장아장 춤을 추는,

귀여운 아버지,

 

오, 가여운 내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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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귀여워보일 때 시인에게는 무슨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을까.

아마 세상 다 살았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귀엽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도, 동정한다는 것도, 공감한다는 것도 아니다.

귀엽다는 것은,     아마도 쓸쓸하다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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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5-24 1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저도 요즘 아버지를 보며 이런 느낌,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러면서도 가슴 한켠이 많이 시리구요...

검둥개 2005-05-25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가슴 따땃하게 만들 시를 찾고 있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