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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은 장단점이 있는 풍속세태소설이자 (여성의 경험을 여성 스스로의 관점에서 다룬다는 의미에서) 페미니즘 소설이다. '그 남자'와의 연애담은 그 사건이 일으킨 주인공의 의식세계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일 뿐이어서 아슬아슬하고 안타까운 연애소설을 기대하는 독자들은 실망할 것이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징그러울 정도로 솔직하게 자신과 주변인들을 관찰하고 기술하는 여성 캐릭터이다. 박완서 소설에서 유사하게 반복되어 등장함에도, 이 캐릭터는 현재까지의 한국 소설에서는 여전히 주목되는 인물상이며, 박완서의 문장은 이 강력하고 복합적 주인공 캐릭터를 피와 살을 갖춘 인물로 완벽하게 재현한다. 반면 주변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일면적인 캐릭터로 남겨지며 그들간의 관계 역시 어긋나거나 부재하거나 한다. (e.g. 춘희와 주인공, 시어머니와 주인공) 그리고 이 어긋남과 부재는 의도적으로 계획된 것이라기보다는 작가의 주의소홀로 인한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마지막으로 소설적 완성도에 있어서는 플롯과 의미적 상징구조에 있어서의 느슨함이 무엇보다 아쉽다. 그 남자가 실명을 하게 되는 기이한 사건은 소설 전체를 아우르고 주제를 선명히 하나로 모으는 중심사건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 실패한다.
결론적으로 주인공의 캐릭터와 이를 뒷받침하는 문장은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플롯의 느슨함과 다른 여성인물들 및 그 남자의 인물탐구가 소홀히 된 점은 안타까운 약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