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때문에 한동안 저녁마다 뉴스 채널을 틀어놓고 살다시피 했는데 막상 민주당 후보인 오바마가 두자리 숫자대로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좀 김이 빠져 요즘은 보는 둥 마는 둥이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사라 패일린의 갖가지 스캔들도 한동안이나 재미있었지 길어지니 왠지 물린다. 아줌마, 실수도 실수 같은 걸 해야지! 선거비용으로 150000불 어치의 옷을 샀대나.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맥케인의 대답은 "She needed clothes."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는 대꾸가 아닐 수 없다.
지역활동가라는 배경에 비해서는 너무 양같은 이미지를 보이는 오바마가 왠지 미덥지 않았는데, 역사상 유례없이 튼튼한 선거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논평을 들으니 흠? 재고를 하느라 눈썹이 올라간다. 하지만 그 엄청난 양의 선거자금이 다 어디서 나왔는지 너무 궁금하기만 하다. 당선된다고 해도 갈 길이 첩첩산중이라 무슨 정책을 써서 경제를 복구할 계획인지?
어쨌든 이런 역사적인 모멘트 와중에 백수로 구직활동을 벌이며 스트레스를 받다가 어제 동네 영화관에 더블유를 보러 갔다. 통쾌한 풍자를 기대하고 갔는데, 좀 김빠지는 휴마니스트 류의 내용이었다. 대부분이 조지 더블유 부시와 조지 부시 씨니어 간의 부자간 갈등과 애증 관계에 촛점을 맞춘.
부자간 갈등도 좋고 더블유의 개인적 고뇌(?)도 뭐 좋다마는, 세상에 걱정 없고 문제 없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세계 경제가 장마철에 흙담 무너지듯 무너지는 이 시점에 더블유의 부자 갈등에 한 시간 반을 투자해야 한담?
하지만 영화 평론가 로저 이버트는 나와는 전혀 다른 의견. 이버트에 따르자면, 더블유는 아주 인상적인 영화란다.
http://rogerebert.suntimes.com/apps/pbcs.dll/article?AID=/20081015/REVIEWS/810150285
"올리버 스톤의 부시 대통령을 다룬 전기영화, 더블유는 매우 인상적이다. 다른 말로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로. 나는 이 불쌍한 부잣집 아이의 알콜중독적 청년기와 고통스런 성년기를 보여주는 영화 스토리에 깊이 빠져들었다. 이 영화는 피터 원칙* 의 희생자가 겪는 비극의 이야기이다. 아버지 조지 H. W. 부시의 힐난과 조지 W, 부시의 동생 젭에 대한 편애에 상처를 받아 조지 W. 부시는 정치적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고 올라 마침내는 부시 가문의 유산에 흠집을 내기에 충분할 정도로 정치적으로 막강한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고, 이 영화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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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에 기반한 전쟁과 붕괴된 경제라는 그의 정치유산만 아니었더라도 이 영화를 감상한 이들은 조지 W. 부시를 향해 일말의 동정심을 품을지 모른다. 이 영화는 그를 대통령의 역할을 수행하기 부족하게 무능하고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를 인형조종하듯 한 딕 체니와 칼 로브에 의해 정치인으로 만들어진 인간으로 묘사한다. 그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얼마나 한심스럽게 자신이 대통령의 역할을 수행했는지를 그는 결코 깨닫지 못하리라는 점일지 모른다. 어떻게 그 자신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그는 오직 신의 의지를 따라 대통령이 되었을 뿐인데. "
(피터원칙: 수직적 조직에 고용된 각 개인은 그 자신의 무능함의 정도만큼 승진하는 경향이 있다. )
흠, 그렇단 말이지? 신의 의지를 따르는 것도 따르는 것 나름이지!!! 세계 경제가 무너지는 마당에 지금 더블유의 외디푸스 컴플렉스 따위를 우리가 걱정해야 된단 말씀? 하여 나의 감상을 쓰자면,
"올리버 스톤의 부시 대통령을 다룬 전기영화, 더블유는 무척 실망스러웠다. 다른 말로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로. 나는 이 불쌍한 부잣집 아이의 알콜중독적 청년기와 고통스런 성년기를 보여주는 영화 스토리가 형언할 수 없이 지루했다. 아버지 조지 H. W. 부시의 힐난과 조지 W, 부시의 동생 젭에 대한 편애에 상처를 받아 조지 W. 부시는 정치적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고 올라 마침내는 부시 가문의 유산에 흠집을 내기에 충분할 정도로 정치적으로 막강한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고, 이 영화는 주장한다. 하지만 내 생각엔 Get over it! 고마 질질 짜고 정신 차려라! 세상 사람 중에 애정을 듬뿍 쏟아주고 자식을 지지해주는 아버지가 뭐 얼마나 많다고!
사기에 기반한 전쟁과 붕괴된 경제라는 그의 정치유산만 아니었더라도 이 영화를 감상한 이들은 조지 W. 부시를 향해 일말의 동정심을 품을지 모른다. 허걱! 동정할 사람이 따로 있지. 대통령이 되어 나라와 함께 세계를 말아먹는 데 공헌한 무능력자에게는 책임을 묻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이 영화는 그를 대통령의 역할을 수행하기 부족하게 무능하고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를 인형조종하듯 한 딕 체니와 칼 로브에 의해 정치인으로 만들어진 인간으로 묘사한다. 그의 유일한 장점이라면 얼마나 한심스럽게 자신이 대통령의 역할을 수행했는지를 그는 결코 깨닫지 못하리라는 점일지 모른다. 어떻게 그 자신을 비난할 수 있겠는가? 그는 오직 신의 의지를 따라 대통령이 되었을 뿐인데. 누가 부시 찍고 또 찍어서 당선, 재선 시켰지? 올리버 스톤, 그런 배경을 좀 넣었으면 영화가 훨씬 흥미롭지 않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