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네살박이 멍멍이 해리가 아주 산책만 나갔다 하면 땅바닥 냄새 맡는 데 홀려서 도통 걸을 생각을 안 한다. 나는 운동 좀 하려고 나왔는데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는 고약한 놈이 아닐 수 없다. 열심히 걸어가려고 하는데 뒤에서 발을 잡는 격이다. 제 맘대로 아무데서나 스톱을 외치는 해리 때문에 내 무릎은 결딴이 났다.

씩씩거리며  개끈을 내쪽으로 잡아당기면 아예 엉덩이를 땅바닥에 딱 붙이고 절대로 안 움직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다. 거의 일 분에 한 번씩 이러니 걷는 게 걷는 게 아니고 무슨 전쟁 치르는 것 같다. 다른 개들은 다들 주인보다 빨리 못 가서 개끈을 앞으로 잡아당기는 게 문제라는데, 우리집 개는 도통 어디로건 가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며 그저 있는 데서 땅바닥에 떨어진 음식 부스러기 냄새 맡느라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인터넷으로 서치를 해봐도 걷는 데는 관심이 없고 냄새 맡는데 정신이 팔린 개 훈련시키는 방법에 대한 내용은 안 나오고. 해서 네이버의 지식과 유사한 사이트에 가서 전문가에게 질문을 했다.

전문가 왈, 당신네 개는 주의산만증이니까 주의 집중 리더쉽 훈련을 하란다.
훈련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개 이름을 부른다.
개가 당신에게 주의를 집중하면 눈을 오초간 맞춘다.
개가 이에 성공하면
큰 소리로 칭찬해주고
진짜 맛있는 과자를 준다.

(훈련 전에는 과자가 수중에 있다는 것을 절대 모르게 해야 효과가 있다.)

그래서 해보기로 했다.
우선 해리 과자가 있는 부엌으로 가서 찬장에서 과자를 꺼냈다.
분명히 안방에 있던 놈이 그새 귀신 같이 냄새는 맡고 바로 옆에 와서 눈을 빛내며 서 있다.
수중에 과자가 있다는 것을 모르게 하기는 다 틀렸다.

마루로 가서 해리를 불렀다.
평소엔 들은척 만척 하는 넘이 이미 과자가 있다는 걸 알고 아주 꼬리를 흔들며 달려온다.

이름을 딱 부르고 눈맟춤을 시도했더니
이 자식이 내 눈은 안 보고 내 손의 과자만 보고 있다.

눈을 봐라 눈을 하고, 손가락으로 내 눈을 친절하게 가리켜 줬다.
열성이 지나쳐 해리는 점프를 한다.
두 앞발로 내 안경을 뚝 떨어뜨렸다.




아으............................................................................



내가 정말 몬살아...........................................................................



훈련은 여기서 더욱 빗나가 이 넘의 개가 이제 내 옆 아주 진을 치고 서서 이분에 한 번씩 과자 달라고 으르렁거리고 있다. 그래 그냥 주의산만으로 살아라. 에구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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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20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으... 메인사진 너무 귀엽습니다...!
저도 전에 큰녀석(말라뮤트) 키울때 훈련시키는 것 때문에 책 참 많이 봤었는데
휴, ㅎㅎ 감회가 새로워요. 훈련 잘되시길요 :)

검둥개 2007-08-23 10:35   좋아요 0 | URL
어머 체셔고양이님 말라뮤트를 훈련시키셨군요 ^^ 제가 원래 좋아하는 멍멍이 종류가 커다랗고 북실북실한 넘들인데. 말라뮤트들은 참 잘 생기고 영특해요. 저희 집 해리는 참 잘 생기긴 했는데 영특하고는 좀 거리가 머네요. 에고에고.
사진은 사진기가 좋아서 덕분에 잘 나온 거 같아요. 헤헤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