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삼돌이나 나나 먹을 것을 무척 밝히는 편이다. 밥 먹을 때에도 네 접시에 음식이 더 많네, 내 접시에 음식이 더 적네, 하고 매일 싸우는데 삼돌이는 그럴 때마다 너랑 나는 사이즈가 다른데 어떻게 똑같이 먹으려고 하냐, 하면서 분통을 터트린다.
아니, 밥 먹을 때 말고는 항상 내가 더 뚱뚱하다면서 어떻게 그렇게 식사 때만 입장이 확 바뀌나?
식사를 하고 나면 그걸로 또 끝나는 게 아니고, 이번에는?단 것을 가지고 경쟁을 해야 한다. 여기서도 또 삼돌이와 나의 스타일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같은 것을 삼돌이는 하루에서 이틀 사이에 한꺼번에 해치우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장 보러 가서 달달한 것을 사오면 이틀이면 전부 동이 나고 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두고두고 조금씩 먹으면서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울적해지거나 하는 혹간의?비상시에 대비하는---비상시에는 집에 있는 단 것이란 단 것은 전부 먹어치워야 하므로 평소에 다 먹어버리면 큰 일 난다---나와 삼돌이 사이에 단 것에 관한 한 평화가 있을 수 없다. 나는 맛만 한 번 본 것이 다음 날 흔적도 없이 삼돌이의 뱃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허나 먹는 문제에 관한 한 먼저 먹는 사람이 무조건 이긴다는 것이 진리라, 내가 아무리 불평불만을 한들 삼돌이의 버릇이 고쳐질 리 만무하다. 삼돌이의 명대사는 무조건, 아쉬우면 없어지기 전에 먹어라.
결국 세 살 버릇 여든 가고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나는 좋아하는 과자를 몰래 사서 옷장에 숨겨 놓고 삼돌이가 안 볼 때마다 하나씩 먹기 시작했다. 원래 좋아하는 과자라도 몰래 먹으면 더 꿀맛이다. 삼돌이가 모르는 데 숨겨 놓았으니 하나씩만 먹으면 한 상자도 오래 간다. 장 보고 이틀 후면 단 것이 다 떨어진 집에서 혼자 과자 먹는 그 쾌감과 만족!
다만 단점이 있다면 제 집 한 가운데서 몰래 숨어 과자를 먹는 상태가 된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커서 이런 어른이 되다니, 어린 시절의 나에게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번민과 자책으로 시절을 보내던 어느 날 직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진리.
남들도 다 자기 집에?나홀로용 과자만 몰래 숨겨 놓는 자리가 있다는 사실!!!
아줌마 사서들이 모여서 수다를 떠는데, 누구는 부엌 찬장 구석에 식구들 아무도 모르게 초콜렛을 숨겨 놓고 먹는다고 하고, 누구는 옷장 서랍 아래에다 쿠키를 은닉하며, 누구는 세탁실 선반 뒤에 단 것을 감추어둔다는 소리가 꽤 떨어진 내 책상 자리까지 쩌렁쩌렁하게 다 들리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식구들 몰래 집안 구석에 과자를 숨기는 것은 남들도 다 하는 일상사였던 것이다. 그러게 부끄러울 일도 하나 아니건만 그 동안 괜히 쓸 데 없이 왠 고민은 그렇게 했담!
아는 것이 힘이다.
그 날 저녁 나는 과자를 두 박스 더 사 가지고 (이보다 더 사면 가방이 불룩해져서 표난다) 삼돌이가 부엌에서 요리하는 동안 옷장 속의 배낭에다가 과자를 숨겼다. 이렇게 든든하고 게다가 떳떳하기까지 할 수가! 그런데 해리가 자꾸 옷장에 눈길을 주는 것이 아무래도 녀석은 아는 것이다, 나의 비밀을.
어쨌거나, 이렇게 해서 나는 깨달았다. 부부 사이에도 자식 간에도?양보할 수 없는 단?것에의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그런데 삼돌이도 나 몰래 숨겨 놓은 단 것이 있는지 은근히 궁금해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