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애원
권주현 지음 / 데이즈엔터(주)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로맨스 소설을 읽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 눈을 피해가면서 읽었던 하이틴 로맨스 할리퀸 로맨스, 그러니까 맨날 외국의 가슴에 털달린 남자와 신데렐라 여자 이야기 이후로 처음인 듯하다. 난 로맨스 소설들은 아직도 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네... 우리나라 작가 것도 많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드라마, 미니시리즈 한편의 느낌이다.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들 한쪽만 바라본다. 다른 사람이 자기를 바라봐줄 때 꼭 자기는 또 다른 사람을 바라본다. (들어가서 한대 때리면서 이쪽 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상혁이 윤경을 보는 동안, 영주는 상혁을 보고, 상혁이 마침내 영주를 볼 때 상처입은 영주는 도망간다. 그렇게 도망간 영주를 보는 준우가 있고, 준우만 바라보는 영주의 친구 지민이 있고... 아, 지민을 바라보는 준우의 동생 영우. 그리고 영주 오빠네의 또다른 해바라기 사랑...
이렇게 풀어놓으니까 무지 복잡한데 읽는 중간엔 몰입된다. 영주 때문에 무지 답답하고, 상혁 때문에 열받고... 왜 이렇게 하나같이 힘든 사랑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마음 아팠다. 그까이꺼, 사랑이 뭐라고, 그냥 대충 사랑하고 대충 살지...
가슴 아픈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날리는 대사 하나하나는 정말 예술이다.
선물이에요. 내가 지금 당신에게 줄 수 있는 선물.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기다림을 선물로 드립니다. 힘들 때 그거 조금씩 풀어보세요.
밀어내기 힘든 사랑. 억지로 밀어내지 말아요. 그게 더 아프고 힘드니까. 애쓰지도 말고, 그냥 가만히 마음 가는 대로 해요. 내가 도와줄게요.
=> 이런 멘트를 날리는 그... 심지어는 부자다. 아마 생긴 건 이동욱처럼 생겼을지도 모른다. 아니, 엄태웅 만큼만 생겼어도 괜찮다 ^^ 아니... 부자가 아니라 제비여도 이런 멘트 날려준다면... 넘어간다...
하필 이 책을 손에 든 날, 위경련인지 배가 무지 아파서 하루종일 물 한모금 못 마셨는데, 그래도 이 책은 끝까지 다 읽었다. 다 읽고 나서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이 사랑들에 배가 아팠는지도 모르겠다.
대학생인 이 사람들은 이렇게 사랑을 많이 하는데... 난 대학다닐 때 이런 사랑 못해봤다. 내 청춘... 돌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