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쁨에 온 몸을 맡겨라
M.H.테스터 지음, 박봉원 옮김 / 정신세계사 / 1999년 11월
평점 :
절판
기쁨에 온몸을 맡겨 본 일이 있는가.
새벽에 나가는 남편을 배웅하고,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잠시 눈을 감고 명상을 했다.
기쁨에 온몸을 맡기려고 했는데, 솔직히 어떤 일이 기뻤는지 기억에 없어서 앞으로 다가올 행복한 미래를 꿈꾸려고 노력했다. 그것도 30분쯤 하면 좋다는데, 30분쯤 지났다고 생각이 되어서 눈을 떠보니, 5분도 안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5분의 노력에 오늘 하루 종일 즐겁다. <기쁨에 온몸을 맡겨라>라는 책을 읽고 내가 실천에 옮긴 일 중 하나이다.
매일매일이 힘겹다고 느끼다가 어느 날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도대체 난 뭐가 힘든가. 혹시 남들 다 하는 일 나만 하는 것처럼 유세를 떠는 건 아닌가. 요즘 세상에 애 셋 키운다고 대단하다 대단하다 그냥 말해주니까 나 스스로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사는 건 아닌가.
남편 말처럼, 아이 예쁜 짓 혼자 다 보고 살고, 그렇게 방치해두어도 엄마라고 엄마가 눈길 한번만 주면 너무나 좋아하는 세 아이들이 있고, 일용직이나마 전공을 살려서 일을 할 직장도 있고, 게다가 가끔 소일거리 삼아 글 올릴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는데 도대체 뭐가 그리 힘든가 말이다.
따지고 보면 나만큼 복받은 사람 찾기가 어디 쉬운가.
<기쁨에 온몸을 맡겨라>라는 책은 남편이 먼저 읽었던 책이다.
친구가 책 여러 권을 선물한 적이 있었는데(정말 복이 많다. 이런 책을 선물한 친구도 있으니까.) 다른 비슷한 몇몇 종류의 책들 때문에 난 이 책을 읽지 못했다. 그런데 제목이 기가 막히게 좋다고 남편이 이 책을 드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밑줄까지 그어가면서 읽는다.
사실 남편과 나는 책 취향이 아주 다르다. 남편이 주로 보는 책은 실용서나 아니면 종교적인 책이다(그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법구경이다).
그래서 우리 집 책은 딱 두 파로 나뉘어 서로의 책꽂이에 별로 눈길을 줄 일도 없다.
그런데 남편이 내 책꽂이이에서 이 책을 발견해서 읽더니 다 읽고선 마치 자기 책인양 자기 자리에 놓는 것이다.(이렇게 말하니까 무슨 큰 서재에 책이 굉장히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데, 절대로 그런 건 아니다.)
전에 읽던 책을 한켠으로 미뤄둔 나는 순전히 그가 어느 대목에 줄을 그었는지 보기 위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옳은 소리만 해대는 책은 밥맛 없기 십상이다. 특히 요즘의 나처럼 세상에 꼬여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땐 더 그렇다. 그 소리가 옳은지 누가 모르는가 말이다. 알고도 못 지키니 그게 더 속상해서 괜히 더 꼬이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은 별로 기분 나쁘지 않게 증세를 진단하고 처방하고 있다. 읽다 보면, 와, 이거 나를 보고 만든 책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모든 것이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얘기하고, 그 마음을 이겨내는 방법, 우주의 절대자와 영혼이 교감하는 방법을 얘기하고 있었다.
왜 자꾸 아플까?
뜻밖의 사고나 선천적인 질병도 있지만 대부분의 병은 정신적인 데서 기인한다고 저자는 얘기한다.
자꾸 아픈 것은 자연스러움을 거스른 죄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뼈가 삐끗하거나 디스크 같은 병들도 모두 정신적인 데서 오는 것이다. 일이 엄청 쌓여 있는데 골프장에 갔을 때, 마음이 복잡하면 순간적으로 밸런스가 깨지면서 다치게 된다고 한다. 일리가 있다.
(나의 길은 왜 이렇게 가시밭길인지 모르겠다고, 한걸음 내딛으면 넘어지고, 겨우 일어나 또 한걸음 내딛으면 또 넘어진다는 노대통령도 한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다.)
그럼 건강은 어떻게 지켜야 할까?
매일 아침 30분씩 기쁨으로 온몸을 채우라고 얘기한다.
인간의 신경 체계는 외부의 신호에 정직하게 반응을 보인다. 그 신호란 마음가짐이다. 그 마음이 진실이든 가상이든 중요한 게 아니다. 그대로 느끼고 행동할 뿐이다.
자고 일어났을 때 갑자기 눈앞에 뭔가 헛것이 보일 때가 있었다. 누군가 우리 집 부엌에서 서랍을 뒤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난 수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지금 일어난 기척을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바로 현관문으로 뛰어나가야 할 것인가. 다리에 힘이 쫙 빠지고 후들거리고 심장 박동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다시 보니 없어졌다. 아마 그림자였나보다. 아니면 가위에 눌렸거나.
다른 경우를 생각해본다.
몸이 물 먹은 솜처럼 축 쳐져서 그저 이부자리밖에 안 보일 때, 그때 만일 내가 응모한 글이 1등으로 당선되었다고 연락이 온다면? 아마 며칠 동안 잠을 자지 않더라도 졸리운지도 모를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당신의 몸은 당신의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비록 가상 현실이라 하더라도 몸은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지니 매일 아침 30분씩 정말 행복에 겨운 사람처럼 기쁨으로 온몸을 채운다면, 하루 30분씩만 아주 건강한 사람처럼 연기한다면 그날 하루종일 기쁘고 그날 하루종일 건강이 유지될 것이라고 책에서는 얘기한다.
우리 몸에는 자가 치유 능력이라는 신비로운 잠재력이 있다. 상처가 나면 더 이상 감염이 되지 않도록 소독만 해 두면 스스로 상처가 치료되는 것이 바로 그런 능력이다. 이런 자가치유력은 건강할 때 빠르고 효과 있게 발휘된다. 이렇게 건강하고 튼튼한 몸이 되려면 마음을 좋게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구체적인 얘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어 성공은 어떻게 하면 얻어질 것인가, 돈을 '끌어들일' 수 있는 확실한 방법 뭐 그런 것들이다.
돈을 벌려면?
1. 돈에 대한 죄의식이나 돈이 하찮다는 생각을 버려라. - 언젠가 가진 재산이 너무 많아서 공직에서 쫓겨난 코미디도 있었지만, 돈이 많다면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힘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2. 건전한 동기 부여를 하라. - 사고 싶은 물건의 목록 말고, 돈을 벌어야 하는 동기들을 적어 본다.
3. 당장 벌어야 될 금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쪽지에 기록하여 몸에 지니고 다녀라.
4. 목표를 달성했을 때 기뻐하는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라.
5. 아침 저녁뿐만 아니라 할구에도 여러 번씩 목표를 적은 쪽지를 들여다보고 소리내서 읽어라.
6. 되도록 많은 사람을 만나라.
7. 만나는 사람들에게 비록 사소한 것일지라도 도움을 주어라. - 계산 없이, 자연스럽게, 봉사를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처음엔 다소 황당했는데, 책을 읽다 보면 될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생긴다. 내가 귀가 얇아서만은 아닌 것 같다.
그 외에도 이 책에서는 부자들의 비밀은 무엇인지, 그리고 위대한 철학자들이 도달한 공통된 결론은 무엇인지 얘기한다. - 답이 뭐냐구요? 다 얘기하면 안되니까 나머지는 여러분들이 읽어보시길.
이 책의 기본 사상은 이런 것이다.
고통이나 질병은 하늘이 내린 벌이 아니다. 세상의 삶이란 영적 진화를 위한 교육과정이고, 고통이나 질병이라는 시험을 통해 영적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하느님이나 염라대왕이 지옥에 보내고 심판을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방금 끝마친 생을 돌아보면서 심판을 한다.
그러면서 다음 생에서는 고통을 많이 겪어 영적으로 진화를 하는 삶을 택할 수도 있고, 조금 쉬었다 가는 편안한 삶을 택할 수도 있다.
그러면 이제 이런 결론이 가능할까?
힘겹고 고통스럽다고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칠 게 아니라 나의 영적인 진화를 위한 과정이로구나 하면서 받아들이고, 이런 상황 속에서도 항상 기쁨으로 온몸을 채우면서 건강을 유지하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계산 없이 봉사하고 사랑을 베푸는 삶을 살아라!
그에 필요한 것들은 진정으로 원하면 다 이루어진다.
갑자기 세상일이 단순해지면서 명쾌해지지 않는가.
한 친구를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부잣집 딸이라서 편하게 학교를 다녔는데(그렇다고 내가 고학을 하면서 다녔던 건 아니지만), 졸업을 하니 빵빵한 아버지 덕에 금방 취직을 했고, 지가 좋아하던 사람이랑 결혼을 했는데, 결혼 무렵 시댁도 갑자기 부자가 되어서 신년에 자식들 모아놓고 몇천 만원씩 나눠주더란다. 못 받을 줄 알았던 돈을 받았다고...
강남에 큰 아파트며 비싼 차는 친정에서 사주고, 시댁에선 가끔 목돈을 주고, 남편도 개업한 의사라서 돈도 잘 벌고... 게다가 그 친구는 예쁘고 착하기까지 하다(가끔 질투가 나는 우리는 그 친구의 착함이란 고생을 몰라 나오는 가진 자의 여유일 뿐이라고 얘기하기도 했지만).
아마 그 친구는 이번 생이 쉬어가는 삶인 모양이다.
나는 힘겨운 만큼 영적으로 진화를 하고 있는 거다 생각하니, 갑자기 그 친구가 하나도 부럽지 않다.
너무 이기적이고 합리화한 발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