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함께 영어를 - 50단어로 우리 아이 영어 책벌레 만들기
김상운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직장을 핑계로 아이들을 영어학원에 방치한 지 딱 일년이 되었다. 이런저런 학습법들을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거의 모든 학습법들이 엄마의 노력에 집중되고 있었는데 난 그럴 형편이 못 되었다. 알량한 직장도 있었고, 늦둥이도 있었다. 아이들 일기며 숙제를 봐주기도 나의 게으름에는 어려웠다. 그런데 거기에 영어까지? 이럴 때 영어가 한마디 나온다. Oh, my god!

나도 한때는 한 영어 했었다. 직장에 다닐 때는 새벽잠을 설쳐가며 영어학원에 다녔고, 그래도 내가 다녔던 클래스에서는 못한단 소리는 안 들었었다. 최소한 돈이 아깝진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을 학원에 맡기면서도 믿거라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딱 일년이 지나고 한 달 수강료 18만원 * 2명 * 12개월 어치 영어를 배워왔는가 봤더니... 헉, 도로 제자리였다. 게다가 전형적인 콩글리쉬 발음이라니... 아이는 '아이 엠 에이트 이얼즈 오울드.'라고, 그것도 더듬더듬 말하는 것이었다. 돈도 돈이지만, 흘러가버린 시간이 아까워서 땅을 쳤다.

엠비시 국제부 기자라는 김상운 기자는... 아마 기자들 중에서도 영어를 굉장히! 잘 하는 축에 드는 사람인 듯하다. 동시통역도 했다고 하고, 미국에서 공부도 했다지. 솔직히 평범하지 않은 영어실력을 가진 사람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별로 와 닿지는 않는다. 게다가, 우리 아이들의 아빠라는 사람은... 아이들 영어 좀 봐줘라고 하면, '테잎 틀어. 따라 해. 큰소리로 못해?' 라고 소리만 지르기 일쑤여서, 앓느니 죽지... 하는 마음이 들 뿐이다.

김상운 기자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의 독서력을 향상시켰다는 점이다. 사실, 영어는 무엇이 어찌 되었든 외국어이다. 한국에서 아이들을 지극히 한국사람으로 키워야 하는 내 입장에서, 엄청난 돈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면 아이들이 네이티브처럼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네이티브가 될 수는 없다. 그리고 머리 속에 많이 든 것이 중요하지, 입으로 많이 말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 아이들이 세계적인 인물이 된다면, 영어 발음이 조금 어색하더라도 그들이 알아서 다 알아들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시 말하자면, 좋은 영어책을 많이 읽는다면, 발음은 네이티브처럼 혀를 굴리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미국에서 나고 자라고 교육받은 아이들보다 훨씬 더 고급스러운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런 점에서, 생활영어 몇 마디 더 하는 것보다는 좋은 영어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상운 기자의 방법은 바로 그런 점을 충족시켜 준다. 저자는 정말 눈물겹게 노력했다. 아이에게 읽힐 동화책을 먼저 읽고, 거기 나오는 단어들을 섞어가며 생활 속에서 영어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아이에게 그 영어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자신이 다 아는 단어들이니 영어동화책이 엄청 쉽게 다가오는 것이다.

바로 그거야!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미리 읽고 생활 속에서 아이에게 습득시켜야 하는가. 도대체 누가. 남편이? 아마 내가 이 얘기를 꺼내자마자 갑자기 직장에선 해야 할 프로젝트가 생길 거고, 것두 아무도 돕지 않고 혼자 해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장기 출장을 가거나. 내가? 직장을 그만 두고, 차라리 내가 영어학원을 다녀 봐? 2004년엔 아이들을 영어로 함 잡아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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