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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99% 엄마의 노력으로 완성된다 - 가정학습 이론편
장병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그저 낳기만 하면 나는 엄마가 되고, 아이들은 저절로 자라는 것인 줄로만 알았던 철없는 나는 이제야 발등에 떨어진 불 때문에 절절 매고만 있다. 그래서 늘 이런저런 육아서들을 보면서 이럴까 저럴까 헤맨다.
그렇지만 아들 셋을 모두 서울대에 넣었다는 사람의 책도, 아이가 알아서 미국의 명문대학에 들어갔다는 사람의 책도, 아니면 아이가 영재로 자라고 있다는 책들도 나에게 크게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
모두 결과론적으로 아이가 잘 되었기 때문에 그 엄마들의(혹은 아빠의) 육아법이 빛나는 것이었지, 만일 아이가 사회의 눈에 그럴 듯하게 자라지 못했다면 그 부모의 육아법은 별로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 장병혜 박사의 책도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 책을 집었다. 혹시 내가 좀 베껴볼 만한 내용은 없을까 싶어서.
교육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그의 글은 자신감이 넘치고 인생 또한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부모는 늘 아이의 정신적인 스승으로 서야 한다는 멘터論도 충분히 공감이 가는 얘기였고, 아이들을 비교하지 말고 장점만 찾아서 칭찬해주라는 얘기도 공감이 가는 얘기였다. 일본에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집안일을 돕던 사람에게 학원을 다니도록 했다는 얘기는 감동스럽기도 했다.
정말 부담스럽고 다소 과장이 섞인 말인 듯하지만, 아이는 99% 엄마의 노력으로 완성된다는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서울대 합격자들을 보니, 전업주부의 자녀가 취업주부의 자녀보다 몇 배나 많았다지... 물론 전체 전업주부와 취업주부의 퍼센티지를 계산한 수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은 아이에게 온전히 정성을 쏟지 못하는 게 미안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정말 부담스럽다. 왜 온통 엄마 탓인가. 지들 낳아주고 먹여준 것도 어딘데, 왜 온통 엄마탓인가. 잘 되면 지들 덕이고, 못 되면 엄마 탓인가. 왜 온통 엄마가 알아서 해야 하는 것으로 몰아세우는가 말이다.
이 시대, 이 땅에서 엄마가 된다는 게 그렇게 죄를 짓는 일인가 말이다. 이 나이가 되도록 내 앞길도 몰라서 이리 헤매는데... (애 많이 낳게 하려면 돈만 몇푼 쥐어주면 된다는 위정자들의 발상은 정말이지 한심 그 자체이다. 물론 그 돈도 내가 셋째 낳았을 때 좀 주지... 하는 생각도 있지만)
하루종일 일하고 들어와서, 지친 몸을 이끌고 저녁을 하다 보면, 그 밥 먹을 힘도 없을 때가 있다. 아이들에게 말 한마디 붙이기 싫은 날도 있다. 남들보다 편한 일을 하는데도 그렇다.
아, 난 엄마가 맞을까? 이런 판국에 내가 어떻게 아이들에게 멘터가 될 수 있겠는가. 아이들이 볼 때는 자느라 바쁜 내가... 어쩌랴.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엄마 탓이 아니라고 생각해주기 바란다. 엄마 잘못 만난 지들 팔자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