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마다 도서실을 드나드는 아이들이 있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교실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쉬는 시간마다 두 권씩 빌려가고 그 다음 쉬는 시간에 바로 반납하는 경우도 있다. 수업시간에 공부도 안 하고 읽은 건지, 아니면 그냥 '나 이렇게 많이 책 빌려봤다'라고 말하기 위한 과시용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둘 다겠지.
이주쯤 전부터 쉬는 시간마다, 하루에 최소한 세 번은 오는 아이가 있다. 2학년쯤 되어보이는 여자아이였는데, 친구가 3학년인 걸 보니 3학년인가 보다. 그 아이가 몇 학년인지 정확히 모르는 이유는, 그 아이가 한 번도 나에게 책을 대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늘 쉬는 시간에 왔다가 시작종이 치면 돌아가곤 했다.
어느 날, 시작종이 쳤는데도 그 아이는 가지를 않는다.
얘들아 시작종 쳤다, 빨리 수업 들어가라!
라고 외치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후다닥 가고, 읽던 책 대출하느라 북새통이 되는데, 그 북새통 후에 한숨 돌리려고 보니 그 아이는 그냥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뭔가 좀 이상하다. 의자에 앉았다 엉거주춤 일어섰다를 수십 회 반복하는 것이다.
처음으로 든 생각은, 혹시 의자에서 책을 보다 실례를 했나? 하는 것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갑자기 아이가 후다닥! 뛰어서 나간다. 가서 확인해보니 실례를 한 건 아니다.
그 다음 쉬는 시간에 아이는 또 왔다. 그리고 역시 시작종이 치니 같은 자세를 취한다. 일부러 그쪽에 대고 빨리 수업 들어가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아이는 하던 동작을 계속 하다 역시 후다닥 뛰어간다.
혹시 무슨 장애일까? 의자에 앉았다 갑자기 일어서지 못하거나, 아니면 긴장을 하게 되면 갑자기 일어서지 못하는 문제가 있거나...
그리고 그 다음에 든 생각은 자위행위였다. 자세히 보니 성기 쪽에 약간의 자극이 갈 만한 자세로 동작을 반복하는 게 이쪽이 제일 가깝겠다 싶다.
이럴 때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일단 아이가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 전교생 대출증을 뒤졌는데 아이가 없다. 아마 전학을 온 아이인가 보다.
그래서 친구에게 너 무슨 반이니, 물었다.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왜 니네들은 책을 빌리지 않고 보기만 하니... 하면서.
결국 아이의 이름과 학년 반을 알아낼 수는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뭔가 관심을 보이거나 아이에게 지나는 말로라도 좋지 않다는 느낌을 주게 되면 아마 아이는 다시는 도서실을 찾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도서실을 찾지 않는다는 것보다도 두려운 것은, 어쩌면 그 아이는 사람이 없는 곳을 쉬는 시간마다 찾을지 모르고, 그랬을 때는 아이에게 매우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양호선생님과 상의를 했다. 그렇지만 직접 보지 않은 한 상담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그냥 아이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주라는 얘기시다. 그게 현실적으로 사람이 많은 도서실에서 가능하지 않다. 올 때마다 심부름을 시킬 수도 없고, 아이도 나를 슬슬 피하는 눈치이다.
아마 이미 다른 사람들 눈에 띄었고, 스스로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담임선생님과 상의를 할까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연히 현장을 목격했던 한 도서도우미 엄마는, 괜히 말이 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그러면 그 아이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만류한다.
쉽게 말하자면 담임선생님의 자질을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구성애의 아우성 사이트에 상담글을 올렸는데... 일주일째 답이 없다. 아마 담당이 없거나 무지 바쁜가보다.
이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하나.
다른 아이들까지 알기 전에, 아이들이 수군대기 전에 빨리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 것 같다.
도움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