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실 앞에 내가 꿈꾸는 도서실은 어떤 모습일지 아이들에게 써서 넣으라고 아크릴로 박스를 짜 두었다.
그곳에서 나오는 것들은 거의 '쓰레기'들이다. (진짜 쓰레기 말이다. 아이스크림 껍질 같은...)
그렇지만 가끔 건질 만한 내용들이 나오기도 했다.
다 들어줄 수는 없지만, 아이들의 마음을 알 수는 있다.
아이들이 원하는 책은 주로 만화책, 그것도 '무서운' 만화책이다.
그렇지만 내 생각은 지금 있는 만화책으로도 '充分'하다는 것이다.
가시고기 만화책, 도라에몽 만화책, @#$에서 살아남기 만화책.
심지어는... 제인에어 같은 세계명작들이 만화책 한 권으로 딸랑 있기도 하다. 읽어본 바는 없지만, 아이들이 빌려갈 때마다 정말 뺏고 싶다.
누군가가 써서 넣어 둔 글에는 비가 오면 우산을 빌려주는 도서실이라는 구절이 있었다. 처음에는 헛소리 쯤으로 치부하려고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일 앞에 두고 날마다 봐야 할 구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학교라는 숨 막히는 공간에서, 유일하게 숨이나마 쉴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고, 장마철에 갑자기 내리는 비 때문에 아이들이 난감해할 때 미소와 함께 깨끗한 우산을 내미는 따뜻한 손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서교사인 내가 꿈꾸는 도서실은 이런 것이다.
지금처럼 4층 한 구석에 숨어있는 게 아니라, 1층에 널따랗게 자리해서 아이들이 제집처럼 드나들었으면 좋겠다.
편안한 소파가 많아서, 아이들이 편안한 자세로 뒹굴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쉬는 시간에는 사서교사가 한쪽에서 그림책을 읽어주고, 아이들은 그 앞에 옹기종기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들었으면 좋겠다.
반납일이 연체 좀 되었다고 해도 사서교사에게 가볍게 주의를 듣는 데서 끝났으면 좋겠다. 제발, 야박하게 꼭 그 날짜만큼 대출이 제한되는 차가움이 없었으면 좋겠다.
학교를 마치면 동생들까지 데리고 와서 함께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도서실 옆에 휴게실을 두어서, 출출할 땐 뭐 좀 먹으면서 책을 봤으면 좋겠다.
제발, 사서교사가, 너 나가서 다 먹고 들어 와! 라고 소리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출 반납은 입구에 설치된 기계에서 자연스럽고 자유스럽게 각자 하고, 사서교사는 아이들과 함께 책 읽으면서 놀았으면 좋겠다.
마치 컴퓨터 파일을 정리하듯, 버튼 하나만 누르면, 책들이 혼자 날아가서 제 자리에 꽂혔으면 좋겠다.
책들의 크기에 따라 서가의 높낮이가 조절이 되고, 안내 라벨까지 다 붙었으면 좋겠다.
제 자리가 아닌 곳에 책을 꽂으려면 경고음이 나오면서 확인 메시지가 떴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