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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 건축과 서양 건축의 만남
임석재 지음 / 대원사 / 1999년 10월
평점 :
품절
아는 만큼 본다..
당연한 이 말을 이책을 읽으면서 또 절감한다. 그동안 무심결에 지나쳤던 우리 옛 건축물들의 구성 요소들이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인식되고, 또 보인다. 옛 사찰이나 서원에 가서 본 것들은 무엇이었던가. 건물. 편액을 따라 어떤 이름의 건물에만 시각이 고정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보아야 할 것은 독립된 전체로서의 건물들 뿐만 아니라 그 건물들의 구성 방식, 건물들간의 관계, 그리고 그 건물에 도달하기까지 무심결에 지나다녔던 길들, 길 주위의 세세한 손길들.. 사찰이나 서원, 한옥을 구성하는 공간 전체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들, 장인들이 손 때가 묻어 있는 그 하나하나의 부조물들이 그냥 아무렇게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서양 건축이 수천년간의 진화와 발전 끝에 한계점이 도달해 새로운 모색을 하고자 할 때 마침내 추구하는 것들이 우리 옛 건축에는 자연스럽게 그리고 건축의 기본 원리로 녹아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집은 사람이 깃드는 곳일 텐데. 현대의 한국인들은 과연 집에 깃들어 사는가라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 터를 잡고 집이 지어지고, 수 대에 걸쳐서 살던 그런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런 역사를 누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치부의 수단이 되고, 평수를 늘려가며 또는 가격을 올려가며 이리 저리 옮기는 것을 수완으로 삼는 이 시대. 이것이 피할 수 없는 현대인의 주거 문화일 수 밖에 없을까.
얼마전에 새 중앙박물관이 개관했다. 성벽의 모티브를 따왔다고 했다. 역사를 상징하고 안에 있는 것들을 견고하게 지켜내는 의미로 그랬다는 것 같은데. 우리의 수 천년의 문화를 담는 그릇으로 그렇게 경직된 모습의 외관을 가진 건축물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까?
나도 집을 지어서 살고 싶은데, 시류를 거스르기가 쉽지 않다. 사람이 집에 깃들듯이 집도 또한 자연에 깃들거나 마을에 깃들어야 할 터인데, 우리의 살림집의 전통을 잘 간직하면서도 또한 시대에 어울리는 그런 멋진 집을 과연 가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