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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의학의 만남 - 법의학자 문국진이 들려주는 명화 속 삶과 죽음 ㅣ 명화 속 이야기 3
문국진 지음 / 예담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그림을 보다.
그림은 보는 것이다. 물론 화가는 그림을 그릴 것이다. 자명해 보이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무엇을 그리고 무엇을 보는가라고 질문해보면 다른 문제이다.
화가가 아무리 주제의식을 가지고 그림을 구상하고 그리게 되지만, 화가가 생각한 것 이상이 그려져 있게 된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보는 사람이 다양한 만큼, 보게 되는 것은 그보다 더 많은 내용일 것이다. 나 같이 그림에 문외한인 사람이 볼 때는 단지 그림 속에 나타나는 인물이나 배경 등등, 자연에서 사회에서 보던 것들만이 보이게 될 것이다. 그림을 한 번이라도 그려본 사람이라면, 구도는 어떻고 색감을 어떻고, 붓을 어떻게 놀렸고, 어느 유파이고, 어떤 기법이고, 등등 많을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책은 법의학자가 법의학적 관점에서 그림을 보고 있다. 그림 속의 인물, 그림을 그린 화가가 의학적으로 어떤 상태였을지, 심리적으로 어떤 상태였을지 등등을 법의학적 지식으로 날카롭게 지적해 낸다.
중학교 들어갔을 때 미술부에 들어오라는 미술 선생님의 권유를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한 미술하게 되었을까. 재능 없음을 알고 중도에 그만 두었을까. 계속 했다면 어떤 형태의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리얼리즘 화가가 되었을까. 추상화가가 되었을까.
그저 그림을 보는 안목있는 교양인이라도 되어 볼까. 인간의 표현 행위는 어쨌든 대화 행위 일텐데, 그림으로부터 어떤 소리를 읽어 낼 수 있는 최소한의 교양을 지녀야 할 터인데. 저자가 법의학자로서 그림을 읽고 있듯이 나는 내 분야의 지식을 가지고 그림을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럴려면 내 나름대로의 시각도 있어야 할 것이고, 그림에 대해서도 알아야 할 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