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물만두 > 사건을 해결하느냐 못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살인의 해석
제드 러벤펠드 지음, 박현주 옮김 / 비채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프로이트가 제자들과 함께 미국에 오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작품은 세 가지 관점에서 볼 수가 있다. 첫 번째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비롯한 정신분석학이 미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는가 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그의 이론을 실제 사건과 접목시키는 점, 또한 그 이면에서 그와 제자 융의 다툼에 대한 내용을 흥미진진하게 접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아파트에서 일어난 잔인하고 엽기적인 살인 사건을 해결하는 검시관과 경찰, 살아남은 피해자와 그녀의 정신분석을 담당하게 되는 프로이트파 의사가 펼치는 살인에 대한 이야기다. 프로이트를 빼고도 이 사건의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세 번째는 20세기 초 뉴욕을 무대로 펼쳐지는 상류층들의 삶의 방식과 생활환경 등을 엿보는 재미, 그들의 특권 의식 등을 통해 그로부터 미국이 어떻게 거대화 되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들을 통해 미국이란 나라를 알 수 있게 된다.

 

처음 이 작품을 읽을 때 내가 느낀 것은 여기 어디서 엘러리 퀸과 퀸 경감이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만큼 이 작품의 살인 사건은 엘러리 퀸과 그 시대 작가들이 만들어 냄직한 고전 추리소설 방식을 따르고 있다. 향수, 그렇다. 이 사건 속에서 나는 고전 추리소설의 향수를 느꼈다. 또한 전에 읽은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에서 애송이 의과과정을 밟고 있던 젊은 프로이트가 거장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되니 그 연장선상에서 두 작품을 같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내 눈길을 끈 인물은 프로이트도 영거박사도 아니었다. 사건을 맡아 해결하는 젊은 형사 리틀모어의 활약이었다. 그는 조연으로 출연하지만 내게는 그 어떤 위대한 형사의 캐릭터에도 뒤지지 않는 인상을 남겼다.

 

1909년에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여러 가지 매력적인 요소들로 가득하다. 프로이트가 사건에 대해 영거박사에게 조언을 해주는 부분에서 보면 마치 명탐정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안락의자형 탐정의 전형이 프로이트는 아니었을까 생각될 정도로 이야기만 듣고 분석을 한다. 그것이 정신분석학이겠지만. 그런데 작가는 융을 아주 싫어한 것 같다. 사실인지 어떤지 알 수 없지만 주인공이 프로이트라고 그런 것인지 아니면 진짜 융이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너무 노골적이라 작가의 사심이 들어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이트나 융이나 정신분석학이나 심리학적으로는 큰 업적을 남긴 인물들이니까 말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햄릿의 사느냐 죽느냐, ‘to be or not to be’에 대한 영거의 해석이다. 이것은 작가의 해석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해석인지 모르겠지만 그의 햄릿에 대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해석의 반박은 마음에 든다. 사실 성적인 면만 너무 강조한 프로이트적인 꿈의 해석은 이 작품 속 사건을 보며 에드 맥베인의 매슈 호프 시리즈를 떠올리게 만든다. 매슈 호프 시리즈는 전형적인 콤플렉스, 그것도 성적 콤플렉스를 작품화한 시리즈이기 때문이다.

 

살인의 해석은 누가 하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햄릿의 사느냐 죽느냐가 있느냐 있지 않느냐로 번역이 되던 해석이 되던 이 작품에서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듯이. 가장 중요한 것은 사실을 찾아내는 것, 범인을 잡는 것, 그리고 사건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리틀모어의 행동은 이 작품에서 프로이트보다 더 빛이 나는 것이다. 비록 프로이트가 더 지명도가 높은 유명한 실존 인물이고 그의 해석이 도움이 되었다고 할지라도. 왜냐하면 프로이트에게 조여오는 미지의 인물들에 대한 음모도 리틀모어가 해결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어떤 면으로 봐도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프로이트와 융이 등장한다고 해서 어려운 것도 아니고 살인 사건이 있다고 해서 잔인한 점만 부각되는 것도 아니다. 어떤 독자도 만족시킬만한 작품이 이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