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 반양장
피천득 지음 / 샘터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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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은전 한 닢>등 교과서와 언어영역 문제집에 실렸던 글들을 몇편 실려있어 반가움도 일었던 이책은 얇기에 비해 많은 수필들이 실려있다.

나도 여러번 지내 보낸적이 있는 <오월>이 작가에게는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었다고 한다.  나는 어릴적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지금은 당연히 하나도 남지 않았는데 그는 아무리 탐욕스러운 세상이라 하여도 십여년전 사온 구슬이 책상속에 그대로 남아 있을꺼라 한다.

비오는 날이면 전에 보았던 영화 장면을 회상하며, 지도를 펴놓고 여행하던 곳을 찿아보며 묶어 두었던 편지도 읽어보고 책갈피에 끼워둔 사진을 들여다 보기도 하며, 30년 전을 조금 아까 같이 느끼며 <장수> 늙고 싶다.

그의 삶의 일부가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은 작은 인연들로 섬세하고 은근하게 물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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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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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은 어떤 날 이었다고 기록 할 수 있을까?

비교적 좋은 기억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은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을 생각하면서 기대를 품었는데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거기서도 조금 마음에 걸렸던 주인공의 몇년 후의 모습이 여기서도 남용되고 있었다. 그 후에 이야기는 독자 각각에게 맡겨주었어도 좋았을 것을..

남편 효경만이 전부였던 소박한 가정주부 미흔은 어느날 불쑥 집으로 쳐들어온  남편의 여직원에게 남편과의 불륜을 듣게된다. 작은 몸싸움을 벌이다가 머리를 다친후로 자주 두통을 느끼고 효경은 시골 생활을 제안한다.     

그곳에서도 미흔은 원인 모를 두통에 시달리고, 효경에게 닫힌 문은 열리지 않는다. 그녀에게 우체국장이라는 규가 나타나고 이웃처럼, 친구처럼 지내던 그들은 어느새 사랑에 빠져들고 만다

전경린은 구름 모자 벗기기라는 게임을 설정해 놓지만 이야기는 낭만스러움도, 아련함도 없이 나중에 규가 서로의 행위에 책임을 지지 않게 되는 수단이 된다.

<내 생애에...>에는 묘사가 많이 등장한다. 나는 그 묘사들을 읽어보는 것과 주인공들이 즐겨 들었던 음악을 샘플로 얻은것에 만족했다.

삶의 오래된 수용소 같은 일상에서,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생애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은 그리움을 처음 발견한 날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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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는 남자 - 양장본
카롤린 봉그랑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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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이상속, 어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다는 메세지를 누구나 겪어봄직한 사건에 담고 있다.

혼자서 생일 아침을 맞이하는 25살. 창가에 머물면서 돌아다니는 개들, 지나디니는 사람을, 주차장을 오고가는 차들을 내려다보는 25살. 구경이 싫증 나면 욕실에 있는 화장품 하나 하나를 꼼꼼하게 세어보는 25살,외롭고 개집의 강아지처럼 쓸쓸했다는 여주인공 콩스탕스가 도서관에서 대출받아온 책에서 우연히 밑줄을 발견하는 것으로 사건은 시작된다.

누군가 자기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려는 갸륵한 생각으로 적절한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밑줄의 대화 속에서 사랑을 만들어 나가는 그녀는 얼마나  사랑이 그리운 젊음인가? 밑줄로 친절히 안내까지 해주는 미지의 글씨와 밑줄을 찾아 읽으면서 콩스탕스는 상상속에 그를 키워간다. 다리털을 정기적으로 뽑는가 하면, 발톱을 다듬고 매니큐어를 칠하고, 모가 부드러운 그의 치솔을 사서 꽂아놓고, 하늘색의 남성용 목욕 가운을 새로 걸어놓고...

그러다 홀로 지치면 아무도 봐줄 사람이 없는 이의 너저분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 다시 희망에 빠지고를 반복하던 그녀는 도서관에서 봉사 활동을 하는 남자 클러드와 함께 밑줄긋는 남자를 찾는다.

그러던 중 콩스탕스와 그녀의 눈에 그저 평범 하기만한 했던 대학생 클러드는 사랑에 빠진다.그리고  밑줄긋는 남자를 위해 준비한 하늘색 가운은 비닐봉투에 담아 치우고 그에게 새 가운을 입혀준다. 이제 밑줄 긋는 남자를 위해 준비했던 그 모든것은 클러드의 것이 되는 것이다.

나는 오히려 콩스탕스가 밑줄 긋는 남자를 만나지 못한것, 그가 누구인지 끝내 알아내지 못한것이 이 에피소드를 잔잔한 여운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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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어느새 내 안에 앉았습니다
이숙영 지음 / 나무생각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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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영을 TV에서 본적이 있는데 인상이 화려하고 다가가기 어려울것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몇번 들어 본적이 있는 '파워 FM'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또 얼마나 통통 튀었는가?
서점에서 손에 잡혀 몇장 읽어 내려간 책이 그녀가 모은 시집이라니 선입견은 깨져버렸다. 여러 시인의 시가 있는데 섬세하고 맑은 시들이 많았고, 또 한마디씩 적어놓아서 다른 사람은 이렇게도 느낄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시모음집에서 알게된 시인들중 한번 더 만나고 싶은 시인들은 따로 그들의 시집을 통해서 만나보게 되었다. 여러 시인의 따뜻한 눈길을 맛볼수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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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류시화 지음 / 푸른숲 / 199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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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의 흙먼지 냄새가 묻어나는 시집이라고 느낀건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의 이미지 탓 만일까? 이 책에 실린 여러편의 시 중에서 산 안개라는 시가 생각난다. 요새는 잘 보이지 않지만 가끔 산에 올라 산안개를 보거나 거리에 안개낀날엔 류시화의 길고 길 머리카락이 떠오른다. 단 한 줄의 긴 호흡과 두줄의 한숨으로 안타깝고 포근한 한 남자의 가슴을 이토록 잘 표현 할 수 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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