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비
장석남
풀린
봄
물결이여 네 고요 위에 봄비는 내려와
둥글게 둥그렇게
서로서로 몸을 감고 죽는다
둥그런,둥그런 물의 棺들
물 위로 물 속의 푸른 어둠이 솟아올라와
둥근 그 소리에까지도 푸른 어둠이 스민다
풀린
봄
물결이여 네 몸 위에 받는 봄비는
먼데 골짜기까지도 봄이게 하며 몰을 터서 죽는다
아 너와 내가 잠들었던
이 한 덩어리 기슭의 바위에도 봄비는 와서
둥글게 둥그렇게
앉음새를 고쳐준다
...둥글게 둥그렇게 닿아 앉아 퍼지는 초록의 봄비를 보면서
하필 죽음이 떠올랐고, 관이 필요했을까?
무엇을 가져다 묻고 싶었던 걸까?
장석남 그의 시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 藝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