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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 사랑 

                                                                           문정희



몸 속의 뼈를 뽑아내고 싶다.
물이고 싶다.
물보다 더 부드러운 향기로
그만 스미고 싶다.


당신의 어둠의 뿌리
가시의 끝의 끝까지
적시고 싶다.


그대 잠속에
안겨
지상의 것들을
말갛게 씻어내고 싶다.


눈 틔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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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비 내리고

                                                               - 도종환 -

오늘 밤 비 내리고

몸 어디인가 소리없이 아프다

빗물은 꽃잎을 싣고 여울로 가고

세월은 육신을 싣고 서천으로 기운다

꽃 지고 세월 지면 또 무엇이 남으리

비 내리는 밤에는 마음 기댈 곳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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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 2004-05-16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 잠시 봤는데.. 너무 설레이게 하는 사진이에요. ^-^;
감사합니다. .. ㅎ 구경 잘 하고 가요. 행복하세요. ;;..

애플 2004-05-16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둑녘인지, 새벽녘인지... 아뭏튼 비가 뿌리고 간 창이 사람을 아련하게 만드네요.
그 창을 보고 설레였다니, 님도 비를 좋아하시나 보네요.
우기는 계속됩니다.
또 오셔서 머물다 가세요.
 


봄비

                                              장석남

 

풀린

물결이여 네 고요 위에 봄비는 내려와

둥글게 둥그렇게

서로서로 몸을 감고 죽는다

둥그런,둥그런 물의 棺들

물 위로 물 속의 푸른 어둠이 솟아올라와

둥근 그 소리에까지도 푸른 어둠이 스민다

풀린

물결이여 네 몸 위에 받는 봄비는

먼데 골짜기까지도 봄이게 하며 몰을 터서 죽는다

아 너와 내가 잠들었던

이 한 덩어리 기슭의 바위에도 봄비는 와서

둥글게 둥그렇게

앉음새를 고쳐준다

 

...둥글게 둥그렇게 닿아 앉아 퍼지는 초록의 봄비를 보면서

  하필 죽음이 떠올랐고, 관이 필요했을까?

  무엇을 가져다 묻고 싶었던 걸까?

  장석남 그의 시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 藝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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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내리는 날

                                         -김세완-

 

비가 내리는 날이면

우산도 없이 걸어온 내 삶의 먼 길은

갈 곳을 잃고

낮선 마을 처마 밑에서 듣던 낙숫물 소리로

쓸쓸히 그대를 기다리네.

 

마음까지 흠뻑 젖어서

지친 발걸음 그대에게 닿는다면

메말랐던 내 삶도 조금은 푸르러질 테니

그땐 빗소리로 함께 울어도 될까.

 

살아서 깊어지더던 먼 그리움도

저녁 어스름에 묻혀가고

그리움이 지나간 발자국마다

빗물이 고이는데

나 이렇게 빗속에서 저물어 가다가

이대로 잦아들면 무엇이 될까.

 

한때 스쳐 지나간 바람처럼

빗솟의 그대는 참으로 멀고 멀구나.

우산도 없이 걸어가는 내 삶의 먼 길에

그대 떠난 그날처럼 밤비는 내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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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창가

                                               송 욱

비가 오면

하늘과 땅이 손을 잡고 울다가

입김 서린 두 가슴을

창살에 낀다.

 

그슴츠레

구름이 파고 가는 눔물 자국은

어찌하여

쉴 새 없이

몰려드는가.

 

비가 오면

하늘과 땅이 손을 잡고 울다가

이슬 맺힌 두 가슴을

창살에 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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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 2004-05-16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이사진은 .. 나도 가지고 있는데. ㅎ 멋쪄요.

애플 2004-05-16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과 땅이 손을 잡고 운다'는 이 시가 떠오르는 사진이었어요.
밖으로 막 뛰쳐 나가고 싶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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