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 2003-10-20  

잠은 오는데 잠이 오지 않을때..
나 자신을 조금씩 파괴해 나가며 본연의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

얼마전에서야 겨우 파이트 클럽을 봤다.
사전 지식 0%로에 도전하며 본 영화라 결말부분이 충격(-_-?) 이였다.
물론 친구랑 같이 봐서 집중력이 조금은 덜한 상황에서
접한 상황이라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

파이트 클럽,
그에 대한 정석적인 풀이와 해석이 있을 터고
일반적인 풀이와 해석이 있을 터고
보편적인 풀이와 해석이 있을 터다.

하지만 지 맘에 드는 해석이
정답이고 작가가 뭘 의도했던
자기가 그 속에서 자기만의 어떤 것을 집어내면 그만이다.
그래, 가끔 난 책이나 영화를 내 맘대로 해석하고픈 욕망에 시달린다.
그러면서 꼭 말미에는 정석적 해석을 찾곤 한다.
그것이 나의 문제이긴 하지만..

파이트 클럽
난 방금 문득 생각난 거지만, 자신의 관찰, 관찰에 이은 분열, 분열에 이은
파괴로 자기를 발견해 나가는게 아니였는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 맘대로다.
요즘 혼자서 진짜 많은 생각을 한다. 흔히 말하는 잡생각, 공상, 망상 등등을
아주 사이좋게 맛있게 버무려 놓은 걸로 생각하면 쉽다.
덕분에 10월이 다 가는데도 아직 책을 3권도 못 읽었다.
아, 가을은 독서의 무덤이었다. -_-

여튼, 나의 잡생각 속에서는 보통 끊임없는 나의 파괴가 일어 나곤 했다.
회의적이고 염세적이기 까지한 끝없는 나의 파괴.
그런데 어느 순간,
그 파괴에 힘이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아니, 파괴에 권태감을 느꼈다.
그러면서 한결 나 자신이 가벼워 진다.
느긋해 지고, 남 신경을 덜쓰고.

나 자신의 자아에 잠시 접근했던 탓일까,
아니면 나 자신의 자아를 일부 파괴해 버린 탓일까.

건설적인지, 퇴보적 후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늘은 조금 나은 나 자신을 보았다.
그리곤 혼자서 찌개 끓여서 밥을, 컴퓨터에는 파이트 클럽을 틀어 놓는다.
(물론 30분은 밥을, 나머지 영화가 끝날때까지 소질없는 공책 포장을 한다.
다만, 여기서 남은 시간동안 포장에 성공한 공책의 개수는 1권이다. -_-)

일상생활, 보편적 삶에서는 지나친 사색, 지나친 관찰은
대개 혼자만의 끙끙이로 치닫기 일쑤다.
그래서 많은 생각을 버리고 사는게 낫다 여기며 산다.
하지만 가끔 홀로 밤에 즐기는
회의는 즐겁기도 하다. (변태 아님 -_-v)

가을은 독서의 무덤이다.
가을은 생각의 파괴다.

제일 친한 친구, 아니 여기 지금 있는 나의 고향에서 유일한 친구라 볼수
있는 한놈이 훈련소로 갔다. 아, 물론 길진 않다. 걔도 훈련소는 한달이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나에게는 이런 글이 아닌 말로써 대화할 상대는
사라지고 없다.

한달간 나는 죽는다.
나는 한달간 글에만 살아 있을 예약이다.
그 속의 나의 비틀거림이 설혹 비참하진 않을지.....

22살의 비틀거림
벌써 한해 한해 나이 먹어야 함이 겁난다.

ps. 블로그인데 방명록만 있고 게시판은 없을까...
방명록에 완전 게시판 성격의 글을 혼자서 내 뱉고 있다는;;;;
 
 
panky 2003-10-24 0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버드님 나이공개햇다!
음, 전 학교다닐 때 책은 물론 공책도 다 포장해서 썼다지요. 비닐로 하나하나...;;; 그 때와 지금의 저를 생각해보면 역시 격세지감이...;;;

_ 2003-10-27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그러고 보니 제가 지금껏 나이는 대놓고(?) 공개한 적은 없었었군요;;
제 공책 포장은 제가 그날그날의 그냥 끄느적거림, 공상, 망상, 잡상, 폭상(-_-?)
등등을 기록해 놓고 그날에 알게된 잡식 등을 기재하기 위한 공책 포장입니다.
그런 일을 하고자 공책을 샀는데
이왕이면 깨끗하게 들고 다니려고 얇은 투명 포장지를 두개 사서
포장을 했는데 한개로 완정 실패했고, 두번째 나머지로 가까스 성공을
거둔거랍니다...
아...
두서없는 설명...;;

ceylontea 2003-10-2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 꼼꼼한 성격이시네요...
전 책(만화,잡지 포함)은 포장했었어도.. 공책까진... 흐흐...
아.. 그러고 그런 공책이 있다는 것도...
음... 전 수첩에 대충 일상을 적는데..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두 하고... 원체 글 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리...글재주가 없어서리...
읽는 것만 좋아한답니다..

저도... 교육 끝내고 Bird나무님 방명록에 쭉 코멘트 달고 있으니 좋으네요... 흐흐

ceylontea 2003-10-22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파이트 클럽은 사전 지식 0%인 상태에서 봤던 영화여서 나름대로 결말부분이 충격이었습니다. 사전지식없이 보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더군요..
움베르트 에코를 알기전에 영화로 사전지식 전혀 없이 "장미의 이름"을 봤었는데...음.. 무척 재미있게 봤었습니다. 거기 나왔던 사람이 숀 코너리였었습니다..음.. 지금 생각해보면, 극장에서 영화 본것이 10번이 안되던 때였던 것 같네요.

Bird나무님, 공책포장이라니요? 웅... 그게 모예요? 책도 아니고 공책을?? 왜?? 어떻게?? 하는 거죠?

_ 2003-10-30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도 글재주가 없어서 그렇게 하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하는 거랍니다...크헉;;
그리고 가끔 서평적을때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생각같은걸 그기에 적어놓으면
까먹지 않아 좋더군요..;;

이럴서가 2003-10-20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 말하겠어요. 뭐하니, 버드님 물으시면, 저는 늘 그 자리에 있어요, 라고 느껴 대답하겠어요... 버드님 방가방가..^^*

_ 2003-10-2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멋져요 ( __)b;;;
반겨 주시니 감사감사..^^*

어제 저녁 신경숙의 바이올렛을 다 보구 잡상(雜想)을 잠시 접었습니다.
자신을 파괴하던 바이올렛의 오산이를 보고선
별로 유쾌하이 느껴지지 않더군요 ^^

습관 2003-10-2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괴라는건 어떤것이 되었든지 간에
시끄럽고,
먼지 많이나고,
무섭고,
아픈느낌.

차라리 무언가를 만들어내는게 낫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