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보다 쉬운 독학 국사 - 7차 교육과정
박천욱 지음 / 일빛 / 2004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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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라는 과목 또는 학문은 관심이 없는 이상은 엄청난 인내를 요구하는 암기과목이다.  1127년 이자겸의 난이 일어났고, 1135년에 묘청의 서경천도운동 1170~1270년까지 무신집권시대 등등. 이런 단순암기(국사에 관심은 없지만, 그래도 할 수 없이 해야 하는 입장의 사람들에게는) 과목을 사람들은 왜 따로 강의를 듣고는 하는걸까? 그 이유는 책이 너무 방대하고 지루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책에 나와 있는 것만 줄줄 외면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지겨운건 어쩔수 없다. 지겨우면 또 잘 안 외워진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교과서보다 쉬운 독학국사는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로 편찬되었다. 바로 딱딱한 설명체가 아니라 강의하듯이 말을 건네듯이 본문이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고 해서 '재밌다'라고까지 한다면 분명 오바겠지만, 확실히 덜 지루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 전반역사 기술책을 동시에 3권을 보고 있는 나이지만, 이게 가장 손이 많이 간다.

이런 좋은 점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점이 있다면 오타와 출판사와의 의사소통이다.

나는 얼마전 <독학국사>를 펴낸 출판사에 오타와 관련한 메일을 보냈다. "이거 맞는거냐? 혹시 정오표는 없냐"의 내용이었다. 다음날 바로 답장이 왔다. 의례적인 사과문과 함께 정오표가 온 것이다. 바로 정오표를 붙여준 성의와 의례적이라 할지라도 동봉되어온 사과문은 처음에는 감사했다.

그런데 정작 내가 질문한 것을 찾아보니 정오표에는 없었다. 조금 움찔하긴 했다. "이거 내 질문을 읽어보긴 한거야?" 그래서 다시 보냈다. "정오표는 감사하다. 그런데 내가 앞서 질문한거에는 답변이 없다. 그리고 정오표에도 없는 확실히 틀린 것도 지적해 보낸다"라고. 그 다음날 출판사에서는 나의 메일을 수신하여 내용을 보았음을 확인했다. 그런데, 답변이 없다.

그래서 문득 떠올랐다. 귀찮다는 건가? 출판하고 얼른 정오표 하나 달랑 만들어 놓고, 틀린거 아니냐는 항의성 메일오면 그냥 '미안, 이거봐'로 끝내려고 하는건가? 시일이 제법 지났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다. 책만 팔면 끝이라는 생각은 다른 책에는 먹힐런지 모르겠지만, 이런 사실을 중요하게 다루는 역사책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설령 초반에 정오표를 잡았더라도 계속 틀린점을 잡아내야 하고, 독자입장에서 그것을 또 지적해 주면 고마워 하지는 않더라도 반영하겠다던지, 당신이 틀렸다던지 반응이 있어야 한다. 잘못된 정보제공은 범죄다. 그런데 답변이 없다. 그곳에서 답변을 해 주지 않으면 난 뭘 보고 알지.

5일이 지나도 아무런 답변이 없는 지금. 출판사에서는 나의 질문을 무시하였다로 결론내렸다.

이상 초판 5쇄 발행일 2004년 4월 1일자 기준, 의문점을 적어놓는다. 정오표에도 없고, 출판사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면, 이 책만 보는 사람은 계속 모르는거다.

의문점 :

275p 1line "처음 17C 초의 인조 즉위년에 경기도에서부터 실시된" : 대동법에 관한 설명인데, 내가 알기론 광해군은 1623년 인조반정으로 쫓겨났다. 그런데 대동법은 선조 마지막해, 광해군 즉위년인 1608년 이원익의 주장으로 처음 실시되었다. 인조때에는 강원도까지 확대하자는 주장이 난 해고, 또 실제로 강원도까지 실시되었으며, 숙종때 경상도를 포함, 잉류지역을 제외한 모든지역에 대동법이 실시되었다. 이상이 정설로(백과사전, 교과서, 다시찾는 우리역사기준), 인조는 선조또는 광해군으로 바뀌어야 한다.

343 下14line "규장각의 정규직도 아닌 잡직으로 마련된 직책이었지만 영조는 검서관들에게도" : 앞의 내용을 보면 규장각 검서관으로 서얼 출신 학자들을 등용했다인데, 규장각 검서관으로 서얼 출신을 등용한건 정조다. 정조의 근대적인 시선으로도 뽑히는 부분인데, 앞에서 그렇게 언급하다가 갑자기 영조가 언급된건 이상하다.  확실히 모르겠지만 일단 규장각은 정조때 탕평책을 실시할 수 있게한 왕의 지지기반중 의 하나였다. 그래서 백과사전을 뒤져보았지만 역시 규장각은 정조때 설치되었다. 내가 가장 의문스러웠던 부분이 혹시, 규장각이 영조때도 있었나? 였는데, 아무래도 영조가 아니라 정조다. 문맥으로 봐도 사실 정조다.

423p 20line "의종 때 정선이 지은 정과정곡에서" : 지금 고려시대 하고 있다. 그런데 정선은 조선후기 진경산수화의 한 획을 긋는 인물로서 인왕제색도, 금강전도를 그린 화가다. 대단하다. 그가 고려시대까지 간걸 보면 타임머신이 조선시대에 이미 발명되었다!!!!..는 아닐테고, 혹시나 해서 백과사전을 뒤져 보았지만 역시 정서(鄭敍)고 한영우님의 다시찾는 우리역사를 보아도 정서다. 독학국사가 틀릴 확률이 높을까? 아니면 내가 이제껏 배워왔고, 또 이 두 책을 살펴봐 확인한 내가 틀릴 확률이 높을까? 그래도 모를일이니 7차 교과서를 봤지만 거긴 안타깝게도 언급이 없다. 이게 맨처음 질문한 거였는데, 첫번째 메일에서 답변 내용에 없었다. 물론 정오표에도 없다. 그리고 다음번 메일은 함흥차사다.

154p [표8] : 이건 그냥 틀렸다. 통일 신라가 기인제도고, 고려가 상수리 제도라고 되어 있는데, 뒤바뀌었다. 출판사에도 가르쳐 줬지만 아무런 말 없다.

224p 下 8line : "그렇다고 녹봉을 폐지하는 것으로 끝내면" : 이부분도 틀렸다. 앞의 내용을 보면 "신문왕은 귀족의 경제력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토지 제도를 개혁했습니다. 식읍을 제한하고 녹읍을 폐지한 것입니다. " 즉, 녹읍을 폐지했다는 것이다. 같은책 228페이지에서는 녹봉이 지급된 해를 녹읍이 폐지되고 관료전을 지급하며 녹봉을 같이 주었다고 했다. '녹봉을 페지'가 아니라 '녹읍을 폐지'다.

227p 下15line 수조 -> 수도

374p [그림 3] : 지중왕 => 지증왕, 순왕 => 경순왕

405p [그림 22] : 이것도 그냥 틀렸다. 국자감은 국자학, 태학, 사문학인데, 그림에서는 사문학을 서문학이라 표기되어 있다.

정오표 중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에"라고 되어 있는데, "'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걸작'에"가 되어야 한다. 정오표조차 틀리나..

이상이 거의 틀렸다고 보여지는 정오표에도 없는 부분이다. 틀린거 아니냐고 출판사에 물어봐도 답변이 없으니, 그저 틀린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자질구레한 조사의 오타는 읽으면서 그렇게 큰 영향이 있는 게 아니지만, 저런 오타가 나오면 괜히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이건 '사실'을 다루는 책이기 때문이다. 정오표라고 날라온게 대부분 조사 오타나 고치고 있는거라 한심했고, 몇몇개 지적을 해줘도 아무런 답변이 없는 아쉬움에 찾은 의문, 오타는 모두 적어놓는다.

분명 깊이는 얕지만 그래도 교과서적으로는 참으로 충실히 국사를 훑고 있는 점은 높이 사고 싶고,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꼭 수능이 아니라 하더라도, 간단히 국사의 기초를 다지고픈 분들에게도 상당히 유용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출판사의 미흡한 사후관리가 아쉽다. 내가 지적한 부분에 대해 오히려 책이 맞는 것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독자와 출판사의 의사소통이 되어야 할 게 아닌가. 정오표 달랑 하나 날린다고 모든게 끝나는 건 아니다. 설령 "다음판, 개정판에서 고치면 된다"고 고개 돌리고 있다면, 오류가 존재하고 있는 판을 산 여러사람을 무시하는 처사다. 몇몇 잘못때문에 정말 괜찮다고 생각되어 지는 책의 이미지만 버리는게 아닌가 하여 아쉽다.

ps. 추가 196p 갑술환국으로 서인이 특히 노론이 집권을 하게되었다고 기술되어 있는데, 노론이 아니라 소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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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2004-09-12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로는 올리지 않으려 했으나, 설마설마 했던 출판사로부터의 메일이 끝끝내 오지 않는 괘씸함에 이정도 오타는 이 책을 사는 분도 참고를 해야 할 듯 하여...

로드무비 2004-09-12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깨가 움찔하네요. 찔려서...
저도 출판사에 근무한 적이 있는데 제일 무서운 게 Bird나무님 같은 독자예요.
담당자의 실수와 무능이 드러나는 건 물론이요, 저자의 입장도 아주 곤란해지거든요.
그래도 틀린 건 바로잡아 주어야겠죠.
그건 분명한 사실이에요.^^

_ 2004-09-12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망설였던게,그거 였어요. 엄청난 노력으로 한권의 책이 나왔는데, 사소한 부분의 잘못이 마치 전체의 잘못마냥 그려질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조용히 메일로 확인하려 했는데, 답이 없네요. 저같이 무식한 독자는 저런 오타를 보면, '아 이건 틀린거야'라기보다는 '헉, 내가 잘못알고 있었나?'라는 혼란이 오거든요ㅠ_ㅠ

괜히 이런글 올리면 미안하기도 하지만, 돈을 주고 산 독자의 권리 또한 무시 할 순 없으니까요 ^^

로드무비 2004-09-12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성실성에 감복.
다시 와서 추천 누릅니다.^^

_ 2004-09-12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게봐 주셔서 감사해요~ ^^

바람구두 2004-09-18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 지적이긴 하지만... 역시 고마운 독자이기도 하지요. 추천추천...

_ 2004-09-18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바람구두님 감사합니다. ^_~

청바지 2006-01-03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랬군요.. 아직 보지 않았는데... 정말 고맙게 잘 참고하겠습니다...^^

님 감사해요 2011-02-04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거 사려고 했는데. 안사야겠어요. 조사 관련 오타야 상관없지만 사실이 바뀌는 오타 있는 책은 정말 싫어요. 지식 습득에 있어 치명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