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에서 '가족의 탄생'을 한 20분 정도 보았다. 20분 정도밖에 보지 못한 것은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코 영화가 재미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아, 그리고 이것은 조금이라도 비아냥이 섞인 말이 아니다. 일요일도 일요일이 아닌 날들처럼 바쁜 요즘이다.
아무튼 거기서 고두심에게 새삼 놀라고 말았다. 고두심은 자기 아들뻘인 남자의 아내 역할을 하는데 그리고 뻔뻔스럽게도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시누 집에 눌러살게 되는데 나이가 들었으돼 젊은 남자의 연인임이 극히 자연스러운 이 무심씨는 이 참으로 부담스러운 시추에이션에 낭창낭창한 버드나무 가지처럼 유연하고 센스 있게 적응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나는 무심씨와 그 역할을 하는 고두심 여사에게 홀딱 반하게 되어 버린다. 고두심씨는 TV 드라마에선 주로 어려운 상황에서 가정을 이끌어가는 굳세고 대쪽같은 어머니 이미지를 보여주는데, 영화에서는 다소 퇴폐적이고 한쪽 나사가 풀려 있는 것 같으면서도 영화 속 시누나 관객이 결코 미워할 수 없도록 어떤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는 여자의 역할을 정말 잘 해내고 있다.
정말 잘 해내는 것도 아니고 그냥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 안에 존재하고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