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코가 대학 탁구부에서 익힌 양면타법을 가지고,

스마일이 잠깐의 방황을 접고 무자비하고 냉혹할 만큼 완벽한 기술로,

카이오학원 까까머리 주장이 변함없는 의지와 몇달동안의 컷트맨 상대 연습을 무기로,

작가가 송구스러움을 무릅쓰고 중국에서 모셔온 잘생긴 탁구 청년 콩이 시련을 딛고 일어선 의연한 자세로,

인터하이 예선에서 격돌을 벌인다.

 

오호~ 흥미진진 할세라.

이따금 등장하는 스마일의 어린 시절 모습은 어찌 이리 사랑스럽단 말인가

무뚝뚝하고 정이 안 가지만 귀여운 녀석

묘한 캐릭터다.

한편, 리얼 6에서 노미야의 자기길을 향한 여행은 모래주머니를 차고 모래밭을 걷는 것마냥 더디고 느리게 그러나 분명하게 진행된다. 아직 목표를 알지는 못하지만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나의 길'과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있기에.

타카하시는 여전히 초췌한 얼굴에 부시시한 머리카락을 하고, 무엇보다도 모든 것을 단념해버린 듯한 참으로 보기 안쓰러운 표정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와 8년만에 재회한다. 교통사고가 나서 다리를 절단하기 전에는 언제나 자신감 넘친듯 보이고 잘난체하고 실제로 잘났던 그의 뒤에 무엇이 있었는지 알게 된다. 농구 연습을 할 수 있는 뒷마당이 딸린 시골집, 학교 연습에서 신 기술을 성공시켜 설레는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며 연신 '아빠가 일찍 오셨을까? 아니야 그럴리 없지. 하지만...'하고 되풀이 생각하는 꼬마. 그 꼬마와 눈을 마주치고서도 지나쳐버리는 남자. 어느날 예고없이 아빠 역할을 포기해버리는 그 남자. 타카하시의 아버지.

타카하시는 과연 달라질까? 그럴 것 같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모습과 감정을 그대로 보고 드러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내가 무엇때문에 마음 아팠는지, 절망스러웠는지 솔직히 털어놓는 것은 정말 정말 쉽지 않다.

그러고보니, 다니구치 지로의 '열네살'에서도 아버지가 어느날 가출을 해버리는데, 허어 이런. 정말 당황스런 일이 내가 가진 만화책에선 자주도 일어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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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형 2007-02-09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보고 싶다. 보고 싶어! 만화. 그리고 동의. 내가 무엇때문에 마음 아팠는지, 절망스러웠는지 솔직히 털어놓는 것은 정말 정말 쉽지 않다. 누구에게.

슈뢰더 2007-02-28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지어 나자신에게 털어놓기도 쉽지 않죠. 그냥 잊고 싶을 뿐이지. 그리고 잊는 게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