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 그들에게 간절한 것은 사랑
목마른 자에게 간절한 것이 오아시스였다면, 그들에게 간절한 것은 사랑이다. 가족과 사회의 암적인 존재인 날건달 종두와 가족과 사회에 버림 받은 공주는 우리의 그늘진 모습이다. 그들에게 만남이나 사랑은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인정받기에 힘든 삶일런지 모른다. 불안하고 위태로운 만남 또한 그러하며 종두의 일방적이며 제멋대로인 사랑의 방식도 그렇다. 반면 외롭고 두려운 혼자만의 삶에 무작정 뛰어든 종두를 공주는 대문 밖에 살고 있는 여느 사람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해준 소중한 사람으로 키워간다.
그들의 삶을 아름답다고 얘기하긴 어렵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감독은 참 아름답게 그린 것 같다. 거울에 반사된 햇빛이 비둘기가 되고, 나비가 되어 방안을 날아다니는 장면은 집안에서만 생활하는 공주의 심성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도구가 된 듯 싶다. 비록 우리에게 보여지는 모습은 불쌍하고 애처로워 보이겠지만, 종두와의 데이트를 통해 다른 연인들처럼 장난치고, 함께 노래도 불러주고 싶어하는 평범한 연인이고 싶어함을 보여준다. 가끔 공주가 정상인 처럼 행동하는 것은 영화를 본다기 보다 연극을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주류 영화라고 보긴 어려울 듯 하다. 초록물고기의 상업적 성공이후 좋은 작품이라고 다들 인정받고 있지만, 흥행에서 뚜렷한 성공은 못 거둔 듯 하다. 그건 자신의 시나리오를 영화화 하는 감독의 한계가 아닌가 싶다. 아마 이쯤 명배우 아저씨는 이런 영화가 떠야 한국영화가 클 수 있다고 하겠지........
좋은 영화입니다. 두고두고 볼만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우선적으로 볼 영화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시사회 같이 가자고 정말 여러 명에게 권했더니 누구는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싫어했고, 대다수는 그런 부류의 인간군상을 싫어하는 듯 했습니다. 왠지 꺼림직하다는 느낌을 받는 듯 했었습니다. 실제 이런 느낌을 이해할 수 없다면 영화가 얘기하는 아름다운 사랑은 이해하기 힘든 것이 아닐까 싶네요.
P.S. 공식홈페이지(www.oasis2002.com)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참 마음에 들더군요.
* 국내 최초의 영화 이미지 앨범 : Yiruma / Oasis & Yiruma
- 소개 : 이창동 감독의 신작으로 개봉전에 영화를 음악의 이미지로 만나는 앨범.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Yiruma의 2002년 신작. 홈페이지에 흘러나오는 음악은 "Do You?" 라는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