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 인류의 재앙과 코로나를 경고한 소설, 요즘책방 책읽어드립니다
알베르 카뮈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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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다시 찾게 된

알베르 카뮈의 역작 '페스트'

나도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 3월부터

'페스트'를 프랑스어 원서와 영어 번역본으로

한단락씩 필사를 해가며 열심히 공부했었다.


그리고 한동안 페스트를 읽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다가

이번에 서평단 기회를 통해서 한국어 번역본으로 완독하게 되었다.

우선 이번 책은 스타북스라는 출판사에서 발간한 책으로

'TVN 인사이트' 프로그램 중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방송했던 도서 시리즈 중 한권이다.

책 띠지에는 이렇게 홍보문구가 적혀있다.


"인류의 재앙, 코로나를 경고한 소설!

페스트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다!"


그리고 책 뒷면.

페스트에 대한 간단한 내용소개가 있고,

띠지에는 페스트의 수상기록 등을 적어 놓았다.

"1975년 노벨문학상 수상, 1947년 비평가상 수상,

국립중앙도서관 선정 고전100선,

서울대학교 선정 고전200선"

페스트의 앞부분은 프랑스어와 영어책으로 알고 있어서

앞부분은 쉽게 넘어갔고

내용을 본격적으로 모르는 중간부분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읽다보니 왜 코로나시대에 이 책을 사람들이 다시 찾게 되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건 페스트인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페스트'라는 말이 처음으로 이제 막 입 밖에 나왔다."

(51쪽)


책의 51페이지에 드디어 '페스트'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곳이다.

그전까지 도시 오랑에서는 이 역병에 대하여 이름붙이기를 거부하고 두려워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부분을 보면서 행정쪽에서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끝까지 페스트라는 병을 공인하기를 꺼려하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읽다가 찾은 부분 중

"그것은 어떤 무역 회사의 젊은 사무원이 바닷가에서 아랍인 한 사람을 죽인 사건이었다."

(책 74쪽)

이 부분은 아무래도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이방인'은 내가 처음으로 프랑스어 원서를 완독했던 소설이기도 해서

나에겐 매우 특별한 소설이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책 속에서 죽고야마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지니

더 처절하게 느껴졌다.

파늘루 신부는 끝까지 자신의 신념때문에 의사를 부르지 않다가 결국은 사망하고

리외의 친구인 타루까지 페스트의 막바지에 이르러 조용히 죽음을 맞이한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죽음은 '판사의 딸'의 죽음이었다.

주사를 맞고 호전될까 싶어 몇몇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소녀의 처절한 마지막 고통의 순간을 알베르 카뮈가 적어내려갔다.

매우 고통스러워하고 비명을 지르던 앙상한 소녀의 검은 얼굴을....

혈청을 맞고 살아나기를 내 마음속으로 빌었는데 그렇지 못한 것에 너무 슬펐다.

소설 속 '페스트'로 인한 폐쇄사태와 우리 현실의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떠올리며

몇 가지 인상 깊었던 곳이 있었다.

"서로 껴안고 헤어지면서 며칠 혹은 몇 주일 뒤에는 다시 보게 되리라고 확신했다." (90쪽)

"대부분은 자기들의 일상을 방해하거나 자기들의 이해관계에 해를 끼치는 것에 대해서 특히 민감했다." (102쪽)

"페스트는 참을성 있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마치 이 세상의 질서 그 자체처럼 천연덕스럽게 거기에 있습니다." (126쪽)

"사람들은 이웃 사람을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 나 자신도 모르게 그들은 페스트에 감염될 수 있고, 방심한 틈을 타서 병균을 옮겨올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254쪽)

"페스트는 저마다의 이기심을 발동시킴으로써 오히려 인간의 마음속에 불공평의 감정만 과격하게 만들었다." (303쪽)

"사람들은 다만, 페스트가 들이닥쳤을 때처럼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만은 확신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시내에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것은 아직 소극적인 안도감이어서 노골적인 표현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346쪽)

현실과 너무도 비슷하여 소름이 돋아가며 읽었던 곳들이다.

작년 2월경 본격적으로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외출을 두려워하게 되고, 손소독와 열체크가 일상이 되었으며

사랑하던 가족들과의 만남을 자제해야만 하는 나날이 시작된 그때...

우리도 당시에는 이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 지 가늠할 수 없었는데

벌써 일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점점 더 이기적이고 개인적이 되어가는 사람들을 느낄 수 있었고,

5인이상 집합금지로 인해 5인이상 모임을 신고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과

특정하지 않은 누군가가 보균자라고 생각하여 스치는 것 조차 꺼리게 되는 마음을...

책에서는 다행히도 드디어 페스트에서 극복하는 환자들의 사례가 생기기 시작했고

사망자의 수도 현저히 줄어들어 드디어 도시 폐쇄에서 벗어나게 된다.

다행히 코로나 시대에는 핸드폰도 잘 되어있어서 가족들 친구들과 연락을 못하지는 않고,

비행기로 외국으로 나간다는 것 자체만 불편할 뿐

택배등을 통해 필요한 생필품들은 다 집앞으로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

페스트를 겪었던 오랑시와 다른 점이었다.

페스트 사태에도 코로나 사태에도 시간은 흐르고

사람들은 또 하루를 살아만 가야한다.

어제와 같은 평범한 일상에 마스크 한장을 더 얹은 오늘날의 모습은

알베르 카뮈가 처절하게 그려나갔던 오랑시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현실도 어서 오랑시처럼 페스트 종식으로 고하고

폐쇄되었던 도시를 다시 개방하고

만나고 싶었던 친구와 가족을 만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있었으면 한다.

하지만 페스트 소설의 마지막에서도 경고했듯이

"페스트 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고 꾸준히 살아남아 집요하게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395쪽)

언제 다시 들이 닥칠지 모를 변이 코로나와 제2의 코로나를 경계해야 한다...

끝날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

코로나가 어떤 형태로 끝을 보일지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런 식의 마무리가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

<이 책은 스타북스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서평을 쓴 것입니다.>

<초판본이라 군데군데 오타가 많았던 점이 참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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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BTS 앨범의 콘셉트 소설 그리고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헤르만 헤세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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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0일에 초판이 나온 따끈따끈한 책이다.

데미안 자체는 1919년에 초판이 발행된 책이지만

그동안 수 많은 출판사와 수 많은 번역가를 거쳐 발행되고 또 발행되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고 다시 읽어보고 싶어하는 고전이 된 명작이기 때문일 것.

이번에는 tvn의 '책 읽어 드립니다'라는 프로그램에서 방송이 되어

스타북스 출판사에서 서상원님의 번역으로 발행된 책이다.

책 띠지에는 'BTS의 앨범 WINGS의 세계관을 읽는 첫 번째 도서'라는 문구와 함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헤르만 헤세의 영혼 성장의 기록'이라고 쓰여있다.

그리고 스페셜 에디션으로 헤르만 헤세의 '영혼의 시 100선'을 추가로 넣었다.

헤르만 헤세의 시를 100편이나 접할 수 있다는 것이 특전이다.

살면서 헤세의 시를 따로 읽어볼 일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보면 정말 혜자스러운 특전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버둥거린다.

그 알은 새의 세계다.

알에서 빠져 나오려면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는 신의 곁으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라 한다."


데미안에서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문구이다.

'아브락사스'라는 신의 이름이 나오는 이 부분.

이 부분을 읽으니 문득 나의 언니가 생각났다.

언니는 중학생 시절에 데미안을 읽고 이 문구를 굉장히 인상깊게 여겨서

노트에도 따로 적고 외워버릴 정도였다.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의 나이정도 되었을 것이다.

싱클레어는 책에서 계속 성장하는데

초반에는 10살 소년으로 등장하지만

중간에 중학교도 가고 기숙 고등학교에도 진학을 하고

나중에는 대학생까지 된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를 겪는 주인공 싱클레어의 요동치는 감정과

그 감정을 이끌어주고 정리해주는 역할을 하는 '막스 데미안'

데미안 이외에도 싱클레어의 인생에는 큰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 몇 나오는데

10살 소년에게 두려움을 심어주었던 '프란츠 크로머'

잠시 사랑이라는 설렘을 품어주고 그림을 그리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베아트리체'

기숙사에서 만나게 된 '알폰스 베크'와의 술파티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만나게 된 어른 '피스토리우스'

그리고 그토록 꿈에 나타났던 그 여인, 데미안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까지..

청소년기에 느낄 수 있는 고뇌와 불안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낸 싱클레어를 통해

그 시기의 순수함과 혼란함을 동시에 다시 엿볼 수 있었다.

선과 악을 구분할 수는 있지만 선을 따를지 악을 따를지 계속 혼란스러워 했던 그 시절을

나도 겪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싱클레어처럼 이렇게 혼란스러워했는지,

또 데미안같은 친구가 있었는지, 나의 청소년기를 떠올려보며 책을 읽었다.

제일 중요한 임무가 바로 '자기 자신'을 찾는것이라는 명제하에

이 소설은 자아 실현을 꿈꾸는 소년의 방황을 보여주지만

갑작스런 세계 정세의 급변으로 인하여

제 1차 세계대전에 뛰어들게 된 데미안과 싱클레어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주며

소설은 막을 내린다.

이마에 '표지'가 붙은 사람들.

그 사람들을 식별해 낼 수 있는 눈을 싱클레어도 갖게 된다.

전쟁터에 나가보았더니 그런사람들이 또 많았다.

하지만 싱클레어가 알고 있던 표지와는 달랐다.

좀 더 넓은 세계에서 일반적인 사람들을 보며

전쟁터에서 싱클레어는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에바 부인이 전해주라는 키스를 데미안의 입술로 받으면서

데미안과의 영원한 이별을 하고 마음의 거울에 그를 영원히 묻어둔다.

책의 번역가인 '서상원'씨의 번역이 아주 매끄럽고 잘 되어 있어서

읽기에 편했다. 자연스러운 번역문체로 되어 있어서 불편하지 않았던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뒤에 실려있는 100편의 주옥같은 시까지 감상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책이다.


그러고 보니 책에 오타가 있는 걸 하나 발견했다.

121페이지에 '딱딱하게 않아 있었다'라는 부분.

아마도 '앉아'라고 써야 할 것이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된 데미안과 싱클레어.

다시 읽어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또 넓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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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 낱말퍼즐 3-2 - 3학년이 꼭 알아야 할 가로세로 낱말퍼즐
그루터기 지음 / 스쿨존(굿인포메이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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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이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아이를 위해서 집에 들인 책입니다.

'3학년 2학기 교과서 속 낱말 총출동'이라는 문구가 참 마음에 들었어요.

집에 책이 도착하자마자 아이와 같이 펼쳐놓고

아이가 이미 알만한 문제들 위주로

제가 퀴즈를 내고 아이가 맞추어 보았습니다.

3학년 2학기 책에서 나오는 단어들 위주라서

아직 모르는 단어가 더 많았어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한주차를 마치면 '놀이터'가 나와요.

따라쓰기, 문장완성, 글짓기, 미로 등이 매주 있어서

아이가 흥미를 잃지 않고 할 수 있더라고요^^

부록까지 참 잘 되어 있어서 좋은 책이에요.

이번 기회에 아이가 이미 알고 있는 어휘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앞으로 익혀야 할 어휘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서 참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3학년 2학기 교과서를 받고나면 미리 공부했던 것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겠죠?

교과서 받고 공부와 병행하면서

빈칸으로 남겨두었던 곳들도 다 채워나갈 생각입니다^^

스쿨존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3학년 예습 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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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 뮤지컬 <붉은 정원> 원작 소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46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김학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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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우연히 듣게된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서

김태리의 목소리로 '첫사랑'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작품의 내용이 인상 깊어서 책으로 읽고 싶었는데

마침 서평이벤트가 있어서 감사히 빨리 읽을 수 있었다.

주인공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는 16세에 가족과 함께 별장으로 몇 주간 이사오게 된다.

아버지는 상냥하지만 무관심한 편이고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10살 연상이며 하나뿐인 아들에게 무관심했다.

"내겐 첫사랑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나는 대뜸 두 번째 사랑부터 시작했으니까요."

(책 9쪽)


'첫사랑'이라는 것이 없었던 이유가 대뜸 '두 번째 사랑'부터 시작했다는 이 대사.

소설의 첫 페이지부터 대뜸 나오는 이 대사가 나의 눈길을 끌었고,

곧바로 호기심에 소설을 단숨에 읽어나갔다.

이 이야기는 어떤 주인과, 세르게이 니콜라예비치,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 이렇게 세 사람이 모여

각자 첫사랑 이야기를 하기로 한데서 시작된다.

저 대사는 '세르게이 니콜라예비치'라는 사람이 한 말이고,

주인공의 첫사랑은 다음과 같은 대사로 시작된다.

내 첫사랑은 그야말로 보통 것이 아닙니다.

이반 투르게네프 <첫사랑>, 문예출판사 10쪽

주인공은 자신의 첫사랑이야기를 글로 적어서 알려주겠노라고 하곤

2주 후에 수첩에 적어서 보여주었다.

주인공이 이사온 집 옆으로 '자세키나 공작부인'이 딸과 함께 이사온다.

딸의 이름은 '지나이다 알렉산드로브나'

주인공 블라디미르가 16살이었던 당시

상대 연인이 되는 '지나이다'는 21살

5살 연상의 여인이었다.

아름다운 그녀 곁에는 항상 남자들이 가득했다.

소위 요즘 말하는 '인싸'였던 것

그녀를 보면서 나는 문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가 생각났다.

영화 첫 장면에서 남자들에 둘러싸인 스칼렛의 모습이말이다.

공작부인은 딸을 데리고 '블라디미르'의 집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고,

식사 내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지나이다의 태도에 실망을 했지만...

저녁 여덟시에 우리 집에 오세요. 알았지요, 꼭 와야 해요.

이반 투르게네프 <첫사랑>, 문예출판사 38쪽

그녀의 집에 초대를 받아서 신나게 놀러 간 주인공

하지만 그곳엔 이미 많은 남자들이 있었다.

서로 신분은 달라서 잘 어울릴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지나이다 덕에 그냥 생각없이 놀게 되었다.

그 후로도 매일 모이는 사내들과 함께 지나이다의 환심을 사려고 했다.

그런데 자기에게 잘 해주는 듯 하면서도

지나이다의 '밀당'이 장난이 아니라서 갈피를 못잡고 괴로워한다.

나의 '미친 사랑'은 그날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날부터 나의 미친 사랑이 시작되었다고 했지만,

나의 괴로움도 바로 그날부터 시작되었다고

다시 덧붙여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책 53쪽)


이 점에서 작가 '이반 투르게네프'의 실력이 엿보인다.

첫사랑의 설레임을 고스란히 전해 줄 수 있는 그 펜의 힘 말이다.

주인공은 아직 16살이고 사춘기이다.

어리디 어리지만 그 당시에는 개인 가정교사를 두고

어른으로 취급해주는 나이이기 때문에 우리와는 사정이 달랐다.

그런데 주인공의 눈에 어느날 이상한 광경이 비친다.

아버지와 같이 '지나이다'가 말을 타고 나란히 오는 모습을 본 것이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말았지만

그 후 지나이다의 태도가 묘하게 변했다.

저기 분수 가에, 저기 찰랑거리는 물 옆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지배하고 있는 사람이 기다리고 서 있습니다.

나는 그분과 함께 정원의 어둠 속으로, 설레이는 나무 그늘로, 물소리가 속삭이는 분수 뒤로 자취를 감추고 말 것입니다.

이반 투르게네프 <첫사랑>, 문예출판사 94쪽

어딘가 다른 곳을 응시하고, 한숨을 쉬고,

다른 사랑에 들뜬 듯한 지나이다를 보며 주인공도 마음 졸여한다.

그런데 주인공도 결국 눈치를 챘는지..

문득 내 머리에 떠오른 상상은 너무나 놀랍고 너무나 괴이한 것이었으므로, 나는 그런 생각에 깊이 잠길 용기마저 없었다.

이반 투르게네프 <첫사랑> , 문예출판사 107쪽

결국 주인공은 '지나이다'가 정말로 사랑하는 대상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었다.

4년후.

지나이다는 결혼을 하여 '돌리스카야 부인'이 되었다.

아버지는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나오는데

너무나 안타깝게도 지나이다도 결국 사망하고 만다.

이 두 죽음 앞에서 나는 너무도 깜짝 놀랐다.

이렇게 푸르디 푸른 젊음이 사라져갔다는것이..

너무 갑작스런 죽음이어서 더 놀라웠는지도 모른다.

그 젊고 열렬하고도 빛나던 생명은 이리하여 끝장이 났단 말인가!

그처럼 조급히 흥분하면서 애타게 달려간 궁극의 목적이 이런 것이었더냐!

이반 투르게네프 <첫사랑>, 문예출판사 128쪽

슬프고 마음 한켠이 허망해진 결말을 안고

작가 이반 투르게네프의 삶에 대해서 읽어보았다.

실제로 작가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격이

소설 '첫사랑'에 반영되어 있었다.

히스테릭한 어머니의 질투와 초조함.

투르게네프는 이 소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시엔 찬부 양론까지 활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찬성론이 지배적이었다고..

이 책에는 총 4개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첫사랑>, <아아샤>, <밀회> 그리고 <사랑의 개가>

<아아샤>는 첫사랑의 지나이다같이 성격이 활달한 여인 '아아샤'가 나온다.

아아샤는 배다른 오빠와 함께 지내고 있었는데

주인공과 셋이서 친하게 지내다가

그 가족관계를 알고 난 후 아아샤의 사랑을 전해 듣는다.

하지만 신분관계로 인하여 결혼까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아아샤는 오빠와 함께 도시를 떠나버린다.

아아샤의 사랑을 절절하게 느꼈을때는 이미 그들은 멀리 떠나버린 후였다.

결국 평생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사랑이야기였다.

단편 <밀회>는 관찰자가 수풀속을 산책하다가

한 여인을 발견하는데, 그날이 바로 그 여인과 연인관계였던 남자의 이별하는 날이었다.

남자는 거들먹거리며 여자에게 자기 마음을 끝까지 주지 않고

여자는 너무나 슬퍼하는 그런 짧은 단편이었다.

마지막 단편 <사랑의 개가>야말로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가까운 친척이자 친구인 '파비오'와 '무치오'의 이야기인데,

'발레리야'라는 아름다운 처녀의 마음을 얻게 되는 사람이 승자로

패자는 바로 그것을 수긍하도록 서로 약속했다.

승자가 된 '파비오'는 결국 '발레리야'와 결혼하게 되었지만 슬하에 자녀가 생기지 않았다.

패배를 받아들였던 '무치오'는 결국 이탈리아를 떠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무치오'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기쁜 '파비오'는 친구를 자기집으로 초대한다.

묘하게 변한 친구 '무치오'

묘한 맛의 와인과 진주 목걸이, 이상한 주문, 뱀 묘기 등등

'무치오'가 그들의 집에 묵게 된 그날부터 이상한 일이 시작되었고

'발레리야'도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

결국 이상함을 느낀 '파비오'는 친구를 죽이지만

말레이 하인의 주술로 산 송장인 '무치오'가 걸어서 집을 나가고 난 후

'발레리야'는 결혼 후 처음으로 새롭게 눈뜨기 시작한 생명의 고동을 느낀다...

참으로 신기하고 묘한 이야기였다.

앞의 이야기들과는 결이 달라서

같은 작가의 작품으로 생각하기 힘들 정도였다.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를 한 편 읽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을 이번 기회에 쭉 읽고나니

자연에 대한 묘사를 참 아름답게 했고,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의 설레는 마음을 참 잘 묘사한 작가라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 러시아 작가하면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정도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마음에 드는 러시아 작가 한명을 더 알게되어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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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 사는 두꺼비 초승달문고 15
김리리 지음, 오정택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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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리님의 책이라길래 무조건 구입했어요^^
이야기가 재밌고 나중에 또 훈훈하게 끝나기 때문에 아이도 좋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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