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 뮤지컬 <붉은 정원> 원작 소설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46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김학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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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우연히 듣게된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서

김태리의 목소리로 '첫사랑'에 대한 소개를 들었다.

작품의 내용이 인상 깊어서 책으로 읽고 싶었는데

마침 서평이벤트가 있어서 감사히 빨리 읽을 수 있었다.

주인공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는 16세에 가족과 함께 별장으로 몇 주간 이사오게 된다.

아버지는 상냥하지만 무관심한 편이고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10살 연상이며 하나뿐인 아들에게 무관심했다.

"내겐 첫사랑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나는 대뜸 두 번째 사랑부터 시작했으니까요."

(책 9쪽)


'첫사랑'이라는 것이 없었던 이유가 대뜸 '두 번째 사랑'부터 시작했다는 이 대사.

소설의 첫 페이지부터 대뜸 나오는 이 대사가 나의 눈길을 끌었고,

곧바로 호기심에 소설을 단숨에 읽어나갔다.

이 이야기는 어떤 주인과, 세르게이 니콜라예비치,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블라디미르 페트로비치' 이렇게 세 사람이 모여

각자 첫사랑 이야기를 하기로 한데서 시작된다.

저 대사는 '세르게이 니콜라예비치'라는 사람이 한 말이고,

주인공의 첫사랑은 다음과 같은 대사로 시작된다.

내 첫사랑은 그야말로 보통 것이 아닙니다.

이반 투르게네프 <첫사랑>, 문예출판사 10쪽

주인공은 자신의 첫사랑이야기를 글로 적어서 알려주겠노라고 하곤

2주 후에 수첩에 적어서 보여주었다.

주인공이 이사온 집 옆으로 '자세키나 공작부인'이 딸과 함께 이사온다.

딸의 이름은 '지나이다 알렉산드로브나'

주인공 블라디미르가 16살이었던 당시

상대 연인이 되는 '지나이다'는 21살

5살 연상의 여인이었다.

아름다운 그녀 곁에는 항상 남자들이 가득했다.

소위 요즘 말하는 '인싸'였던 것

그녀를 보면서 나는 문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가 생각났다.

영화 첫 장면에서 남자들에 둘러싸인 스칼렛의 모습이말이다.

공작부인은 딸을 데리고 '블라디미르'의 집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고,

식사 내내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지나이다의 태도에 실망을 했지만...

저녁 여덟시에 우리 집에 오세요. 알았지요, 꼭 와야 해요.

이반 투르게네프 <첫사랑>, 문예출판사 38쪽

그녀의 집에 초대를 받아서 신나게 놀러 간 주인공

하지만 그곳엔 이미 많은 남자들이 있었다.

서로 신분은 달라서 잘 어울릴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지나이다 덕에 그냥 생각없이 놀게 되었다.

그 후로도 매일 모이는 사내들과 함께 지나이다의 환심을 사려고 했다.

그런데 자기에게 잘 해주는 듯 하면서도

지나이다의 '밀당'이 장난이 아니라서 갈피를 못잡고 괴로워한다.

나의 '미친 사랑'은 그날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날부터 나의 미친 사랑이 시작되었다고 했지만,

나의 괴로움도 바로 그날부터 시작되었다고

다시 덧붙여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책 53쪽)


이 점에서 작가 '이반 투르게네프'의 실력이 엿보인다.

첫사랑의 설레임을 고스란히 전해 줄 수 있는 그 펜의 힘 말이다.

주인공은 아직 16살이고 사춘기이다.

어리디 어리지만 그 당시에는 개인 가정교사를 두고

어른으로 취급해주는 나이이기 때문에 우리와는 사정이 달랐다.

그런데 주인공의 눈에 어느날 이상한 광경이 비친다.

아버지와 같이 '지나이다'가 말을 타고 나란히 오는 모습을 본 것이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말았지만

그 후 지나이다의 태도가 묘하게 변했다.

저기 분수 가에, 저기 찰랑거리는 물 옆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지배하고 있는 사람이 기다리고 서 있습니다.

나는 그분과 함께 정원의 어둠 속으로, 설레이는 나무 그늘로, 물소리가 속삭이는 분수 뒤로 자취를 감추고 말 것입니다.

이반 투르게네프 <첫사랑>, 문예출판사 94쪽

어딘가 다른 곳을 응시하고, 한숨을 쉬고,

다른 사랑에 들뜬 듯한 지나이다를 보며 주인공도 마음 졸여한다.

그런데 주인공도 결국 눈치를 챘는지..

문득 내 머리에 떠오른 상상은 너무나 놀랍고 너무나 괴이한 것이었으므로, 나는 그런 생각에 깊이 잠길 용기마저 없었다.

이반 투르게네프 <첫사랑> , 문예출판사 107쪽

결국 주인공은 '지나이다'가 정말로 사랑하는 대상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었다.

4년후.

지나이다는 결혼을 하여 '돌리스카야 부인'이 되었다.

아버지는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나오는데

너무나 안타깝게도 지나이다도 결국 사망하고 만다.

이 두 죽음 앞에서 나는 너무도 깜짝 놀랐다.

이렇게 푸르디 푸른 젊음이 사라져갔다는것이..

너무 갑작스런 죽음이어서 더 놀라웠는지도 모른다.

그 젊고 열렬하고도 빛나던 생명은 이리하여 끝장이 났단 말인가!

그처럼 조급히 흥분하면서 애타게 달려간 궁극의 목적이 이런 것이었더냐!

이반 투르게네프 <첫사랑>, 문예출판사 128쪽

슬프고 마음 한켠이 허망해진 결말을 안고

작가 이반 투르게네프의 삶에 대해서 읽어보았다.

실제로 작가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성격이

소설 '첫사랑'에 반영되어 있었다.

히스테릭한 어머니의 질투와 초조함.

투르게네프는 이 소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시엔 찬부 양론까지 활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찬성론이 지배적이었다고..

이 책에는 총 4개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첫사랑>, <아아샤>, <밀회> 그리고 <사랑의 개가>

<아아샤>는 첫사랑의 지나이다같이 성격이 활달한 여인 '아아샤'가 나온다.

아아샤는 배다른 오빠와 함께 지내고 있었는데

주인공과 셋이서 친하게 지내다가

그 가족관계를 알고 난 후 아아샤의 사랑을 전해 듣는다.

하지만 신분관계로 인하여 결혼까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아아샤는 오빠와 함께 도시를 떠나버린다.

아아샤의 사랑을 절절하게 느꼈을때는 이미 그들은 멀리 떠나버린 후였다.

결국 평생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사랑이야기였다.

단편 <밀회>는 관찰자가 수풀속을 산책하다가

한 여인을 발견하는데, 그날이 바로 그 여인과 연인관계였던 남자의 이별하는 날이었다.

남자는 거들먹거리며 여자에게 자기 마음을 끝까지 주지 않고

여자는 너무나 슬퍼하는 그런 짧은 단편이었다.

마지막 단편 <사랑의 개가>야말로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가까운 친척이자 친구인 '파비오'와 '무치오'의 이야기인데,

'발레리야'라는 아름다운 처녀의 마음을 얻게 되는 사람이 승자로

패자는 바로 그것을 수긍하도록 서로 약속했다.

승자가 된 '파비오'는 결국 '발레리야'와 결혼하게 되었지만 슬하에 자녀가 생기지 않았다.

패배를 받아들였던 '무치오'는 결국 이탈리아를 떠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무치오'가 돌아왔다는 소식에 기쁜 '파비오'는 친구를 자기집으로 초대한다.

묘하게 변한 친구 '무치오'

묘한 맛의 와인과 진주 목걸이, 이상한 주문, 뱀 묘기 등등

'무치오'가 그들의 집에 묵게 된 그날부터 이상한 일이 시작되었고

'발레리야'도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

결국 이상함을 느낀 '파비오'는 친구를 죽이지만

말레이 하인의 주술로 산 송장인 '무치오'가 걸어서 집을 나가고 난 후

'발레리야'는 결혼 후 처음으로 새롭게 눈뜨기 시작한 생명의 고동을 느낀다...

참으로 신기하고 묘한 이야기였다.

앞의 이야기들과는 결이 달라서

같은 작가의 작품으로 생각하기 힘들 정도였다.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를 한 편 읽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을 이번 기회에 쭉 읽고나니

자연에 대한 묘사를 참 아름답게 했고,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의 설레는 마음을 참 잘 묘사한 작가라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 러시아 작가하면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정도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마음에 드는 러시아 작가 한명을 더 알게되어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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