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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미술관 - 생각을 바꾸는 불편하고 위험한 그림들
김선지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3년 5월
평점 :
책 가운데에 작은 아치형 구멍안에 그림이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유인원같은 모습이지만 사람같기도 하고요 과연 무슨 그림일까요?
책을 싸고 있는 초록색 껍데기를 벗기면 더 놀라운 그림이 나옵니다!
궁금하시죠?
한국일보 화제의 칼럼김선지 작가가 써낸 <뜻밖의 미술관>입니다
지금까지 읽어보았던 미술에 관한 책들과는 다른 이 책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앞부부은 명화 거꾸로 보기로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림들을 재해석 하거나
낯선 그림들을 가지고 와서 이야기해줍니다
표지에 나온 그림도 이 앞부분에 있습니다
'못생김은 악하고 열등한가?'라는 소제목에 딸린 내용인데요
'추한 공작부인'이라는 충격적인 그림을 보고 난뒤
이 그림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 다른 생각이 듭니다
기형이 있거나 기괴한 모습을 한 사람들이 중세에는 많았다고 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역시 그런 사람을 보면 끝까지 쫓아가서
몇시간이고 관찰하고 난 뒤 그걸 그림으로 남겼다고 합니다
구경거리가 되어버린 그들의 추함...
예전에는 추함이 불법이었다고까지 하니 정말 힘든 시대였네요
책의 뒷부분은 화가 다시 보기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화가들의 몰랐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매우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어요^^
에드워드 번존스의 <피그말리온> 연작입니다
이상적인 여성을 구현한 조각상을 생각하고
그걸 만들어낸 뒤 사랑에 빠져 사람으로 만든 뒤 아내로 맞이하는 내용입니다
작가들의 피그말리온, 즉 리얼돌과 관계되는 이야기였는데요
이해할 수 있는듯 이해할 수 없기도 하네요
재미있던 건 이 피그말리온 이야기를
남녀를 뒤바꿔 남성 조각상을 만들고 사랑에 빠지는 그림도 있다는 것입니다
1939년작이라 현대 작품인데요
요즘에는 더 많을수도 있겠죠?
중세인들의 즐겁고 평범한 삶을 자주 그린 피터르 브뤼헐의 그림인데요
대 피터르 브뤼헐과 소 피터르 브뤼헐이 있어요
그 이유는 '대'는 아버지, '소'는 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아주 위대한 작가라서 '대'를 붙인건 아니더라고요
어쨌든 이 그림 속에 묘사된 19금 소재들도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
저는 매우 놀란 것이 많았어요
알고 보면 중세시대 그림들은
이렇게 성적인 묘사나 은유적인 표현을 써서
재치를 나타내거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이 많았다는것을
새삼 더 잘 알게 되었어요
최근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로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전'을
다녀왔는데 거기에서도 <여관>이라는 그림 속에 숨겨진
성적인 요소와 교육적인 효과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그림이에요
잘 보시면 둘다 '무녀'라고 쓰여 있어서 여성을 그린것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요
아무리봐도 근육질의 몸매이죠?
무녀라는 설명이 없었다면 정말 남자라고 착각할만한 그림입니다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레오나르도와 미켈란젤로
그런데 그토록 아름다운 다비드상을 조각한 미켈란젤로는
왜 여성들을 이렇게밖에 그리지 못했을까요?
저도 미켈란젤로가 이정도로 여성을 잘 못표현하는지 몰랐는데요
아니, 이건 제 개인적인 착각일수도 있어요
아름다운 곡선만이 여성의 것이 아니잖아요
미켈란젤로의 눈에는 여성도 우락부락한 모습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수도 있으니까요
자, 여기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을 직접 가보고 싶은 이유가 생긴 그림이 있습니다
바로 보스의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이라는 그림이에요
다른 미술책에서도 본 적이 있지만
이 그림만큼은 정말 너무나 독특하고 압도적이라
쉽게 잊을 수 없는 그림이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 그림을 정말 자세하게 다루었는데요
그게 어찌나 고마운지 몰라요
정말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면서
그림의 세세한 부분까지 확인 할 수 있었거든요
확대컷이 있어서 그 점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 그림이 중세에 그려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어요
마치 저에게는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을 접하는 정도의 현대적 감각이 느껴졌거든요
언젠간 꼭 프라도 미술관에 가서 이 그림을 실제로 보고 싶습니다
'합스부르크 600년' 특별전에 갔을때 너무나 황홀하게 봤던 그림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마리 앙투아네트를 그린 그림이요
크기도 엄청나게 컸지만 그보다 그림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실제로 본 그림을 책에서 만나니 너무나 반가웠어요
게다가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제가 좋아하게 된 '엘리자베트 비제 르브룅'입니다
이 화가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그녀의 자화상을 보고 나서였어요
정말로 아름답게 웃고 있는 마담 르브룅의 모습은
화려하게 치장한 마리 앙투아네트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거든요
르브룅의 그림을 보러 루브르 박물관을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뜻밖의 미술관>은 읽다보니 너무나 재미있어서
홀린듯 끝까지 읽은 책이에요
몰랐던 내용들이 저에겐 많아서 진짜 즐겁게 읽었거든요
탐독했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아요
일반적인 미술책이 아니라
재미있고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었어요^^
아름다운 미술도 기괴한 미술도 사랑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