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내용에 뻔한 플롯이지만 히가시노 게이고가 어느 정도 이름값을 해낸다는 사실을 나는 이 소설에서 확인했다. 이 소설은 특색있는 것이 없다. 지금의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니라 오래 전의 그가 쓴 소설이라 어설픈 것도 많고 치가 어린 모습도 있다. 그래도 뭐 어때? 히가시노 게이고의 유명한 소설에 비하면 부족해도 다른 작가들의 어설픈 소설에 비하면 꿀릴 것 없다. 대단한 추리는 없어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뜨신 소설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아니면, 혹시? ‘살인사건’이라는 제목을 걸고 나온 소설은 거의 이름값을 하던데 이 소설도 그런 것? 움츠려들지 말고 궁금증을 가져보자.
나는 김중혁이라는 이름을 보면 삐삐가 생각나고 자전거가 생각난다. 그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대명사다. GPS가 있고 영상통화가 가능한 때에 그는 정말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건드린다. 그의 소설을 보면 그렇다. 내가 잊고 있던 어느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펭귄뉴스’를 좋아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그 남자의 새로운 소설집을 보았다. 반짝이는 제목, 아! 김중혁. 여전히 그는 어느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엇박자 인생들의 콘서트에 화려한 DJ에 세상을 우습게 만드는 백수들의 놀이까지, 참 김중혁스럽다. 글자들 사이에 음악이 숨어져있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이리 저리 조금씩 움직이며 소리를 내는 오르골의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나 피아노 위에 핸드폰을 놓고 연주를 들려주는 그 모습은 하나의 오르가슴에 이르도록 한다. 아! 김중혁이라는 이름은 이렇게 돌아오고 말았구나. 정녕 당신입니까? 왜 이제야 왔슴까? 투정을 부렸던 나지만 악기들의 도서관의 문을 닫는 지금, 만족스럽게 웃는 나를 발견한다. 이런 소설 보여줘서 고마워요.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하고 싶은 동화집이 있다. 어른이든 아이든 간에 모두 모여 읽어보자고 하고 싶은 동화집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 말하려는 이 책도 그런 책이다. 신통방통한 이 책은 추천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동화집이다. 이 동화집은 아프다. 가난에 대한 것들을 은유적으로, 예를 들면 아버지를 ‘곰’으로, 상처 입은 백색곰으로 표현하는데 아프다. 어설프지 않게 그럴 듯 하게 잘 그려내서 더 아픈 게 한다. 어른들의 못된 습관 때문에 서로 갈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도 그렇다. 아픈 걸 참 잘도 그려냈다. 추천하기 위해 당연하게도, 별표 다섯 개를 고른다.
박관희 동화집은 재밌는 것과 씁쓸한 것이 공존한다. ‘힘을, 보여주마’라는 작품 등은 재밌는 것으로 누가 보든 상관없는 그런 동화다. 반면에 씁쓸하다는 것은 성폭력, 혹은 강자에 대한 비굴함과 같은 것을 고스란히 담아낸 동화들이다. 한 동화집에 이렇게 상반된 것이 함께 들어가 있다는 것이 놀랍다. 몇 개 기억할 것이 있는 동화집으로 남는다.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조용한 마을은 발칵 뒤집어졌다. 사람들은 섣부르게 범인을 잡으려 한다. 누군가가 범인으로 몰렸는데 아무래도 미심쩍다. 조정은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 그때 왕의 뜻에 따라 정약용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온다. 혼란스러운 민심을 다스리기 위해서다. 정약용은 처음부터 그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그 중 하나가 시체를 ‘가만히, 뚫어지게’ 보는 것이다. 왜지? 범인의 상처가 어떻게 났는지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래서 뭘 알 수 있다는 거지? 양반 이양택이 과거를 보러 가던 중에 맞아 죽었다. 때린 사람은 여러 명이다. 이 중에서 심각하게 때린 사람을 찾아내야 한다. 그걸 어떻게 찾아낼 수 있단 말인가? 포기하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다. 양반이 맞아 죽었으니까 어떻게든 찾아야만 한다. 주범만 바뀌기를 여러 번이다. 민심은 동요하고 조정은 초조해진다. 아닐로그적인, 너무 아날로그적인 조선의 수사 방식이 이것을 어떻게 해결한단 말인가? 된다면 무엇으로? 어느 집안의 사람들이 연달아 죽어나간다. 어느 신의 노함이라고 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그 신은 누군가를 죽이는 그런 신이 아니다. 수사관들이 출동한다. 그리하여 놀라운 사실을 알아내는데, 아, 정말 조선으로 가는 책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궁에 빠진 조선’은 정말 그런 책이었다. 살인사건과 그것으로 인한 혼란, 그것을 해결하려는 의지. 그리고 그것들 사이에서 그려지는 조선이라는 나라의 풍경. 이런 식으로도 그 풍경을 그릴 수 있다니, 흥미진진하게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운 책이다. 누가 진짜 살인자인가, 를 찾는 이 책은 그러고 보면 진짜 조선은 무엇인가, 를 찾는 책이기도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