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김중혁이라는 이름을 보면 삐삐가 생각나고 자전거가 생각난다. 그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대명사다. GPS가 있고 영상통화가 가능한 때에 그는 정말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건드린다. 그의 소설을 보면 그렇다. 내가 잊고 있던 어느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펭귄뉴스’를 좋아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그 남자의 새로운 소설집을 보았다. 반짝이는 제목, 아! 김중혁. 여전히 그는 어느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엇박자 인생들의 콘서트에 화려한 DJ에 세상을 우습게 만드는 백수들의 놀이까지, 참 김중혁스럽다. 글자들 사이에 음악이 숨어져있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이리 저리 조금씩 움직이며 소리를 내는 오르골의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나 피아노 위에 핸드폰을 놓고 연주를 들려주는 그 모습은 하나의 오르가슴에 이르도록 한다. 아! 김중혁이라는 이름은 이렇게 돌아오고 말았구나. 정녕 당신입니까? 왜 이제야 왔슴까? 투정을 부렸던 나지만 악기들의 도서관의 문을 닫는 지금, 만족스럽게 웃는 나를 발견한다. 이런 소설 보여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