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편지
정민.박동욱 엮음 / 김영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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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의 편지’에서 조선의 풍경을 보고 싶었다. 관심사였기 때문에, 더욱이 이 책의 작가가 정민이기에 나는 책 속에 들어가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나 책을 펼친 지 얼마 되지 않아 내가 착각했다는 걸 알았다. 이 책은 단지 조선의 풍경을 담은 책이 아니었다. 그 이상의 것이 있었다. 시대를 넘어서는 아버지의 사랑, 즉 부성애였다.


이황, 백광훈, 유성룡, 이식, 박세당, 안정복, 강세황, 박지원, 박제가, 김정희 등 10명의 선비들이 아들에게 쓴 편지를 모은 이 책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단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책답게 조선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들이 유배 생활을 이야기하거나 자식에게 이런 저런 것들을 지시하거나 당부하는 모습에서 조선이라는 나라의 체계 그리고 문화를 짐작할 수 있다. 정민의 글이니 그 세밀하면서도 생생한, 그리고 쉬운 묘사는 당연한 일. 이 책은 조선으로 들어가는 하나의 열쇠로써 그 역할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것만 해도 충분했을 텐데, ‘아버지의 편지’는 앞서 말한 대로 찡한 부성애를 담아냈다. 자식을 걱정하는 글 하나하나는 내 마음을 이리 저리 흔들었다. 이 편지를 받은 자식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아버지의 호된 질타가 두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듬직함을 느끼지 않았을까. 놀랐다. 조선인들의 편지가 21세기를 살아가는 내 가슴까지 와 닿는다는 건 솔직히 의외였다. 그만큼 아버지들의 자식사랑이 잘 표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동안에 ‘조선’을 배경으로 하는 책들은 정보전달을 하는데 집중했던 것 같다. ‘아버지의 편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런 책들과 차별되는 것이 있다. 감동을 준다는 것, 조선인들을 살아있는 존재로 느끼게 해줬다는 것이다. 언제 또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 앞으로 웬만한 조선 관련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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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의 비밀 - 로마 제국은 병사들이 만들었다
배은숙 지음 / 글항아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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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의 비밀’은 대담하게도 로마가 ‘제국’이 된 이유를 ‘병사’에서 찾고 있다. 왜 그런 것인가? ‘로마인이야기’를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로마인들은 언제라도 군대를 조직해야 했다. 그들은 당장에라도 적이 침공한다면 공화정이든 왕정이든 간에 전쟁체제로 변화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숙련된 군인이었다. 카이사르나 폼페이우스 같은 영웅들이 아니라, 그들을 더 빛나게 해주는 이들이 있어야만 했다.

 
‘강대국의 비밀’은 그 과정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로마인으로 생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적이 침공했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어떤 과정으로 무기를 들고 대열을 정비하며 지도자를 따랐는지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훈련 방법은 물론이고 그들의 특성과 같은 것들까지 정말 세세하게 분석하고 있다.

 
그런 뒤에 그것이 로마를 어떻게 강대국으로 만들었는지를 여러 가지 논거로 언급하는데, 그 과정이 꽤 치밀하며 진지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과연 이 책을 본 다음에 저자의 말에 반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나처럼 새로운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며 머릿속에 있는 로마에 대한 지식을 많이 수정하지 않을까 싶다.

 
역사를 바라보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책들은 그 다양함 속에서 흥미 위주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짙었는데 ‘강대국의 비밀’은 정통을 택했다. 카이사르와 같은 유명인을 앞장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했으면 사람들이 좋아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병사’라는 독특한 소재를 택했다. 

 
사실이 그렇다 할지라도 대중에게 잘 보이는 소재와 섞어서 썼을 수도 있었을텐데 정통으로 '병사'만을 언급했다. 역사를 욕되게 하기 싫었던 것인가? 그 용기에 박수를 주고 싶다. 또한 혀를 내두르게 만들 정도로 꼼꼼하게 자료 조사를 한 것이 눈에 보이는데 그것도 박수를 주고 싶다. 덕분에 책을 읽는 과정은 대단히 즐거웠다.

 
궁금해진다. 지금 사람들에게 “로마가 강대국이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니?”라고 물으면 그들은 무엇을 이야기할까? 자원? 지역적인 이점? 발달된 문명? 뛰어난 지도자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난 이 책을 권하겠다. 로마를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강대국의 비밀’, 로마를 언급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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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24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수리뷰 순례중이예요. 까탈님 리뷰는 항상 혹하게 한다니까요.^^
대박 적립금 들어오면 이 책 사볼까요?ㅎㅎㅎ

오월의시 2009-01-31 01:0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안녕하세요. 이 책 좋답니다^^
그리고, 늦었지만 순오기님, 축하드려요!^^
 
바다의 기별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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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소설을 학수고대하던 내게 에세이가 찾아왔다. 나는 이 에세이를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오랫동안 고심했다. 나는 그의 소설에 드러나는 그 어떤 ‘카리스마’를 원했다. 출판사의 홍보처럼 ‘속살’을 원하지는 않았다. 김훈의 기별을 그래서 외면했던 게다.

그럼에도 나는 기어이 이 책을 들고야 말았다. 그것은 어떤 계시 같은 것일까. 김훈이라는 이름에 어찌할 수 없었던 터다. 지난 밤 나는 읽기 시작했고, 새벽의 어느 시간, 추운 날에도 불구하고 창문을 열고 바깥을 살폈다. 우리 동네에 소방서가 어디에 있을까 하는 생각에, 김훈의 글을 곱씹으며 세상을 둘러보고 싶었던 게다.

결론부터 말하자. ‘바다의 기별’은 근래에 나온 한국작가들의 에세이 중에서 단연코 최고다. 문장이 훌륭해서 그런 건가. 에세이의 흥을 살리고 맛을 농염하게 만드는데 문장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저자와의 내밀한 만남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바다의 기별’은 그렇다. 김훈, 그 남자의 살아온 길을 엿보게 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느끼게 해준다. 정말 ‘속살’을 만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딸이 사준 핸드폰을 이야기하는 그 모습, 소방관들에 대한 생각과 건투를 비는 모습,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추억, ‘난중일기’를 읽었을 때의 감정과 자신이 쓰는 문장에 대한 고백… ‘바다의 기별’에는 이제껏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런 것이 있었다. 소름 끼칠 정도로 건조하면서도 아름다운, 김훈만의 언어로 풀어쓴 그런 이야기가 ‘바다의 기별’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바다의 기별’을 보면서 아쉬웠던 것은 단 하나다. 이 책에 끝이 있다는 것, 그것이다. 평생 멈추지 않고 읽고 싶었고 느끼고 싶었는데 그게 아쉬웠다. 그 외에는 없다. ‘바다의 기별’은 가히 ‘완벽’의 경지에 올라있다. 우리나라 작가가 쓴 에세이 중에 이런 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최고!”라고 말하는데 두 번 고민할 필요가 없다. ‘바다의 기별’은, 정말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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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꿈 - 오정희 우화소설
오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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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를 좋아하면서도 ‘우화소설’이라는 사실이 걸려서 모른척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정희의 정통소설이 아닐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었다.

 

사람들이 이 소설 좋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보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른 채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마침내 나는 그 마음을 열기로 했다.

 

오정희. 정말 오정희의 소설이구나.

여자의 이야기, 여성의 내밀하고도 은밀한 이야기가 모여 있다. 그것들 하나하나 읽는 것이 이리도 달콤한지 모르겠다. 능숙한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기도 하고 새초롬한 아이의 투정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하여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이 온돌방에 들어와 마음을 따숩게 데운 느낌이다.

 

이 소설 좋다,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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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유희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세진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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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심 샤탕의 소설은 재밌다. 이에 대해서 논쟁 같은 건 필요없을 것 같다. 이건 사실이다.

‘악의 유희’도 그럴 수 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뭔가 성급했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시기적으로 뒷북이라는 생각도 든다. 왜 그런가 하면, “그들은 당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라는 이 사실에 대한 책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그렇다. 인문책은 물론이고 소설도 많이 나왔다. 책 좀 보는 사람들은 이제 다 아는 그런 내용이다.

‘악의 유희’는 충분히 재밌을 수 있는 소설이었지만, 소개가 너무 늦었다. 아쉽다. 읽으면서 조금은 속상하기도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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