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ck 스틱! - 뇌리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의 힘
칩 히스.댄 히스 지음, 안진환.박슬라 옮김 / 웅진윙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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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로써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에 널린 메시지만 해도 얼마나 많은가. 홍수다. 신촌에 있는 건물 하나에만 걸린 메시지만 해도 한 두 개가 아닌데 그런 건물은 또 덕지덕지 붙어있다. TV광고만 해도 그렇고 신문을 장식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인터넷도 사정은 비슷하다. 여기저기에 메시지가 수두룩하다. 뭐 메시지가 ‘강렬’하다면 전달될 수는 있을 것이지만, 그렇지도 않다. 메시지는 왜들 그리 진부한가. 금연광고의 메시지는 몸에 나쁘다는 소리만 하고 책 광고의 주요 메시지는 ‘아마존 베스트 1위’타령만 하고 있다. 지겹고 지루한 광고의 메시지들. 한번 보면 잊어버리고 만다.

내가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어떨까. 잠시 생각해봤다. 어렵다. 어려운 일이다. 돈 많이 주고 만드는 것일 텐데, 쓸데없이 버려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하기는 해야 할 것 같고… 어쩌지?

머릿속에서 뭔가 번쩍하는 것이 있었다. ‘스틱’이었다. 알라딘 뉴스레터에서 책을 알게 됐다. 정말 도움이 될까? ‘뇌리에 착 달라붙는 메시지의 힘’을 알려줄까? 속는 셈 치고 보기로 했는데 어느새 나는 메모를 하고 있었다. 오, 스틱! 구세주였어!

메시지를 착 달라붙게 하는 원칙이 있다. 1. 단순성 2. 의외성 3. 구체성 4. 신뢰성 5. 감성 6. 스토리. ‘스틱’은 이것들을 하나씩 설명해주고 있는데 그 설명이 금은보화 못지않다. 왜 이런 걸 몰랐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무릎을 몇 번이나 쳤던가. 다양한 예시들이 있어서 이해하기는 또 왜 그리 쉬운지. 감탄, 감탄, 몇 번이나 감탄했는지 모르겠다.

너무 감탄한 나머지, 나는 이런 생각도 했다. 내가 갖고 있는 책 한권만 남기고, 모든 ‘스틱’이 사라져버리면 안될까? 나만 보고 싶고 나만 갖고 싶다! 이 어마어마한 예시들과 단순명료한 원칙 설명, 두고두고 나만 보고 싶다! 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하다. 이쪽 분야의 책을 몇 권 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올해 ‘이기는 습관’과 함께 이 분야 최고의 책으로 손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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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장 쪽으로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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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내어 교외의 전원주택에 사는 평범한 월급쟁이. 사육장에게 탈출한 개가 월급쟁이의 자식을 습격한다. 월급쟁이는 병원을 찾아야 한다. 사람들은 다들 “사육장 쪽으로” 가면 병원이 있다고 말한다. 월급쟁이는 이리 저리 헤매다가 ‘개’의 소리를 발견한다. 그곳은 병원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이었다. 그런데 월급쟁이는 안도한다. 병원 같은 것은 둘째 치고, 월급쟁이는 안도하고 만다. 아, 불쌍한 월급쟁이, 비정규직 인생이여!
 
편혜영의 소설집에서 ‘사육장 쪽으로’부터 봤다. 소설을 보고 난 뒤에 심장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광폭하다니! 문장이 그런 것이 아니다. 단어가 그런 것도 아니다. ‘월급쟁이’라는 소시민으로 그들의 무기력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소설의 목소리가 나를 두렵게 했다. 이런 소설을 봤다는 사실에 나는 두 번 세 번 놀라고 말았다.

편혜영의 첫 소설집 ‘아오이가든’을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악몽’같은 소설이었다. 하지만 ‘사육장 쪽으로’는 ‘악몽 같은 현실’을 담아낸 소설이다. 진일보했다. 앞으로 한 걸음 나갔다. 좀 더 세련되게 소설의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전에는 ‘특이’하다는 생각을 들게 했는데 이번 소설집은 특이하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듣는 이를 두렵게 만든다. 날카로워졌다. 현실의 문제를 소설에 장착시켜 사람들의 심장을 겨누고 두려움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소설집에 있는 소설들 대부분이 마음에 들지만, ‘분실물’도 ‘사육장 쪽으로’만큼 높게 평가하고 싶다. 무기력한 직장인에게 찾아온 승진의 기회, 그것은 일종의 범법행위였다. 그는 동참했지만, 중요한 순간에 그것을 분실하고 만다. 그것을 두려워하는 그 남자의 마음을 편혜영을 너무 실감나게 그렸다. 책을 들고 있는 손까지 떨리게 만들 정도로… 두려운 소설이다.

그저 독특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읽으려 했지만 결국 나는 편혜영 소설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 다른 여성 작가들은 고독한 척, 쓸쓸한 척하면서도 은밀하게 예쁘고 아름다운 소설을 쓴다. 그런데 편혜영은 정말 고독과 쓸쓸함을 말하고, 나아가 현대인의 두려움을 콕 찍어 말하고 있다. 편혜영이라는 소설가가 있다는 것과 ‘사육장 쪽으로’라는 소설이 있다는 것은 하나의 보람이다.

후후후. ‘사육장 쪽으로’를 인정한 뒤, 나는 이제 편혜영 쪽으로 방향을 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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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팡의 소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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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소설이 넘쳐나는 것 같다.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나지만 요즘은 좀 짜증이 날 정도다. 이제는 그만 봐야겠다는 생각이 몇 번씩 든다. 예전에야 새로 나온 일본소설이라고 하면 무조건 봤지만 이제는 웬만하면 패스다. ‘루팡의 소식’도 그래서 패스했었다. 패스했는데 사람들 리뷰가 너무 좋단 말이지! 패스했던 내 몸을 조금씩 비틀더니 마침내 돌아서게 만들었다. 만남. 이 ‘소식’을 듣게 된 건 그렇게 시작했다.

15년 전 자살로 처리된 여자 선생이 사실은 살해됐다는 엄청난 제보! 먹고 마시며 즐기던 경찰들은 당황한다. 뭐 이런 게 있나 싶은 심정이겠지. 설상가상으로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화들짝! 경찰들은 당장 일어나서 용의자들을 잡아온다. 용의자들에게 급하게 진실을 말하라고 하는데 그들은 엉뚱한 소리만 한다. 시험 답안지를 보러 학교에 갔다는 그런 말만 한다. 시간은 계속 흐르는데 용의자들의 말은 빙빙 돌기만 하다.

빙빙 도는 말들. 경찰들은 애가 타겠지만 나는 즐거웠다. 단도직입적으로 살인사건을 보는 것이 아니라 좌우앞뒤에서 살인사건을 구상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내 머릿속에서 사건을 재구성할 수 있게 만들어주니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충격적인 반전도 즐겁다! 정말 깜짝 놀랐다. 경찰들의 화끈한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았다. 무능력한 경찰이 아니라 전력을 다하는 경찰들은 의외로 매력적이다. 끝에 가서 감동을 주는 것도 좋다. 추리소설 하나 보면서 별의별 즐거움을 다 얻은 것 같다.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놀랍다. 이런 데뷔작을 쓰다니, 너무 멋진 거 아니야?

며칠 전에 SK가 코나미컵에서 주니치를 이겼다는 소식을 듣고 무진장 즐거워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루팡의 소식’이 몇 배 더 즐겁다. 즐겁고 따뜻하고 기분 좋은 이 소식! 어찌 듣지 아니하겠는가. 다시 생각해봐도 빙그레 웃음을 주는 소설인 것 같다.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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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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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눈 쌓인 옥상에서 아이가 추락했다. 사람들은 아이가 놀다가 실족사한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한 사람, 같은 건물에 살고 있던 ‘스밀라’만큼은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믿었다. 사람들은 스밀라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래도 스밀라의 생각은 굳건했다. 왜냐하면 아이는 옥상에 올라가는 걸 두려워했다는 걸, 일종의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걸 스밀라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밀라는 사람들의 만류를 무시하고 혼자서 비밀을 파헤치려고 한다. 아이가 왜 죽었는가? 이 질문이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의 시작이다.

덴마크 소설은 처음이 아닌가 싶었다. 그 첫 만남이 추리소설이라니. 그 추리소설의 시작이 ‘아이가 왜 죽었는가?’ 라니…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계속 읽어나가다가 엄청난 사실을 알아버렸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을 연 질문, 그것은 점점 커다란 문제들을 밝혀내는 단서가 됐다. 1이 답인 문제인 줄 알고 풀어보는데 답은 백단위를 넘어간다. 그래서 백단위가 답인 줄 알고 계속 풀었더니 어느새 천단위가 넘어가고 또 천단위가 답인 줄 알았더니 만단위가 넘어가고… 이런 과정이 필연적으로 반복되면서 문제가 커진다. 소설이 조금씩 웅장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아이의 죽음에서 시작된 소설이 돈에 미친 문명을 비판하는 이야기까지 하는데 신기하게도 그것이 아주 차갑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작가가 좀 흥분해서 쓸 법도 한데 아주 초연하다. 그러면서도 무서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니 약간은 오싹한 느낌이 든다. 얼음덩어리를 손에 쥐고 있는 그런 느낌처럼 말이다. 차가운 방식으로 뜨거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이 독특한 서사! 나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스밀라를 지켜보면서 황석영의 ‘바리데기’에 나오는 ‘바리’가 생각났다. 묘하게 닮았다. 바리가 따뜻하다면 스밀라는 차가운 사람이지만 세상을 비판하면서 그것을 포옹할 줄 아는 모습이 닮은 것 같다. 사람들이 스밀라를 만나보라고 말하더니만, 역시 이유가 있었다. 스밀라와 데이트해서 기뻤다. 그 감각을 구경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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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 - 미국의 식민지 대한민국, 10 vs 90의 소통할 수 없는 현실
지승호 지음, 박노자 외 / 시대의창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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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을 덮고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 20:80도 아닌, 10:90의 사회가 되어버린 이곳에서, 그렇게 극렬해지는 양극화현상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책이 말하는 것이 내 가슴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박노자, 홍세화, 김규항, 한홍구, 심상정, 진중권, 손석춘. 지승호가 7명을 만나 나눈 이야기들은 그랬다. 10%의 부자들을 위해 움직이는 이 사회, 물신 숭배주의가 판치는 대한민국의 심장부를 그대로 가르는 책이었다.

독특하게도 인터뷰집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터뷰만 있는데 그래서인지 읽기가 편했다. ‘대화’라서 그런지 눈으로 읽으면서도 귀에 쏙쏙 들어왔다. 특이한 일이다. 그동안 인터뷰라는 걸 보면 읽기는 편하지만, 기억하지 못했다. 흘려버렸다. 주고 받는 말들이 너무 짜고 치는 고스톱 같아서 그랬던 것 같다. 너무 의도한 질문으로 도배된 그런 것? 한마디로 "how are you?"하고 물으면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대답하는 그런 의도된 질문과 대답들이 많다. 물렁물렁해서 너무 재미없는, 하품 나오게 하는 그런 것들 말이다.

‘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은 무슨 이유인지 그렇지 않았다. 줄을 치며 책을 읽는 것처럼 집중이 됐고 읽고 난 뒤에도 책에 적혀 있는 말들이 가슴 속에서 떠다니는 것 처럼 기억이 났다. 어째서 이런 것일까? 이런 경험이 신기해서 그 이유를 따져보니 책에 있는 말들이 너무 중요한 것들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미국의 ‘자발적 식민지’가 된 이 나라, 삼성공화국이라는 단어가 기정사실화된 이 나라, 돈이면 무엇이든 되는 이 나라, 가짜 보수가 지배하는 이 나라에 대한 고발과 비판이 있으니까 잊어버리라고 해도 기억하게 되는 것 같다.

인터뷰하는 사람이 특이한 것도 내용을 기억하게 만든 것 같다.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왜냐하면 대답하는 사람보다 그에 대해서 더 많은 걸 아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당사자도 기억 못하는 일이나 발언을 찾아내서 물어보는데 정말 대단하다. 엄청난 노력이 엿보인다. 대충 해도 될 것 같은데, 정말 공부해서 왔다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인지 내용이 정말 알차다. 하긴, 이렇게 노력했는데 당연한 일이겠지.

‘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은 읽고 나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인터뷰와 다르게 검은 하늘을 가르는 번개처럼 인상적이다. 이 인상적인 느낌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아니, 그냥 나누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누자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권한다. 이 글을 보는 당신, 나눕시다! 이 지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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