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 - 미국의 식민지 대한민국, 10 vs 90의 소통할 수 없는 현실
지승호 지음, 박노자 외 / 시대의창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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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을 덮고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 20:80도 아닌, 10:90의 사회가 되어버린 이곳에서, 그렇게 극렬해지는 양극화현상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책이 말하는 것이 내 가슴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박노자, 홍세화, 김규항, 한홍구, 심상정, 진중권, 손석춘. 지승호가 7명을 만나 나눈 이야기들은 그랬다. 10%의 부자들을 위해 움직이는 이 사회, 물신 숭배주의가 판치는 대한민국의 심장부를 그대로 가르는 책이었다.

독특하게도 인터뷰집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터뷰만 있는데 그래서인지 읽기가 편했다. ‘대화’라서 그런지 눈으로 읽으면서도 귀에 쏙쏙 들어왔다. 특이한 일이다. 그동안 인터뷰라는 걸 보면 읽기는 편하지만, 기억하지 못했다. 흘려버렸다. 주고 받는 말들이 너무 짜고 치는 고스톱 같아서 그랬던 것 같다. 너무 의도한 질문으로 도배된 그런 것? 한마디로 "how are you?"하고 물으면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대답하는 그런 의도된 질문과 대답들이 많다. 물렁물렁해서 너무 재미없는, 하품 나오게 하는 그런 것들 말이다.

‘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은 무슨 이유인지 그렇지 않았다. 줄을 치며 책을 읽는 것처럼 집중이 됐고 읽고 난 뒤에도 책에 적혀 있는 말들이 가슴 속에서 떠다니는 것 처럼 기억이 났다. 어째서 이런 것일까? 이런 경험이 신기해서 그 이유를 따져보니 책에 있는 말들이 너무 중요한 것들이기 때문인 것 같았다. 미국의 ‘자발적 식민지’가 된 이 나라, 삼성공화국이라는 단어가 기정사실화된 이 나라, 돈이면 무엇이든 되는 이 나라, 가짜 보수가 지배하는 이 나라에 대한 고발과 비판이 있으니까 잊어버리라고 해도 기억하게 되는 것 같다.

인터뷰하는 사람이 특이한 것도 내용을 기억하게 만든 것 같다.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왜냐하면 대답하는 사람보다 그에 대해서 더 많은 걸 아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당사자도 기억 못하는 일이나 발언을 찾아내서 물어보는데 정말 대단하다. 엄청난 노력이 엿보인다. 대충 해도 될 것 같은데, 정말 공부해서 왔다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인지 내용이 정말 알차다. 하긴, 이렇게 노력했는데 당연한 일이겠지.

‘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은 읽고 나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인터뷰와 다르게 검은 하늘을 가르는 번개처럼 인상적이다. 이 인상적인 느낌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아니, 그냥 나누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누자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권한다. 이 글을 보는 당신, 나눕시다! 이 지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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