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자, 고 결심했지만 고민은 언제나 있다. 책 읽어서 뭐 하나? 라고 스스로에게 물을 때, 말이 궁해진다. 정말 그렇다. 그러면서도 힘들게 책을 들여다보지만, 어려운 일이다. ‘달의 바다’를 볼 때도 그랬다. 문학동네작가상이라는 사실에 기대감을 갖으면서도 그것을 읽을 때 나에게 무슨 이득이 있나 싶었다. 참 복잡한 마음이다. 읽다가 책에 빠지는 걸 알았다. 안타까운 백수가 우주비행사가 됐다는 고모를 찾아가게 되는 이야기가 엉뚱하면서도 재미있었다. 어떻게 말해야 되려나. 김애란의 소설처럼 발랄하지는 않다. 다른 면이 있는데, 나는 그것이 따뜻함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을 보면서 무슨 따뜻하냐는 소리를 하는지 나도 잘 이해가 안 되지만, 그것 말고는 할 말이 없다. 그러면서, 생각해본다. 책을 읽는 것도 그런 것 때문이 아닐까. 이런 소설을 읽는 것은 그런 감정에 푹 빠져보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려나.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리고 읽고 나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면 헛되이 읽은 건 아닌 것 같다는 느낌 말이다. 자기 위안인지 모르겠지만, 그랬다. 따뜻해지는 것이 좋았다.
요즘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놀면서 책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값이 만만치 않아서 그럴 수 없지만, 어쨌든 그렇다. 놀면서 책 보고 싶다! 근데 ‘플레이어’는 그것보다 더 원하는 걸 소재로 삼았다. 놀면서 돈 벌기다! 이런 상상을 하다니? 최재경의 소설은 처음 보는 것인데, 기발하다는 생각을 했다. 내용은 기발함에 비하면 조금은 진부한 면이 없지 않다. 생각한대로 당연히 놀면서 돈 벌게 해주는 뒷세력이 있고 그것 때문에 문제 되는 일이 생겼다. 그래서 내용상으로는 그럭저럭한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 정말 앞의 내용만 보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연애담이 있어서 좋았다. 그게 은근히 감동을 주는데, 감동하면서도 놀랐다. 앞부분만 읽으면서는 이 책에서 감동 받을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었다. 젊은 작가라 그런지 글이 참 빠르고 좋다. 아주 추천하기에는 좀 자신이 없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추천하고 싶다.
읽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언어가 난해하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니다. 가슴을 묵직하게 짓누르는 것이 어려웠다. 귀신 같은 것과는 다른 차원의, 공포감을 주는 것이 책 사이사이에 서려 있었다. ‘운명’은 15살의 소년이 전쟁 중 벌어졌던 잔혹한 범죄의 현장인 수용소에서 겪는 내용이다. 알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내용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용보다 소년이 세상을 받아들이는 그 사건이 충격적이었다. 정말 그랬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나 자신이 곧 운명이다, 라고 외치는 그 말. 차가워도 너무 차갑다. 손을 뻗기가 무서울 정도다. 대단하구나, 정말 대단해. 임레 케르테스에게 한방 먹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 책, 적극적으로 추천하기는 뭔가 꺼려지는 것이 있지만, 그래도 추천 목록에서 빼고 싶지는 않다.
파울로 코엘류의 소설들을 모방한 아류라고 생각했다. 독일에서 유명한 작가라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결단코 펴볼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귀가 얇아서 본 것이다. 보고 난 느낌? 의외의 수확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이 너무 따뜻한 것이 걸리지만, 그래도 마음을 잔잔하게 흔드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11개의 단편이 얄팍한 두께로 만들어진 탓에, 당연히 책 내용이 너무 짧다. 그래서 내용을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그래도 이 말은 해두고 싶다. 마음의 여행자는 ‘괜찮은’ 책이다. 이런 더운 날보다 날이 좀 시원해지는 가을에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단서를...
‘면장 선거’를 보다보니, 요즘 웃찾사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여기쯤에서 뭔가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 정말 나오는 그런 심정. 너무 뻔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바로 그런 것. ‘면장 선거’를 보면서 새삼 생각한다. 형만한 아우는 없는 건가? 그래도 뭐, 재밌기는 재밌다. 이라부의 엉뚱함은 여전하다. 킬링타임용으로 추천하고 싶다. 그것 이상은 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