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남편이랑 봤다. 그 날 계획에 없던 충동적인 관람. 9시께에 시작하는 영화였으니.


역시나 남편은 "뭐 저런 말도 안 되는..." 하면서 잔소리를 했지만, 나로서는 영화 보는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라 충분히 흡족했다. 순전히 한석규 때문에 봤다고도 할 수 있고. 광고의 '색깔'이 맘에 들어서였을 수도 있고...?


주제라. '그림 하나 잘 만들어보겠다'는 게 주제가 아니었을까 싶다.


처음 줄거리를 보곤 갸웃했는데 역시나 김영하의 소설 짜깁기였다더라. 두 소설 중 하나만 봤는데, '사진관 살인사건' 이었나? 영화 속의 살인 사건에 관한 부분이 그거였을 텐데 그것도 결말을 다소 비틀었고. 나머지 소설은 안 보아서 모르겠다. 궁금하긴 하다.


영화의 마지막 반전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히 충격적인 의외의 것이라는 생각도 안 들었다.


요즘엔 오히려 지나치게 남발하는 소재가 결론이 돼버린 건 아닌가?




그 얼마 전 미혼인 한 후배는 재미없다고 보지 말라던데,


나는 그럭저럭 그림 구경하는 재미, 배우들 구경하는 재미로 잘 보았다.


글쎄 그 미혼인 후배보다는 긍정적으로 고개 끄덕일 만한 부분도 있었겠지만(?)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흐름 따위가 썩 공감되지 않더라. 매끄러운 영화는 아니다싶다.




한석규는 이제 좀 한 단계 오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가 되지 않았나 싶고,


사진 찍는 남자로 나온 배우는 TV단막극에서 강한 인상의 역할을 몇 번 맡은 걸 보았는데


이 영화 보다보니 왜 그렇게 발음도 불분명하게 대사를 말아먹는지 답답하더라.


아무튼 오랜만에 영화 봐서 무작정 즐거웠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봐야겠다. 게바라를 지나친(?) 휴머니스트 쪽으로만 기울어 보이게 한다고도 하지만...


오호! 남미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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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애들 어떻게든 밥을 먹여 보내려고 갖은 애를 쓰다보면,  제일 만만한 게 김밥 한 줄 휘딱 말아서 쥐어주는 건데.

그나마도 잠에 취해서 등교 시간 빠듯하게 일어나는 녀석들한테는 그것도 쉽질 않다.


이번 주는 녀석이 주번이다. 그래봤자 20분 빨리 가는 건데, 엄마의 조바심과는 달리 녀석은 너무나 느긋하다!

"넌 걱정도 안되냐? 시간 맞춰 가고 싶지 않아?"

"응, 뭐. 꼭 맞춰서 안 가도 괜찮아."

저런 세상 편한 녀석을 봤나?

내가 직접 보진 않았어도 주번 담당 선생님한테 잘못 걸리면 기합 받을 게 뻔한 데 말이지.


주번 하느라고 아침에 더 바빠서 밥 먹고 가기가 여의치 않았는지, '주먹밥'을 만들어달랜다.

저번에 한 달 동안 학원 다니는데 학원 뒤 분식집에서 먹던 500원짜리 주먹밥이 맛있었단다.

"엄마, 엄마! 밥에다 아무것도 넣지 말고 그냥 동그랗게 말아서 그 가운데에다 참치 넣고 김으로 싸주면 돼요. 알았죠?"

전 날 저녁에 당부를 받았는데 아침에 뒤늦게서야 생각이 나서 바쁘게 밥을 하고 소금, 참기름, 깨를 넣고 비볐다.

전쟁 때도 아닌데 아무 모양도 없이 맨숭맨숭 맨 밥보다는 색깔이라도 좀 나아 보여야 하지 않겠나 싶어 당근을 잘게 썰어서 밥에다 넣었다.

참치에 마요네즈를 좀 넣고 비벼서 주먹밥 한 가운데 집어넣고 동그랗게 뭉쳐서 김가루를 묻혀내는데,

겨우 일어나서 씻고 교복 입고 내 옆으로 다가오던 녀석이 당근을 보더니 인상을 찌푸린다.


"엄마, 내가 아무것도 넣지 말랬잖아!"

"괜찮아아. 쪼오끔 넣었어. 아무것도 없는 주먹밥이 어딨냐?"


하, 요 녀석 또 아침부터 오만 인상을 찌푸리고 주먹밥 도시락을 투덜대며 가져간다.

욱! 쫓아가서 다시 뺏어버리고 싶었다. 아니 녀석이 즈네 엄마도 가뜩이나 아침잠이 많은 사람인데, 그런 달디 단 잠을 다 쫓고

지들 생각해서 맛나게 먹어보라고! 좋아하지 않는 당근, 쪼꼼씩이라도 멕여보려고 시늉만 내서 좀 넣었건만

아침부터 감히 제 녀석이 툴툴거려!


다녀오겠습니다도 볼멘 소리로 겨우 내뱉고 현관을 나선다.

흠...맘 약한 제 녀석 속도 내가 알지. 지금 깐에는 많이 신경이 쓰일 걸? 제 기분대로 엄마한테 인상은 썼지만 뒤가 한참 켕길걸?

문 밖에서 녀석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고, 5cm쯤 열린 현관문 안쪽에서 나도 한참  서 있었다.

문을 열고 욘석을 야단쳐 말어?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래, 엄마는 아이들의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어주어야 한단 말이지?

그래, 까짓. 내가 참지. 흠흠흠...


참았다.


그래도 그대로 말면 안되지.

어제 저녁에 녀석한테 말했다.

"임마, 아침에 엄마가 많이 참았다는 거 알어 몰라?"

"흐응...알어알어.엄마 내가 잘못했어."

"주먹밥 잘 먹었어?"

"응..그거 난리 났어. 애들이 다 뺏어 먹고. 당근 넣어서 맛 없을 줄 알았는데 맛있더라구."

"그럼, 임마.엄마가 어련히 알아서 해줬을까...! 엄마가 아침에 화나는 걸 참았어. 엄마가 어제 엄마는 아이들 감정의 쓰레기통이 되줘야한다, 는 걸 읽었기 때문에 애써 참은 거야, 임마!"

"그게 무슨 말이야? 감정의 쓰레기통? 머..그냥 엄마가 다 참아줘야 한다는 거지?"

"다 참아줘야 한다는 게 아니라, 그냥 이 오마님이 참아줬다는 거지!"

"응,그래그래. 엄마 잘했어.  하여간 엄마, 나 낼도 싸 줘, 응?"


웬 때 아닌 주먹밥인지.

오늘은 덕분에 밥을 한 솥 했다.

학교에 가져 가서 먹고 꼭 거울 봐야 한다고 했는데

김쪼가리 잇새에 끼우고 수업 받는 거나 아닌지 모르겠다.


갑자기 주말의 수학 과외 시간이 한 시간 늘었다고 금요일 새벽에 학원 가야 한다는 딸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와서 주먹밥 싸대고 하다보니

아침부터 대단한 엄마 노릇이라도 한 것같다.

아~함. 하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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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18 - 완결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세주문화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솔직히 우리 세대는 '만화책'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가벼워서
'만화책을 소장한다'는 건 아주 의외의 일로만 여겨집니다.
하긴, 언젠가는 무심히, 정말 부주의하게도
"단행본 책도 비싼데 만화책이 왜 이렇게 비싸냐?"는 말을
만화를 그리던 사람과 어울려 있던 자리에서 불쑥 내뱉었던 바람에
그 사람에게 약간의 질책성 발언을 듣고
상당히 찔끔해야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런데, '몬스터'를 보면서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거미줄처럼 얽힌 인물들의 구성, 구도, 그 그림들까지 꼼꼼히 살펴보고 싶습니다.

작가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야기를 꾸려가는 거며, 사이사이 무수히 얽혀있는 인물들의 설정이며,..
게다가...인물들의 표정! 이건 TV극 속의 살아있는 인물들보다 훨씬 낫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개개 인물들의 특징을 잡아 잘도 그려내었는지
초등학교 이래로는 처음, 그 그림 흉내내어 그려보고 싶다는 충동까지 느끼게 하는
그런 만화책입니다.

정말 이런 만화는 '공부'가 될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숱한 인물들이 묻혀버리는 게 아니라, 개개가 다 살아있고 특징이 있습니다.
박경리 선생이 '토지'를 쓸 때도
몇백명의 인물에 대한 프로필이 작가에게는 다 세세히 정리되어 있다고 했다더라는
말이 또 기억이 났습니다.
프리메이슨이라든지, 동구 역사, 사건들을,
작가가 완전 허구를 구상한 게 아니라
나름대로 탄탄한 공부를 바탕으로 한 그런 작품이 아닌가 여겨졌습니다.

무슨 만화책을 보고 있냐고 옆에서 구박하는 남편더러
"여튼 일본놈들 만화책 그리는 거 보면 대단해!"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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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49
미쯔다 타쿠야 지음 / 제우미디어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야구 만화를 본 지가 꽤 오래 되었지만
아마도 그 내용들은 다 비슷비슷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야구에 탁월한 천재가 있고, 그 천재를 견제하는 라이벌들이 있고,
언제나 극적인 상황은 9회말 투아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진짜 스포츠 보다도 더 마음을 끌어당기는 게 만화가 아닌가싶습니다.
사십몇권이 되는 야구 만화를 줄창 봤습니다.
아직도 완결이 아니네요.
일본 만화들은 정말 무쟈게 긴 것같습니다.
이제 주인공 '고로'가 메이저에 진출했으니 한참 또 이야기가 진행 되겠지요.


만화에 자극받아서 아들 녀석하고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서 캐치볼을 했습니다.
야구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직접 해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습니다.
오백원 넣고 공 때리는 걸 좋아하는 우리 식구는 가끔 그 실내야구장을 잘 이용합니
다. 흠...아줌마 치고는 곧잘 맞추는 편입니다. 깡,깡 하고 공이 맞아서 날아가는 소
리가 참 기분 좋습니다.
아들 녀석하고 캐치볼 할 때 글러브 안에 퍽, 하고 들어오는 공의 무게가 주는 즐거
움도 적지 않습니다.

이사오고 보니 여기는 야구하는 아이들을 볼 수가 없네요. 2년이 다되도록 우리 아들 녀석 한번도 친구들이랑 어울려 야구게임을 못해봤습니다.

만화책에 나오는 것처럼, 아이들의 관심사가 야구에서 멀어져버린 건가요?

'고로'가 야구 선수로 성공하기 까지 유소년 야구단에서부터 고교야구를 거치는 동안 숱한 친구들을 거치게 됩니다.  어렵게 과정을 거치고도, 극소수만 살아남게 되는 스포츠의 세계에서, 한 친구가 재능없음을 탓하며 그만두려 합니다.
'고로'의 성실한 친구 '토시야'는, 그 친구에게 진심어린 고언을 하며, 야구를 계속하기를 종용합니다. 고로는, 별 관심없다는 듯 지나치고 마는 듯 해서 토시야를 속상하게 합니다.
토시야의 부탁에 마지못해 그 친구를 찾아간 듯 건성으로 얘기하는 고로를 통해 그 친구는 다시 의지를 다집니다.
새 야구화를 물려주려는 친구에게 고로는 잘됐다고 마침 세번째 야구화가 닳아서 새 걸 장만해야 했던 참이라고 했거든요.
야구화 하나도 닳아뜨리지 못한 친구는 '고로'의 재능이 반드시 재능만이 아니라 그런, 끊임없는 노력이 뒷받침 되었던 것임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거지요.
....나는 너무 단순한가? 이런 정말, 만화같은 내용들에 감동을 먹습니다.


고로가 야구반조차 없는 학교에 들어가서 어렵사리 야구부를 만들려고 합니다. 현실적인 진로를 택하느라 야구를 진작에 포기했던 친구를 만나기도 합니다.
그 친구는 고로를 통해 다시 야구의 꿈을 갖게 됩니다.
그 친구가 혼자 하는 말이 그겁니다.
"아버지...비록 쫓아서 이룰 수 없는 꿈일지라도
그걸 미리 알고 있더라도
나는, 쫓아서 후회되는 꿈은 없다고 생각해요." 라구요.

비슷한 구조와 갈등들이 반복된다 하더라도
거부감없이 단숨에, 긴장감을 갖고 즐거이 읽게 되네요.
아들,딸, 모두 밥때를 놓쳐가며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고로'가 성공하기를....

만화에만 가능한 멋진 투수의 공들. 능력에 넘치는 직구, 감히 손댈 수 없이 눈앞에서 뚝 떨어지거나 회전하는, 마구들....익숙한 내용들이지만
그럴 줄 알면서도 빠져들게 만드는 게 또 만화의 묘미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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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기관차 20
조재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스포츠 만화는 일단 재밌다.

구성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듯 하다.

리메이크한 작품인 모양인데, 원본과 다르다며 내세웠던 초반부의 탄탄하고 애틋하던 쌍동이 형제의 형제애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애매하게 대립구도로 변하는 게 부자연스럽지만

그야말로 '만화같은' 축구 실력과 힘(!괴력!) 이 주는 스포츠 만화의 긴박감이 흥미롭다.

물론, 만화 초반부의 아버지 김산의 지독한 매질은 전혀 내 성향에 맞지 않아 거부감을 주었지만 말이다.

왜 꼭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  남자작가라 그런가? 무지막지한 폭력의 당위성을 눈꼽만큼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애들과 보면서 "엄만 그건 싫다!" 며 초반부에 대한 거부감을 알렸다.

좌우간 20권이 나온 모양이군. 몇 권까지 봤더라?

만화방엘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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