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엉터리 독자라는 걸 고백하는 꼴이라거나, 평소 속 좁은 편협함에 사로잡혀 사는 걸 드러내는 꼴밖에 안되겠지만

매번 소설을 읽기 전에 작가의 사진, 인물을 보고 미리서부터 막연한 선입감에 젖어버리는 습성을 떨치질 못하겠다.


그래선지, 모모 나이든 작가들의 살집 붙은 얼굴을 보면서는

괜히 지금 그들이 지닌 사고의 영역이나 작품까지

느물거리는 어느 한 쪽으로 미리 치우치게 놓아두고, 읽기를 꺼려하기까지 한다.

그런 인상을 풍기는 노작가들에 대해 서글픔까지 갖게 된다. 안타까워라...하는.

나 같은 편견에 찬 독자를 감안해야 한다면 작가가 늙어서 얼굴 관리 까지 해야 한다는 말이 되나? ㅋㅋ...


김영하,를 읽기 전에 사진을 보면서 좀...그랬다.

풍기는 이미지 자체가 좀 타인을 얕잡아보는 냉소적인 듯한 표정을 흘리고 있는 것 같아 마땅치 않았다. 한번도 먼발치서도 본 적이 없으니 순전히 내 개인적 편견이다.

그 사진, 그 얼굴을 보면서 왜 나는 그런 느낌을 가졌을까?


하여간 그래서 선뜻 손을 대지도 않고 관심도 두지 않았다가, 지금 몰아서 읽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맨 먼저 읽었고,

‘검은 꽃’을 읽었고,

이제 도서관에서 빌린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와 ‘오빠가 돌아왔다’를 읽었다.

아, 어쩌면 김영하는 사진 속의 이미지만으로가 아니라, 소설의 제목으로도 나같이 고리타분한 인간한테 시건방끼를 건네는 듯한 느낌을 줬던 것 같기도 하다.


한 작가의 작품을 연달아 읽는 것도 참 재미있다. 작가의 어떤 흐름, 변화를 한 몫에 느낄 것 같다. 물론 그러다가 ‘내가 변하긴 뭘 변해?’ 하면서 뒤통수 후려칠 그런 작가 같기도 하지만.


‘엘리베이터...’나

‘오빠가...’는 단편 모음집이다.

‘나는 나를...’은 중편이라고 하나? (분량의 정도를 모르겠다.)


제각각 상상력이 기발하고 소재 발굴이 뛰어난 작가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현실적인 것으로 만들어 다루는 능력이 탁월하다.

가끔은 ‘혹시 정말일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 한번 지식탐구를 해보고 싶게 하는 부분들도 적지 않다.


혹은, 현실을 과장해서 부풀려 극단화 시키는 능력도 역시 한 몫을 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방좌우의 어느 쪽으로든 튈 가능성이 있는 그런 능력이 있는 작가다 싶다.


‘검은 꽃’까지를 생각하면,

마치 이전까지 맘대로 오물조물 장난치다가

맘 잡고 책상 앞에 앉아 ‘한번 써보지, 뭐.’ 하는 듯한, 그런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다음 작품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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