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가넷 > 뱀파이어 Vampire
슬라브 족의 뱀파이어
동유럽의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슬라브 족은 뱀파이어에 관해 가장 풍부한 신화와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부분적으로 기독교 덕분인데, 서유럽인들이 대부분 로만 카톨릭을 믿는 반면 동유럽인들은 그리스 정교회를 믿는다는 것은 잘 알고 계시겠지요^^ 두 교회는 교리상 큰 차이를 보이는데, 로만 카톨릭은 썩지 않는 시체를 성인(聖人)의 시신이라고 생각했던 반면 그리스 정교회에서는 그전부터 그 지역에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들 때문에 뱀파이어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물론 두 교회의 정말 중요한 차이점은 그게 아닙니다만... 지금은 교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지요^^;) 자연히 서유럽에서는 성자들의 시신이 속출했고 동유럽에서는 비슷한 숫자의 뱀파이어들이 속출했지요. 이것이 예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뱀파이어 전설을 구체화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슬라브 족의 전승에 의하면, 뱀파이어들은 태어날 때부터 어떤 특징을 타고납니다. 대망막(大網幕)을 쓰고 출산되거나, 날 때부터 이가 있거나, 꼬리가 달린 채 태어나거나... 혹은 어떤 특정한 날에 태어나는 것도 뱀파이어가 될 자질(?)에 속했다고 합니다. 이런 사람이 죽으면 뱀파이어가 될 확률이 높아지지요. 또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한 사람, 파문당한 사람, 제대로 된 절차에 따라 매장되지 못한 사람의 시신 등도 뱀파이어가 될 확률이 높다고 믿어졌습니다.
가축이나 사람이 자주 죽기 시작하면, 마을 사람들은 이것을 주로 뱀파이어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뱀파이어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을 연출했지요. 바로 우루루 달려가서 묘지를 파헤치고 관을 여는 것입니다. (물론 그 대상은 앞서 언급한, 뱀파이어들이 되기 쉬운 조건에 있는 사람들의 무덤이었지요) 시체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생생하거나, 입가에 피가 묻어 있거나, 혈색이 좋게 보이거나, 시체의 손톱이나 머리칼이 자라 있거나, 시체가 부어올라 있으면 그것은 뱀파이어라는 증거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따라서 이런 뱀파이어들을 막기 위한 여러 가지 방책이 고안되었습니다. 그 예로는 관에 십자가를 달기, 턱에 벽돌을 끼워 움직이지 못하게 하기, 관에서 일어나지 못하도록 수의(壽衣)를 못박아 두기 등등이 있습니다. 그 중 재미있는 것은 기장의 낱알들이나 양귀비 씨앗들을 무덤 위에 뿌려 두는 것인데, 그렇게 하는 이유는 뱀파이어들이 숫자를 세는 데에 매우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귀엽지 않습니까?!)
물론 지금까지 전해지는 가장 유명한 방법은 심장에 말뚝을 박는 것입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통했습니다. 그리고 목을 베거나 시체를 태워 버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확실한 방법이었지요. 그 밖에는 다시 한 번 장례식을 치루어 주거나, 성수를 뿌리거나, 엑소시즘 의식을 행하는 등의 온건한(^^) 방법도 있었다고 합니다.
루마니아의 뱀파이어
루마니아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슬라브 족이 아니었지만, 주변 국가들이 온통 슬라브 족의 국가이다 보니 이들의 뱀파이어 신화는 슬라브 족의 것과 상당히 비슷했습니다. 루마니아에서는 뱀파이어를 "스트리고이Strigoi"라고 불렀는데, 이것은 올빼미의 날카로운 울음을 나타내는 의성어였고, 후에는 '악마'나 '마녀'라는 뜻도 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스트리고이에는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스트리고이 비이strigoi vii"는 죽어서 뱀파이어가 될, 살아 있는 마녀를 가리켰습니다. (그러니까 아직 뱀파이어는 아니고, 뱀파이어 후보 정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진짜 뱀파이어, 즉 피를 마시는 살아 있는 시체는 "스트리고이 모르트strigoi mort"라고 불렀습니다.
뱀파이어가 되는 조건은 슬라브 족과 매우 비슷했습니다. 대망막을 쓰고 태어난 사람, 꼬리가 달린 채 태어난 사람, 사생아, 살해되거나 원인불명의 죽음을 맞이한 사람, 세례를 받지 않고 죽은 사람 등등은 죽어서 뱀파이어가 된다고 믿어졌습니다. 또한 일곱 자매, 혹은 일곱 형제 중 막내, 임신했을 때 소금을 먹지 않거나 뱀파이어의 눈길을 받은 여성의 아이, 마녀의 자식 등도 뱀파이어가 될 확률이 높았습니다. 당연히, 뱀파이어에게 물렸다면 죽어서 뱀파이어가 되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도 없었지요.
일단 마을에 뱀파이어가 생기면, 사람들은 쉽게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사람과 가축을 공격하는 것은 물론이고, 남의 집에 물건을 던지기까지 했다는군요^^; 무덤 주변에 구멍이 나 있거나, 시체가 썩지 않거나, 혈색이 좋거나, 관 밖으로 발이 삐져나왔으면 그 시체는 뱀파이어라고 믿어졌습니다. 이것을 확인하기 위해, 한때는 어린 아이가 죽으면 3년 후, 젊은이가 죽으면 5년 후, 어른이 죽으면 7년 후에 관을 열어 보는 것이 관습이 되었다고 합니다. 마늘에 대한 전승도 루마니아에서 전해졌는데, 인간으로 가장하고 살아가는 뱀파이어를 가려 내기 위해 교회에서는 가끔 마늘을 나누어 주고 먹지 않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는군요.
뱀파이어에 대한 예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갓난아이가 대망막을 쓰고 태어나면, 아기가 이것을 조금이라도 먹기 전에 얼른 벗겨내어 불태워 버림으로써 뱀파이어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시신을 잘 안치하고 그 주위에 동물이 접근하는 것을 막으면 죽은 사람이 뱀파이어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지요. 또 무덤 주위에 들장미를 심거나 창가에 마늘을 걸고 가축에 마늘을 문지름으로써 뱀파이어의 접근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뱀파이어를 죽이는 방법으로는 역시 말뚝과 머리 절단이 인기였습니다. 간혹 철저하게 하기 위해서 심장에 말뚝을 박고 머리를 베고 또 벤 머리의 입에는 마늘을 물려 놓기도 했다고 합니다. 집안에서 또 누군가가 뱀파이어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뱀파이어의 몸을 토막낸 다음 불로 태워 그 재를 물에 섞어 마시게 하는 방법도 있었다고 합니다.
집시의 뱀파이어
집시는 예로부터 뱀파이어와 관계 깊은 민족이라는 편견이 있었습니다.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에서도 영국까지 드라큘라의 관을 운반해 주는 하인들은 집시였지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여러 집시 부족들의 공통적인 신앙 때문이라고 합니다. 집시들의 종교는 매우 복잡하고 부족마다 달랐지만, 사자(死者), 특히 죽은 친척과 깊은 유대를 갖는다는 것은 어느 부족에게나 공통되는 사항이었습니다. 집시들은 죽은 자의 영혼이 불멸한다고 믿었고, 간혹은 자신의 몸으로 되돌아오기도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러한 믿음이 다른 민족에게는 뱀파이어를 섬기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죠.
그러나 집시들이 결코 뱀파이어를 숭배하는 신앙을 가졌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집시들의 전설에는 그들 나름대로의 뱀파이어가 있습니다. 이들은 물로mullo, 즉 "죽은 자"라고 불렸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시체에 깃든 악령이었습니다. 이들은 주로 친척들을 공격했는데, 자신의 죽음을 야기한 사람이나 장례를 제대로 치루어 주지 않은 사람들의 피를 빨았다고 합니다. 또, 죽은 자의 재산을 풍습대로 파괴하지 않고 스스로 차지한 사람 역시 공격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집시들의 뱀파이어는 매우 인간과 비슷해서 보통 사람의 행세를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특히 여자 뱀파이어는 결혼해서 정상적인 삶을 누릴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뱀파이어 여자와 결혼한 남자는 결국 점점 기력이 쇠해서 죽게 되지요. 그래서 집시들은 언제나 자기들 중 뱀파이어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고, 특별히 못생긴 사람이나 손가락이 없는 사람 등은 뱀파이어라고 의심했다고 합니다.
독특한 것은 이들이 인간 뿐 아니라 고양이, 개, 가축, 심지어는 식물까지도 뱀파이어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는 것입니다. 호박이나 멜론을 집 안에 너무 오래 놓아 두면, 이것들은 움직이기 시작하여 나중에는 소리를 내고 피까지 흘린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집시의 뱀파이어 전설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바로 이들이 최초로 "뱀파이어 헌터"라는 것을 믿었다는 사실입니다. 뱀파이어를 없애기 위해 집시들은 특별히 이들을 찾아내어 잡는 능력을 타고난 사람을 고용했는데, 그들은 뱀파이어가 된 사람과 그의 인간 배우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담피르dhampire"라고 불렸습니다. (<뱀파이어 헌터 D>에 나오는 바로 그 담피르입니다^^) 뱀파이어를 죽이는 방법으로는 심장에 강철 바늘을 꽂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었습니다. 그 외에 입과 눈, 귀, 그리고 손가락 사이에 쇳덩이를 끼우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다른 민족들처럼 심장에 말뚝을 박거나 머리 베거나 시체를 태우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