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화잡지, 만화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데뷔하는 작가들이 부쩍 늘고 있다. 펜과 종이가 아닌 컴퓨터와
타블렛으로 작업하는 작가도 많다.
인터넷 만화가의 경우 인기와 비인기의 차이는 리플과 조회 수로 판단된다. 만화를 올리고 나서도 이 후의 반응에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니 작업 후에도 시원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컴퓨터 앞에 앉아 네티즌들의 반응이 어떤지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것이 인터넷 만화가들의 현실이다. 조회 수란 방송으로 따지면 시청률과 같은 것이다.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이 조기 종영의 수모를 겪듯이 인터넷 만화 역시 그렇다.
17명의 만화가들이 솔직하게 털어놓은 생활 보고서 <만화가가 말하는 만화가>(부키. 2006)에 실린 작가 박수인씨의 “독자인 척 위장하고 ‘너무 웃겨요! 진짜 재밌다!’라는 리플을 단 적도 있다“는 말은 왠지 모를 씁쓸함 마저 느끼게 만든다.
“악평을 읽은 날이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속이 울렁거렸다”는 고필헌 씨의 말은 또 어떠한가. 그는 교열, 인쇄 등의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작가가 그리는 동시에 원스톱으로 수많은 독자가 보는 인터넷 매체의 특성은 양날의 칼과 같다고 말한다.
“일전에 잘 아는 온라인 만화가 한 명이 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오랫동안 신경성 위염과 위궤양을 앓아 오던 친구였다. 그는 평소 네티즌들의 악플에 민감했다. 익명을 무기 삼아 ‘그것도 그림이냐.’ ‘내가 발로 그려도 그것보다는 낫겠다.’는 식의 무차별 비난을 가하는 네티즌들의 글은 때로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는 흉기로 변한다. 그러나 나는 차츰 내 자신을 단련시켰다. 악플은 곧 사람들의 관심이라는 증거고 악플이 사라지면 관심도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내 나름대로 살아가기 위한 해석이다”
심혈을 기울여 한 땀 한 땀 그려 넣은 작품에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악플들.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 만화가의 이야기를 전하며 이제는 악플을 자양분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그의 다부진 각오 역시 씁쓸하게 느껴지기는 매한가지다.
만화가 이두호씨는 “만화는 손이 아닌 궁둥이로 그린다” 고 말했다.
좋은 만화를 그리는 데에는 사람의 감정이나 경험, 또 그것이 빚어내는 생각과 행동, 말투 등 디테일한 요소들이 꼭 필요하므로, 게으르면 ‘만화장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책은 몇몇 인기 작가를 제외하고는 초판 인세가 수입의 전부인 경우가 많아 대부분의 만화가는 경제적으로 그리 좋은 형편이 아니라는 점도 피력한다. 그런 이유로 만화가 지망생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경제적인 안정 사이에서 좌절하거나 포기하기도 한다고 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런 와중에도 만화가가 되기 위해 간직해야 할 불변의 덕목, 변치 말아야 할 가치라는 것이 있을까. 앞으로도 변치 않을 것을 꼽는 건 어렵지만,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아무리 최첨단 디지털 시대라도 만화를 그린다는 건, 자신의 마음속 깊은 그 어디에선가 뿜어져 나오는 아날로그적 신호가 필요한 ‘창조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나예리 작가의 이 말은 만화가 지망생들이 깊이 새겨들어 기억해 두어야 할 소중한 충언이다.
강경효 작가는 “만화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런 조언을 해 주고 싶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출판사에 원고 들고 가보라고. 거절당하고 깨지다 보면 좋은 기회가 생길 거라고. 지금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분명 길이 열려고 빛이 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만화를 사랑해 주는 독자의 한마디에 피로를 잊고, 자신 또한 만화 마니아인 진짜 ‘만화장이’ 들이 털어놓는 솔직담백한 이야기. 만화가 지망생, 만화마니아들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소중한 읽을거리가 아닐 수 없다.
[북데일리 고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