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교재에 나오는 글이라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문학은 문제집에서만 접하지 전문을 읽어볼 기회가 많지 않았던게 사실이고 내 평가점수도 괜히 후하게 줄 수 없었던 게 맞다.
읽다보니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위하여>와 비슷한 내용이라서 놀랍기도 했다. 과연 표절 시비도 있었나 보았다.
군대에 간 동생에게 쓰는 편지글처럼 보이는 이 소설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의외로 직설적으로 드러난다.
˝여럿의 윤리적인 무관심으로 해서 정의가 밟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거야. 걸인 한 사람이 이 겨울에 얼어 죽어도 그것은 우리의 탓이어야 한다. 너는 저 깊고 수많은 안방들의 사생활 뒤에 음울하게 숨어있는 우리를 상상해 보구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생활에서 오는 피로의 일반화 때문인지, 저녁의 이 도시엔 쓸쓸한 찬바람만이 지나간다.˝
이영래로 대표되는 불의의 권력이 두려워서 불만을 표현하지 못하고 소심하게 지내던 김수남은 이영래 무리가 자기가 좋아하는 병아리 선생님을 모욕하자 그를 계기로 용기를 내게 된다.
지금 읽기엔 어쩌면 전형적인 스토리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이 스토리에 감동을 느낀 것은 다름아니라 다음과 같은 기사 때문이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47&aid=0002041778&sid1=001
작년 안녕들하십니까 열풍이 불던 때, 고3 학생들이 붙였다는 데자보에 인용된 <아우를 위하여>다. 이 기사에서처럼
˝소설가 황석영이 쓴 <아우를 위하여>의 일절입니다. 진정한 교과 수업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요. 이보다 더 훌륭한, 살아 있는 민주 시민 교육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교과서 따위(?)에 실린 글을 이처럼 훌륭하게 자신의 삶속으로 끌어들여 체화하는 경험을 틀에 박힌 학교 수업에서 얼마나 할 수 있을까요˝
과연 문학작품을 읽고 삶에서 이렇게 체화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적어도 내 내면을 굳게 하는 연료가 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문학을 공부하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