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 매큐언의 <속죄>는 영화부터 보고 원작을 찾아 읽게 된 경우였다. 영화가 너무 맘에 들었는데 소설은 생각보다 첫 부분을 넘기기가 어려웠다. 너무나도 치밀해서 숨막힐 듯한 묘사. 이미 대강의 내용을 알고 있으니 술술 읽힐것이라 생각했다가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참고 견디면 보이나니. 그의 멋스러운 문장의 맛에 점점 매료되고 후반부로 갈수록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며 아! 이래서 대가라고 불리는 구나 하고 느꼈다.
그래서 이언 매큐언의 신작이 나왔다니 고민도 않고 질렀다. 그가 아동법과 가정법원에 매료되어 거기서 소재를 찾아 나온 작품이란다. 그의 고급스런 문장과 논리적이면서도 인간사의 복잡한 문제를 문학작품처럼 써내려가는 판사의 판결문은 아주 어울리는 조합이다.
여러 흥미로운 판결을 보는 재미도 있고, 반듯한 삶의 과정을 거쳐서 이상적인 부부로 살아가는 부부의 흔들림을 보는 재미도 있다. 아무리 완벽한 가정이라도 문제가 없는 집은 없나보다. 그런 심리를 어쩌면 저렇게 잘 묘사할 수가 있을까 싶게 표현해낸다. (남편과 다투었을때 그 복잡 미묘했던 내 마음, 나도 표현을 못했던 그 마음을 그가 다 대변하는 느낌이다ㅎㅎ) 마지막엔 살짝 반전도 있다. <속죄>만큼 강렬하진 않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다. 다행히 길지도 않고 금방 읽을 수 있다.
책을 덮는 순간 질투가 난다. 어쩌면 이렇게도 간결하고 논리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을 쓸 수 있을까. 대가의 작품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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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8-20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죄 .. 책 구입할때마다 장바구니에 넣었다 빼길 반복했는데 오로라님 글 읽고나니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로도 나왔다니 보고 싶네요^~^

살리미 2015-08-20 08:41   좋아요 1 | URL
영화는 <어톤먼트>고요~ 키이라 나이틀리와 제임스 맥어보이가 나왔어요. 영화도 너무 재밌었는데 책을 읽으니까 영화 속 상황들이 더 잘 이해가 되더라고요.

해피북 2015-08-20 08:49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저두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우산 잘 챙기시구 즐거운 오후 되세요^~^